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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노조 권명희 조합원이 25일 새벽 운명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의 추모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분홍색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이가 권명희 조합원입니다.

언니는 땅에 잠시 내려온 천사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치마만 입었습니다. 노조와 함께 비정규직 고통에 항거하는 길에 처음으로 바지를 입었던 언니였습니다. 그런 언니가 투쟁의 바지를 벗고 어느새 천사 날개에 하늘치마 입고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고귀한 자존심을 옹골지게 간직했던, 권명희

 

언니는 저와 라인이 같았습니다. 평소에 일을 조용히 그리고 아주 꼼꼼히 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속상해 하면서 쉬는 시간에도 근무시간 뒤에도 혼자서 끝내 일을 마무리하던 성실한 노동자였습니다.

 

조용한 언니였지만 언니와 함께 하는 곳은 언제나 환했습니다. 결코 어둡지 않았습니다. 수줍음 많았지만 깔끔했고 고귀한 자존심을 옹골지게 간직했던 언니였습니다. 기륭자본이 구사대를 앞세워 저와 일부 조합원을 매도하고, 경찰과 검찰이 조합원들에게 의심과 이간질을 해 댈 때, 제가 구속이 되어 저들의 비열한 분열책동에 대처하기 힘들 때, 그래서 마음 약한 우리 조합원들의 갈등하고 방황할 때 단호하고 명쾌하게 "우린 분회장과 저들이 의심케 하는 너희들을 믿는다"며 믿음의 반석이 되었던 언니였습니다. 말보다 조용한 믿음으로 우리 분회를 밀고 온 보이지 않는 힘이 바로 언니였습니다.

 

언니가 병 때문에 농성 투쟁을 하지 못했을 때 우린 미처 병 때문인지도 몰랐습니다. 수술을 받고 조금 병세가 완화되면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농성장에 집중 집회에 나왔습니다. 아픔 속에서 한 결 같이 꼿꼿했고 사랑하는 벗들에게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언니의 모습은 한 송이 백합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광우병이요 말기 암인 비정규직과 싸우는 것도 모자라 치명적인 진짜 암과 싸워야했던 언니의 고통과 외로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떨려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언니는 병석에서도 기륭분회 인터넷 까페를 꼭 챙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동렬 회장이 농성장을 방문하여 문제를 통 크게 풀듯한 소식을 듣고는 퇴근한 남편에게 환하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도 기륭전자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그동안 정말 힘들게 고생한 조합원들과 함께 꼭 돌아가 일을 할 것이다."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픈 우리들의 마음을 언니는 말기 암을 앓고 그 죽음과 맞서 투쟁하면서도 깊은 염원으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언니의 마음이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언니가 미처 이루지 못한 꿈들이 바로 우리들의 꿈들입니다. 우리들의 이런 마음은 1년을 투쟁한 조합원이나 2년을 투쟁한 조합원이나 모두 같습니다. 언니의 죽음은 우리들의 마음이 하나임을, 이 마음을 가르고 이간하여 마지막 남은 10명의 조합원에만 일자리를 국한하려는 기륭자본의 모습이 얼마나 반인간적인 것인가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모자 깊게 놀러 쓰고 농성장 찾았던 언니

 

사랑하는 언니!

 

아픈 몸을 이끌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언니가 우리 농성장에 올 때 정말 고맙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괜히 우릴 보고 같이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을 할 때 불법파견을 하고도 마구잡이 해고를 하고도 책임도 없고 죄도 없다는 기륭자본의 철면피한 모습과 비교되어 정말 창자가 솟도록 화가 났습니다. 지금도 기륭자본은 또 다시 "권명희가 누구야 그런 사람이 있었나. 우린 누군지도 몰라"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니의 죽음을 안고도 투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언니의 죽음의 슬픔에 겨워 머뭇거릴 틈도 없습니다. 언니와 함께 언니의 꿈이 우리의 꿈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더욱 단결하고 연대하고 또 투쟁하겠습니다. 언니 형부와 기석이 수경이 우리 착한 조카들이 우리는 한 식구라는 것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기석이와 수경이에게 불안한 노동, 가난과 차별에 서러운 비정규직 노동만은 물러 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더럽고 서러운 세상 반드시 바꾸겠습니다.

 

무거운 짐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지고 온 언니, 이제 그 짐 내려놓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희망 찬 세상에 편안한 미소만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언니의 한과 서러움과 억울함을 이제 살아 있는 우리의 몫으로 툭툭 던져 주시기 바랍니다. 언니의 몫까지 우리가 힘차게 싸워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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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장례식장은 부천의 순천향병원입니다. 노제는 27일 오전 진행될 예정입니다. 고인도 가족도 단촐한 집안입니다. 많은 분들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가시는 님의 마지막 모습이 결코 외롭지 않도록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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