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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가 시장에 대거 풀리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도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앞다퉈 찾고 있다." -<조선일보> '추석특수 미 쇠고기 판매 급증' 2008.9.9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들의 밥상과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마음이 분주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발길도 늘어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불매운동 확산을 우려해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부 수입육 전문점들은 '없어서 못판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대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차례상 미국산 쇠고기 인기' 2008.9.11

 

추석을 맞아 미국산 쇠고기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수입육협회 회원사 직영매장 9곳에서 추석을 맞아 대대적으로 실시한 미국산 쇠고기 판촉 행사에서 물량이 딸려 팔지 못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현재 한국수입육협회와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지난 4일부터 서울과 인천 중심 회원사 직영 매장 9곳에서 무료 시식 행사와 장바구니 증정 행사를 벌이고 있다. 업체들은 오는 13일까지 계속되는 행사기간 동안 미국산 LA 갈비는 1㎏당 1만8000~2만7000원에, 윗등심은 ㎏당 1만~2만원에 판매하는 중이다.

 

판촉행사에 참여한 직영매장 9곳에서의 판매량도 늘었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여드레 동안 한국수입육협회 직영매장 9곳에서 판매된 미국산 쇠고기 총물량만 60톤에 달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과거 연간 20만톤씩 유통되던 미국산 쇠고기 전성시대가 다시 오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서울 마장동과 독산동 축산물 시장의 분위기는 이와 달랐다. 시장 상인들은 "미국산 쇠고기든 한우든 판매가 안 되고 있다, 시장 전체가 죽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 : "가격만 물어볼 뿐 선뜻 사지 않는다"

 

지난 7일 오후 마장동 축산물 시장.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고 있는 D유통의 김아무개(35)씨는 "추석 대목인데 장사는 잘 되냐"는 질문에 쓴 웃음부터 지었다.

 

"올해 추석은 대목이 아니다. 예년에 비해 매출액이 1/10 정도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문에 쇠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확 줄어버렸다. 손님들도 미국산 쇠고기 가격만 얼핏 물어볼 뿐 선뜻 사지 않는다."

 

한숨을 내쉬는 이는 김씨만이 아니었다. '미쇠고기 판매' 안내판 대신 'LA 갈비 판매' 안내판을 달고 있던 J축산 이혜자(43)씨는 "LA갈비는 그나마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떼다 놨지만 시장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며 "세상이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시끄러우니 사람들이 고기를 안 먹나보다"고 말했다.

 

마장동 축산물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상인들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조금씩 떼다가 쓰는 집이 몇 군데 있을 뿐"이라며 "수입육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선물용으로 선택하는 손님도 없고 한우갈비세트도 예년 수준에서 40% 정도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인들의 우려처럼 사람들은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염려를 감추지 않았다. 추석을 맞아 시장을 찾은 하의순(54)씨는 "미국산 쇠고기 파는 곳을 봤는데 값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쌌다"며 "안 그래도 말이 많아 꺼려지는데 값도 호주산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면 누가 사겠냐"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단골집을 찾아왔다던 임아무개(77)씨는 "하도 시끄러운 것도 있지만 집에 어린아이도 있으니깐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기가 좀 그렇다"고 말했다.

 

미 쇠고기 판매업자 :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않는 이상..."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독산동 축산물 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J 정육센터 이아무개(44)씨는 "명절이 임박했지만 추석 선물용 세트에 가격표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손님들이 구경만 하고 간다. 계속 쇠고기값이 떨어지고 있으니깐 흥정을 붙여도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식이다. 추석 맞이해서 선물용 세트를 100개 정도 미리 만들어놨는데 나가지 않아서 걱정이다."

 

미국산 쇠고기 등 수입육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곳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K 마트의 정운명(43)씨는 "예년에 비해 매출량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경기가 침체된 까닭도 있지만 촛불집회 때문에 사람들이 한우도 먹지 않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11일, 12일까지가 대목이라고 본다"며 "미국산 쇠고기 중 정육부위는 나가지 않고 있지만 LA갈비는 먹어본 적 있어 손님들이 찾는 편이라 재고 중 1~2% 정도, 약 1톤 정도는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재개 이후 처음으로 이날 LA갈비를 약 0.5톤 정도 들여놓은 S 유통의 김아무개(51)씨는 "쵸이스 등급(한우 1~2등급) 1㎏ 가격이 1만8500원이다, 내일은 1000원 더 떨어뜨릴 것이다, 가격 경쟁력이 조금만 올라가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도 "아직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격경쟁력이 아무리 높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접해야 한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사는 사람들은 도매상이나 직영매장을 찾아가서 사는 형국이다. 대형마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야 한다. 유통망이 일부에 국한된 지금 예전의 미국산 쇠고기 시장을 회복하긴 힘들다."

 

검역통과량 중 36.5%만 유통 중... 전체 쇠고기 수입시장도 위축

 

이 같은 시장 상황은 각종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역을 통과한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 8일 기준으로 총 1만714t에 달한다. 이 중 관세 납부 등의 절차를 거쳐 창고에서 수입업자에게 넘어간 물량은 총 3919t. 지난 6월 26일 발효된 새 수입위생조건에 맞춰 수입된 쇠고기 물량은 772t에 불과하다. 작년 10월 전에 국내외에 묶여 있던 뼈 없는 쇠고기까지 다 합쳐도 수입 총량의 36.5%만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관세청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8월 수입된 쇠고기 총량이 지난해 동월 대비 27.2%가 감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전년과 달리 7월보다 오히려 8월 수입 실적이 떨어졌다"며 "추석을 앞두고 수입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물량 감소는 올 8월 한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쇠고기 수입량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쇠고기 수입은 지난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이후 급감했지만 다시 지난 2004년 11만6천톤에서 작년에는 14만 4천톤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며 "이번 감소는 아직도 소비자들이 광우병 논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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