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5일(화) 꾸적한 날씨, 하늘은 맑음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나 근처를 산보(?)했다. 바닥은 질퍽거렸으며 온통 소 배설물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길거리에는 노숙하는 이, 장애인, 아직까지 내 눈에는 온통 비정상적인 사람들로만 가득 차있다.

새벽녘 칙칙한 메인바자르 거리풍경
▲ 메인바자르 새벽녘 칙칙한 메인바자르 거리풍경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아직은 인도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간단한, 정말 간단한 아침식사 후 우린 뉴델리 역으로 갔다. 네 번에 걸친 열차이동에 대비하여 미리 예약을 하기 위해서이다. 인도여행은 기차가 가장 쾌적하다고 하는데 이 사실은 나중에 두고두고 깨닫게 된다.

숙소를 나서니 비가 내리고 있다. 그 비에 길 자체가 없어지고 수렁이 되어 버렸다. 도로 자체가 개울로 바뀐 것이다. 아마도 특별한 배수시설이 되지 않아 도로가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것 같다. 개울로 변해버린 길로 사람도, 소도, 자동차도 자연스레 이동하고 있다. 볼수록 신기한 나라이다.

몬슨기후로 하루 몇차례 수렁으로 바뀌는 인도의 거리
▲ 수렁길 메인바자르 몬슨기후로 하루 몇차례 수렁으로 바뀌는 인도의 거리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많은 인파를 헤치고 역에 도착하니 역 구내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누워있다. 아니 널브러져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여기는 아무데나 눕거나 앉는 것이 자연스럽다. 인도에서의 첫 번째 느낌은 사람이 참 많고 모두가 피폐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뉴델리 역에 가서 기차표를 예약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2층에 외국인을 위한 전용공간이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에어컨이 나오는 별천지이다.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에 걸인 및 잡상인은 범접도 못하는 그런 곳이다. 우린 계획상 네 번의 열차이동이 있다. 그중 두 번은 열차에서 밤을 지새는 것이다.

도무지 급한게 없는 예매창구, 손님 우선이 아닌 자기 우선이다
▲ 델리역 외국인예매소 도무지 급한게 없는 예매창구, 손님 우선이 아닌 자기 우선이다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예약서류를 꾸며 제출하니 업무처리를 하는 데 세월네월이다. 그 와중에 한 여인(직원인 듯한)이 우리 창구에 있는 직원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가 끝이 없다. 아니 민원인과 업무 중에 끼어들어 1시간도 넘게 자기들의 수다에 열중하다니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게 가능한 일이고 중간에 제지할 방법도 없다고 한다. 이렇게 대책 없이 기다리다 예약절차를 받는데 중간의 야간열차 구간 하나가 좌석이 없단다. 카주라호에서 바라나시 구간이다. 이건 비상상황이다. 한 달 정도 여유 있게 여행을 하는 경우야 하루 이틀 더 머물러도 되지만, 우리는 타이트하게 일정을 짜놓았기에 한 군데라도 펑크가 나면 전체 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수다를 길게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좌석을 먼저 받았으니 책임지라고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다. 책임자를 찾으니 아까 수다 떨던 그 여인이다.

혼잡스럽고 지저분함에 넋이 나가있는 성환이
▲ 뉴델리역앞 혼잡스럽고 지저분함에 넋이 나가있는 성환이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그 여인에게 가서 우리 팀은 어린이도 있고 그 열차를 꼭 타야 한다고 손짓발짓을 하며 항의와 호소를 했다. 절대 없다는 표가 나왔다. 인도는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단지 열차를 예매하는 것만으로 오전을 꼬박 보낸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뉴델리 지역으로 넘어갔다.

북인도와 달리 담백한 남인도 음식을 잘한다는 코넛플레이스로 이동하기 위해 오토릭사라는 오토바이 개조차량을 탔다. 40루피! 우리 돈으로 1000원이다. 우리를 태운 오토릭사는 차선무시, 신호무시, 무대뽀 끼워들기를 반복하며 30여분 만에 목적지에 내려놓았다. 이러면서도 교통사고가 없는 것이 기적처럼 보였다. “나마스떼!” 신의 가호 탓이리라.

맥도날드, 나이키 매장등이 있는 뉴델리 코넷플레이스 거리에서
▲ 뉴델리 코넷플레이스 맥도날드, 나이키 매장등이 있는 뉴델리 코넷플레이스 거리에서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피자 모양과 비슷한 인도 빈대떡, 맛은 참 담백하다
▲ 우탐팜 피자 모양과 비슷한 인도 빈대떡, 맛은 참 담백하다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점심은 웨이터 추천메뉴인 ‘토마토 우타팜’을 시켰다. 피자 형태인데 토마토를 얹어 구은 것으로 커리(카레)소스를 발라먹는 것이다. 무더위에 지치고 문화적 충격도 커서 입맛이 싹 달아났다. 하지만 성환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싹 비운다. 역시 타고난 여행아동이다.

뉴델리에 있는 이곳 길거리 좌판에서 헤나문신을 하고 있다.
▲ 헤나문신 장터 뉴델리에 있는 이곳 길거리 좌판에서 헤나문신을 하고 있다.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식사 후 뉴델리에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모두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눈을 휘둥그레 할 조각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인도라는 나라는 접근할수록 미스터리에 빠지게 한다. 거리를 오가며 오늘 하루 만난 장애인이 지금까지 살면서 만났던 모든 장애인 수보다도 많았던 것 같다. 도대체 이 나라는 뭐든지 다 많은지 알 수가 없다. 인도게이트를 가서 증명사진 찍고 나름의 적응시간을 가진 후 우리는 아그라로 이동하기 위해 뉴델리 역으로 간다.

인도독립의 약속을 믿고 세계대전에 참여하여 희생된 인도인을 기리는 인디아게이트
▲ 인디아게이트 인도독립의 약속을 믿고 세계대전에 참여하여 희생된 인도인을 기리는 인디아게이트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가는 길가에는 오뉴월 개처럼 여기저기 개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널브러져 있다. 이런 모습이 조금씩 눈에 익기 시작한다. 적응되는 중인 것일까? 우리가 예약한 SL급 객차는 2등석으로 비록 에어컨은 없지만 선풍기와 철저한 좌석제로 인도 중산층이 이용하는 쾌적한 객차라는 설명이 있었다.

아그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 타러 가는 성환이
▲ 뉴델리역앞 아그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 타러 가는 성환이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같은 기관차에 매달려 있지만 1등칸은 에어컨과 다른 칸과의 격리가 확실히 되어 있고, 뒤편의 3등칸은 좌석도 거의 없고 화물칸처럼 사람을 쌓거나 문에 매달려 간단다. 하지만 그 돈조차 없어서 검표원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몰래 타는 사람들도 상당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같은 기관차, 같은 레일 위에서도 철저하게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다는 건지 내 사고로는 납득할 수가 없다. 인도는 이해할 수도 이해하려고 해도 안 되는 거대한 숙제덩어리로 보인다.

열차 내에는 참으로 끊임없이 잡상인이 다니고 있다. 짜이, 도시락, 커피, 과자, 장난감, 하물며 베개장사까지……. 구걸하는 이들은 출발 전에는 집요하게 오더니 열차가 출발하니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영역이 있나 보다. 폭탄테러 때문인지 열차 내에는 중무장한 병력이 눈을 부라리며 왔다 갔다 한다. 기차 하나만 해도 신기한 나라이다.

성환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기차안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
▲ 구걸소녀 성환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기차안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
ⓒ 박민관

관련사진보기


아그라 도착시간이 가까이 와서 옆의 인도사람에게 물어보니 기차가 연착되어서 20여분쯤 더 가야 도착한단다. 나는 자고 있는 성환이를 10분 후 깨우고 내릴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아그라 역에 도착했다. 자는 성환이를 깨우랴, 쇠사슬로 묶어놓은 배낭을 푸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급하니 쇠사슬 번호키가 더 열리지 않는다.

이미 열차는 도착했고 이미 타는 사람들이 밀려들고 있다. 정신없이 수습하여 사람들에 떠밀며 급히 내리는데 뒤에서 누가 다급하게 부른다. 그 와중에 다시 객차로 돌아오니 성환이 안경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금방 도착할 역을 20분 더 간다고 한 이도 있고, 물건 놓고 내린다고 뒤에서 챙겨주는 사람도 있다.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광명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도, #배낭여행, #가족여행, #뉴델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역내 소소하지만 살아있는 이야기를 함께 하고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