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생태친화 생활 1] 우리집 화장실 '발리식 친환경 수동 비데'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몇 년 전부터 가정용 전자제품에 비데가 추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비데회사 광고에는 "사장님이 비데를 설치해주지 않으면 회사에 나오지 않겠다"라는 내용도 있더군요. 실제로 최근에는 시청, 경찰서 그리고 회사나 빌딩 같은 비교적 다중이 이용하는 화장실에도 비데가 설치되어있더군요. 몇 주 전 제주절물자연휴양림에 갔더니 공중화장실인데도 비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국제원유가가 치솟자 비데 역시 전기사용과 물사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제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비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변기뚜껑을 덮어두어야 절전모드가 되기 때문에 대기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뚜껑을 덮어 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뚜껑을 덮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플러그를 뽑지 않는 한 에너지 낭비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저희 집에는 대기전력 소모가 전혀 없고 설치비용도 매우 저렴한 '발리식 친환경 비데'가 설치되어있습니다. 어떤 비데냐고요? 아파트 베란다에 흔히 설치되어있는 '청소용 스프레이'입니다. 왜 하필 발리식이냐고요?

제가 아이디어를 얻은 발리 아쉬람에 있는 수동식 수세식변기입니다.
 제가 아이디어를 얻은 발리 아쉬람에 있는 수동식 수세식변기입니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신혼여행이나 관광으로 발리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마 환경친화적인 이 발리식 비데를 못 보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4년 전 가족들과 함께 발리에 있는 아쉬람에서 한 달간 생활하면서 배워왔으니까요.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은 때문인지 발리에서는 용변 후에 왼손과 물로 뒤처리를 합니다. 제가 한 달간 지냈던 아쉬람 화장실에는 수도꼭지가 달려있고, 조그만 물통과 손잡이가 달린 작은 바가지가 있습니다.

당연히 화장지 같은 것은 없었구요. 바가지로 물을 떠서 뒤처리를 하고, 변기에 있는 변을 내려 보낼 때도 바가지로 물을 퍼서 붓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용변 보는 곳과 수도가 설치되어 있는 공간이 계단식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처럼 화장실에서 샤워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지낸 아쉬람 뿐만 아니라 발리사람들이 사는 집에는 대부분 물을 내리는 레버가 없는 수세식 변기가 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레버를 누르거나 당기면 일정한 물이 항상 쏟아지는 우리나라 수세식 변기에 비하여 훨씬 물을 적게 소비하고 용변 후 뒤처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중에 아쉬람 생활을 끝내고 귀국 길에 근사한 리조트에서 하루를 머물렀는데, 노천 샤워시설까지 딸린 화려한 그곳 화장실 변기에 우리나라에서 청소용으로 사용하는 샤워기가 달려 있는 게 아닙니까. 물론 리조트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을 위해서 '수동식 비데'를 따로 설치해두었다고 하더군요.

발리식 수동 비데가 달린 저희집 변기입니다.
 발리식 수동 비데가 달린 저희집 변기입니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그해 발리 여행에서 돌아와 저는 곧장 저희집 화장실을 고쳤습니다. 화장실 벽에서 변기로 올라가는 수도관에 T자형 분리 파이프를 연결해서 손잡이를 누르면 물이 나오는 청소용 샤워기를 설치하였습니다.

이슬람 사람들처럼 저도 오른손으로 샤워기 꼭지를 누르고 왼손으로 뒤처리를 한 후 수건으로 마무리를 하고 손을 씻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화장지 몇 칸을 뜯어 1차 뒤처리를 한 후에 '수동 비데'를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아내와 저는 이제 발리식 비데에 익숙해졌습니다. 실제로 발리식 비데를 사용해면,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비데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항문 건강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자동 비데를 사용해보았는데, 인공지능 로봇처럼 용변 후 뒷마무리 작업을 자동으로 해주더군요. 그렇지만, 복잡한 인공기능을 가진 자동비데도 인간의 손과 두뇌가 상호 작용하는 수동 비데보다 더 정확하게 세척해주지는 못하더군요. 저희 비데가 광고에 나오는 비데보다 훨씬 더 개운합니다.

저희 집 화장실을 바꾸고 얼마 후에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정토회 화장실 이야기를 <한겨레>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히 따져보지도 않아 어느 쪽이 먼저인지도 모르고, 정토회 화장실을 본 적도 없지만 기사내용으로 보아 저희집 화장실과 비슷한 시설을 해놓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비데를 설치하지 않으신 분들, 단돈 1만 원으로 발리식 친환경 수동 비데를 설치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계절에 관계없이 찬물을 사용합니다만, 온수 파이프를 연결하면 어렵지 따뜻한 물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간단한 작업으로 화학약품으로 뒤범벅된 화장지에 비하여 훨씬 깨끗한 뒤처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문 건강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생태친화 생활 2] 발 달린 짐승고기는 먹지 않아요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즈음에 장두석 선생이 쓴 단식과 생채식에 관한 책 그리고 존 로빈스가 쓴 <음식혁명>을 읽은 후에 건강한 먹을거리와 환경문제를 다룬 여러 책을 섭렵하며,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 중에서는 가장 낮은 등급의 채식을 시작하였습니다. 소, 돼지, 닭을 비롯하여, 발 달린 짐승은 전혀 먹지 않습니다.

아내 역시 장두석 선생이 운영하는 민족생활학교에서 단식을 하고 건강을 찾은 후에 저와 같이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은 어쩌냐고 물어보시는데,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하면서 육식을 하지만, 집에서는 엄마, 아빠처럼 먹습니다. 아이들에게 강제로 채식을 시킬 생각이 없기 때문에 좀 더 나이가 들면 스스로 선택하리라 생각합니다.

육류 위주의 생활은 아마존을 비롯한 열대우림 파괴와 사막화 현상을 낳습니다. 육류 위주 영양 섭취는 채식에 비하여 14배 많은 물과 20배나 넓은 토지가 필요합니다. 햄버거 하나를 위해서 1초에 숲 18㎡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 중 절반만 사람 입에 들어가고 나머지 절반은 가축과 자동차 연료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지나친 육류 소비로 비만의 고통을 겪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식량부족으로 세계인구의 약 20%에 가까운 13억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으며, 10세 미만 어린이가 5초에 한 명씩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쏟아내는 가축 분뇨는 심각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고,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유전자변형(GMO) 콩과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기가 막힌 사실을 한 가지씩 알아가면서 적어도 발 달린 짐승 고기는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식량을 중심으로 하는, 죽음과 비만을 가르는 심각한 빈부격차의 중심에 있는 육식을 그만두지 않고 생명과 환경을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채식을 하면서 이런 저럼 모임을 주선할 때, 나 때문에 흔해 빠진 고깃집에서 모임을 할 수 없어 번거롭게 한다는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나 때문에 사람들이 한 끼라도 덜 오염된, 자신과 지구환경에 모두 도움 되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3년, 천식으로 고생하던 사흘 단식을 마치고 채식 식단으로 보식을 하는 아이들 모습
 지난 2003년, 천식으로 고생하던 사흘 단식을 마치고 채식 식단으로 보식을 하는 아이들 모습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생태친화 생활 3] 유기농 좋은 줄은 알지만 비싸서 못 먹는다고요?

우리나라에서 채식인들은 동성애자나 장애인만큼 사회적 소수자입니다. 참 어렵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는 단식을 하고 난후 오랫동안 완전 생채식을 하였고, 지금도 도시락을 싸다닙니다. 채식을 시작할 무렵 식재료를 대부분 유기농으로 바꾸었습니다. 많은 주변 사람들이 "유기농 좋은 줄은 알지만 비싸서 못 먹는다"라고 합니다.

천만에 말씀입니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제 월급으로도 유기농 밥상을 얼마든지 차릴 수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단체회원들과 한 달에 3~4회 이상, 가족들과 또 다시 한 달에 3~4회, 그리도 동창회를 비롯한 이런 저런 모임에서 먹어치우는 육식이 대부분인 외식비용을 줄이면 얼마든지 한살림을 비롯한 생활협동조합에서 나온 유기농 재료를 먹을 수 있지요.

가계부를 살펴보면, 외식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총지출을 늘이지 않고도 친환경 농산물로 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슈퍼마켓에서 사다 먹던 농약과 화학비료가 뒤범벅된 야채와 온갖 화학첨가물을 섞어만든 가공식품 식재료비와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재료를 가격만 갖고 단순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면, 댁의 가족 식탁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먹고도 건강하게 사느냐고요? 어른들이 건강은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지만, 고기 안 먹어도 마라톤 하프 코스는 거뜬하게 달릴 수 있고, 작년에는 마산에서 임진각까지 자전거 종주도 하였습니다. 단식과 채식 그리고 여러 가지 자연 의학을 습관으로 익힌 후엔 그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렸고, 술 마신 다음 날 먹던 위장약과도 영원히 결별하였습니다.

어른은 그렇다치고 성장기 아이들이 그렇게 먹어도 되냐고요?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중학교 3학년 큰 아이, 초등학교 5학년 둘째 아이 모두 반에서 평균보다 훨씬 키가 큽니다. 둘째는 아직 비만은 아니지만 살이 많이 쪘습니다. 둘째는 어려서 천식으로 고생했지만, 지금은 두 아이 다 잔병치레 하지 않고 건강합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기본이고 당연히 햄버거, 피자,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는 안 먹고 삽니다. 피자를 그리워하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밀 피자'를 시켜 먹을 때가 있는데, 피자 값은 똑같이 내면서도 무료로 주는 콜라는 이젠 아이들도 받지 않고 배달원에게 돌려보냅니다.

[생태친화 생활 4] 15년째 타고 있는 자존심(?) 센 차

저희 집에도 자동차가 있습니다. 창원으로 출퇴근 하는 아내는 2002년에 나온 소형차를 타고 다닙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생산된 기아자동차에서 나온 단단하다고 소문 난 차를 아직도 타고 다닙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사처럼 "아직도 그 차 타냐?"하고 물어봅니다.

1994년에 구입해서 만 15년째 타고 있는 제 차 입니다.
 1994년에 구입해서 만 15년째 타고 있는 제 차 입니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차가 낡아서 연비가 떨어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새 차를 만드는데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사용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꿋꿋하게 낡은 차를 몰고 다닙니다. 가끔 아무 곳에서나 멈춰 버릴 때가 있어 난감하기도 하지만, 요즘엔 지금까지 버텼으니 앞으로 제대로 된 친환경 자동차가 나올 때까지 버텨볼까 합니다.

출퇴근을 비롯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승용차는 늘 사무실에 세워져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거나 여럿이 함께 출장을 갈 때, 시내에서도 먼 곳에 볼 일이 있을 때는 승용차를 이용합니다. 대신 100km가 넘는 거리를 혼자서 출장 갈 때는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책도 읽고, 잠도 잘 수 있어 훨씬 편안합니다. 다만, 요즘은 가는 곳마다 TV가 설치되어 있어서 강제로 TV 시청을 해야하는 것이 단점이긴 합니다.

소개드린 것처럼 하나, 하나 저와 가족의 삶을 바꾸면서 제가 속해있는 공동체도 함께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이미 <오마이뉴스>에 여러 차례 글을 썼습니다만, 제가 일하는 단체에 속해 있는 회원들과는 매년 한 차례 삶을 돌아보고, TV 안 보기 운동,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매년 전국에서 수천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TV·공장과자·가공식품을 멀리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우리집 실천사례를 소개하다 보니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자랑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방송 출연 요청이 있었는데, 생활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매번 가족회의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이번에 '피스앤 그린보트 투어' 참가에 응모해보자는데 가족 모두 의기투합하여, 사생활을 남김없이 공개하게 되었답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족 그린특종 응모글 입니다.



태그:#육식, #비데, #채식, #유기농, #자동차오래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