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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녕, 너는 아직 젊고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단다. 그것을 믿어라. 거기에 스며 있는 천사들의 속삭임과 세상 모든 엄마 아빠의 응원소리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잊지 말아라. 네가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사, 네가 멈추어 울고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편지를 쓰고 싶어졌단다. 그리고 네게 응원과 지지를 더 많이 보내고 싶어졌단다. 더 많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단다. 딸아(아들아)네게 편지를 썼던 기억이 아주 까마득하게 느껴지는구나. 네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얼마나 마음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던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구나.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 다닐 때쯤엔 엄마는 항상 도시락에 쪽지 글을 써서 넣어주곤 했었지. 그리고 또 언제였더라.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였지 그때가. 새로운 고교생활에 적응 못해 힘들어했고, 사춘기를 겪으며 혼란을 겪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엄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거의 매일 네게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오랫동안 편지를 써 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구나. 공지영 작가가 딸 ‘위녕’에게 보낸 편지형식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으면서 이 글은 모든 엄마들의 바람이자 마음이요, 편지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내가 너에게 하고픈 말, 내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딸아(아들아), 공지영 작가는 지난 2005년도에 7년간의 긴 공백을 깨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소설로 다시 얼굴을 드러냈었지. 엄마는 그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작가의 변화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물론 이 소설을 내기 전에 <수도원 기행>을 내놓았고, 그녀의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작가의 변화를 눈치 챌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했던 작품인데 책과 영화가 거의 동시에 떴었던 게 생각난다. 이 책은 한 사형수의 이야기란다. 작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결국 어떤 인간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존중히 여김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하려 함이 아니었을까. 어릴 때,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불행했던 가족사, 버려진 듯, 내팽개쳐진 듯 불안과 두려움, 공포로, 소외로 자랐던 어린시절...

 

결국 사형수가 되어 죽음을 앞두고 사형수 윤수와 다른 상처지만 역시 상처 입은 여주인공, 그리고 수녀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과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그런 과정을 그리고 있단다. 결국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관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단다. 이후에 펴낸 <즐거운 나의집>역시 그 내용 전체에 깔린 주제는 사랑이란다. 사랑의 힘을 말이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아직도 이혼녀에 대해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 참 훈장도 그런 훈장(주홍글씨)도 어디 있겠니.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통해 자신의 치부, 그동안 숨겨왔던 조심스러운 과거를 까발린단다. 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치유 받았으니까, 용서하고 용서 받았으니까. 하나님이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자전적인 소설을 쓸 수 있었단다. 그리고 비로소 자유로워졌단다. 자신을 까발리고 나니까 말이다. 생각보다 더 많은 독자들이 깊이 공감하고 그녀를 응원했단다. 그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책, 엄마가 오늘 읽은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픽션 속의 주인공 ‘위녕’이 아니라 진짜 딸 위녕에게 쓴 편지글 형식으로 된 책이란다.

 

모든 엄마들의 소원을 대신 담아 펴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역시 뜨거운 공감을 갖게 하는구나. 그래서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며 네게 하고픈 말들을 밑줄을 치며 읽었단다.

너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서, 책을 통째로 줘야겠구나 생각이 든단다. 엄마의 편지라 생각하고 이 책을 읽어보렴. 그러고 보니 엄마도 네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단다.

 

물론 시작해놓고도 금방 또 잊어버리거나 지속적으로 하지 않아서 이것이 하나의 책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엄마의 마음속에 있는 네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써나가야겠구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공지영 작가의 딸 위녕과 세상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란다. 정말 우리는 모두가 응원이 필요한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응원과 지원, 지지의 박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존재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얼마나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없단다. 모두가 목이 마르단다. 그래서 그 목마름을 채울 수가 없어서,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을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법으로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영원히 굽어버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사랑을 주지 못하고 상처를 입게 하고 그 상처받은 사람이 또 다시 다른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반복되는 것. 그래서일까. 작가는 맨 첫 장을 열면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고 말하는구나.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 설사 둘이 어찌어찌한 일에 연루되어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든, 서로에게 권태로워져 이별을 하든, 마음이 바꾸어서 이별을 하든, 그럴 때 정말 잘 헤어져 줄 사람인지 말이야.”

 

이 말은 아마도 작가가 많은 아픔을 겪었기에 그 시행착오를 딸에게 대물림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생각되는구나.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말이다 역시 젊은 날 작가가 서둘렀고 서툴러서 많이 아팠고 시행착오를 거쳤던 날들이 생각나서 인용한 글인 것 같구나. 네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구나.

 

“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를 때, 아무 길이나 들어서지 말고 앉아서 기다려라. 네가 세상에 나오던 날 내쉬었던 자신의 깊은 숨을 들이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네 마음속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마음이 네게 이야기할 때 마음 가는 곳으로 가거라.”

 

이 글은 엄마도 오래 전에 읽었던 이탈리아 작가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가는대로’라는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우리는 너무 서둘러서 너무 성급해서 정말 귀중한 가치들을 놓치고 만 것이 얼마나 많은지...세월지난 지금, 돌아보면 정말 고개가 끄덕여진단다. 딸아(아들아), 니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이 위태위태해 보이니? 지금 너의 현재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인생이 전개될지 불안하니?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절대자 하나님을 바라보고 네가 서 있는 그곳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네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부디 성급히 들어서지 않도록 하려무나. 완전한 사람, 완벽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없겠지만 공작가도 엄마처럼, 그리고 또 다른 엄마들처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것 같구나. 작가는 딸 위녕에게 자신이 젊은 날들에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인줄 알았던 것들, 그리고 서툴렀고 서툴러서 혹은 너무 안으로만 채워놓아서 폭발하고 말았고, 또 아파했던 사랑에 대해 아픈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딸한테 들려주고 있단다.

 

조심스럽게 말이다. 이 편지글 속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깊이 녹아있구나. 이 책 역시 사랑이다.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이 책 속에 녹아있구나. 딸 위녕에게 고독과 고통, 인내, 성장...이런 것들에 대해 조근 조근 얘기를 들려준단다. 하지만 전체적인 주제, 이 모든 것을 다 같이 묶고 있는 큰 덩어리는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으로 지지하고 사랑으로 응원하고 있단다. 작가 후기에 이런 글이 있다.

 

“위녕, 언젠가 어두운 모퉁이를 돌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낄 때, 세상의 모든 문들이 네 앞에서만 셔터를 내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모두 지정된 좌석표를 들고 있는데 너 혼자 임시 대기자 줄에 서 있다고 느껴질 때, 언뜻 네가 보았던 모든 희망과 믿음이 실은 환영이 아니었나 의심될 때, 너의 어린시절의 운동회 날을 생각해. 그때 목이 터져라 부르고 있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네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엄마가 아니라면 신 혹은 우주 혹은 절대자라고 이름을 바꾸어 부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겠지.”

 

엄마도 마찬가지다. 나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 염려 말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힘껏 살아라. 덧붙여 말한다. 맥팔레인 박사가 손녀에게 해 주었던 말이다. “릴리야, 사랑한다. 나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딸아(아들아), 네가 요즘 고민하고 갈등하는 문제를 보면서 엄마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구나.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잘 이기고 아픈 만큼 더 성숙할 줄 엄마는 널 믿는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너의 앞길에 축복해 주시고 인도해 주실 줄 믿는다. 딸아, 엄마랑 같이 이렇게 기도하자꾸나.

 

“주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게 해 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삶은 흐르는 강물과도 같은 것,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주신 선물,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너와 나 모두가 받았으니, 이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자꾸나. 엄마도 약속하마.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거야. 그러니 딸아(아들아) 힘내!

 

덧붙이는 글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저자:공지영
출판:오픈 하우스
정가:12,000원

편지 형식의 산문집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고, 문득 저도 딸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편지 형식으로 책 리뷰를 쓰고 싶었답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오픈하우스(2008)


태그:#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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