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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에서 65일째 단식 농성 중인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과 유흥희 조합원(오른쪽)이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단식·고공농성·천막농성·점거….

 

신문 사회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방식이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이 94일 동안 단식을 했고, 고공농성은 비정규직의 연례행사가 됐다. 더 오래 굶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야 언론의 관심을 받으니, 투쟁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오죽하면 저러겠느냐"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힘이 난다.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에 무감각하거나 "투쟁만 앞세운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다.

 

오는 23일 열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2차 행동 - 1만인 선언, 1만인 행동'을 앞두고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 이랜드일반노조 천막농성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투쟁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꺼냈다.

 

"법으로 이길 수 있으면, 투쟁을 왜 하겠느냐"

 

 KTX 해고 승무원과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역 안 조명철탑에서 ‘철도공사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당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는데…."

 

투쟁의 출발에 대해 김혜진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폭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분노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폭력이 일상화됐다"고 밝혔고, 각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의 폭력에 대한 '익숙한' 증언이 이어졌다.

 

이대우(33) 금속노조 GM대우 비정규직지회장은 "힘의 균형이 맞아야 싸움인데, (회사가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한테) 일방적으로 그들이 풀어줄 때까지 맞는다, 노조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의 손발을 묶어 버린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유흥희(38)씨는 "회사 안에서 농성하던 2005년 추석 전날, 구사대와 용역 깡패가 와서 난장을 피웠다, 발톱이 빠져 피를 철철 흘렀는데도 경찰은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다'고 해서 속이 뒤집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때 우리 같은 노동자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고 인간 취급 못 받는다고 생각했다, 미치고 열 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런 폭력이 용인되는 게 무척 무기력감을 일으킨다, 또한 법에서 이겨도 다뤄지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코스콤 비정규지부의 조용관씨는 "직접 고용 관계에 있다는 (1심) 법원 판결을 받아도 회사는 '배 째라'는 분위기다, 대법원에서 승소해도 회사가 시간 끌면 더 길게 싸워야 한다"며 "법 자체를 신뢰할 수 없으니 우리 스스로 투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흥희씨는 "비정규직 투쟁이 법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면 왜 하겠느냐"며 "법적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노조를 만들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극한의 투쟁으로 몰고 가는 건 언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투쟁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경옥(50)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이 "기륭이 단식을 94일 했으니, (이슈가 되려면) 100일은 넘어가야 한다"며 농을 던졌다.

 

2007년 12월 27일부터 165일간의 한겨울 고공농성을 이끈 이대우 지회장은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끝내지 못하면 뒤가 없다는 생각으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슈가 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투쟁 방식은 극한 방향으로 간다"고 밝혔다.

 

유명자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장은 "우리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비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 힘들다"며 "주위 지인들은 '어디 올라가봐'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조차 지부장이 결단 못해 장기화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김소연 분회장이 단식할 때 언론이 카운트다운하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투쟁이 극한으로 가야 언론이 관심을 가지니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극한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흥희씨 역시 "뉴코아노조가 회사 쪽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오죽했으면 그러한 결단을 했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언론에서는 애정 없는 심한 말로 이를 보도했다, 어차피 지탄받을 텐데 꼭 그렇게 보도해야 했는지 속상했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23일 광화문에서 공동 행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 이랜드일반노조 천막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9월 말~10월 초 다시 한 번 투쟁에 나선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월 초 홈에버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는 홈플러스와 담판을 벌여야 하고 코스콤 노동자들에게도 새로운 사장이 오는 10월이 중요하다.

 

또한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로운 투쟁방식을 모색하고 있고, 이들은 2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모여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2차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의 투쟁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기 때문이다. 조용관씨의 말이다.

 

"우리가 여의도 바닥에서 길게 투쟁하는 걸 보고, 많은 회사에서 비정규직의 처우가 바뀐다는 소식을 듣는다. 우리 투쟁 덕분에 많은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투쟁을 그만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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