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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클라크 맥쿼리 그룹 회장은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단상 위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았다.
 데이비드 클라크 맥쿼리 그룹 회장은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단상 위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았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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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맥쿼리그룹이 인천공항 민영화 보도와 관련 해명자료를 냈다. 맥쿼리 인프라 펀드 감독이사로 알려진 송경순 LECG 한국 대표와 맥쿼리IMM 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 이지형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대표에 관한 내용이었다.

맥쿼리 그룹은 이날 해명자료에서 "한 사람은 지난 2007년 1월 12일 저희 그룹사를 퇴사했고, 다른 사람은 맥쿼리가 참여한 합작법인에 근무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이명박 정부와의 유착관계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그런데 맥쿼리 그룹이 인천공항 민영화 참여 여부와 관련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도 간접적으로 시인했듯이 맥쿼리 그룹의 인천공항 민영화 참여가 거의 확실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닮은점①] 인수대상 찍어놓고 사업 진행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그는 인천공항에 눈독들이고 있는 맥쿼리그룹과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했던 론스타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그는 인천공항에 눈독들이고 있는 맥쿼리그룹과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했던 론스타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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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전문가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맥쿼리그룹의 인천공항 매각 참여와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맥쿼리그룹의 인천공항 투자에는 '투기성'에 있다는 얘기다.

장 위원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맥쿼리그룹은 인천공항 투자를 위해 별도의 사모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사모펀드 속성상 맥쿼리그룹이 론스타와 별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펀드를 운영하기 위해 만든 맥쿼리 자회사가 과연 자신의 투자 지분만큼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맥쿼리 자회사가 인천공항에 와서 반환경·반노동·공공성 침해 등을 하다가 '먹튀'를 하더라도 맥쿼리그룹은 '우리와 상관없는 회사'라고 얘기할 수 있다. 투자자를 위해 운용하는 회사일 뿐이지 자기들이 책임지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이어 장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도 사전에 상당히 진행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개입찰 등 투명한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사전에 결정된 느낌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신임 사장 내정이나 인천공항 민영화 결정 과정 등을 보면 인천공항 민영화는 맥쿼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외환은행 매각도 이와 똑같다. 당시 당국은 제한적 경쟁입찰을 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수의계약을 했다. 론스타를 인수대상으로 찍어놓고 일을 진행한 것이다."

실제 인천공항 민영화가 맥쿼리그룹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은 적지 않다. 데이비드 클라크 맥쿼리그룹 회장은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 베리 마이어 워너 브러더스 회장 등과 함께 단상 위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았다. 이명박 정부가 클라크 회장을 각별하게 대우한 것이다.

또 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공기업선진화특위에 참석해 "인천공항과 컨소시엄을 이뤄서 다른 공항의 비즈니스를 따고 싶어하는 회사가 많다"며 호주 시드니공항 관리회사를 언급했는데, 그 '시드니공항 관리회사'가 바로 맥쿼리그룹이다.

특히 정부가 3일 인천공항 신임 사장에 이채욱 GE헬스케어 아시아성장시장 총괄본부 사장을 내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사장의 사위가 맥쿼리그룹에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인 이지형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대표도 맥쿼리 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인천공항을 맥쿼리그룹에 매각하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인천공항 민영화와 관련 이명박 정부와 맥쿼리그룹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공항 민영화와 관련 이명박 정부와 맥쿼리그룹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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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점②] 사장 먼저 교체하고 매각 추진

이어 장 위원장은 "사모펀드가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인수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인맥을 사전에 혹은 사후에 동원한다"며 "그렇게 연결된 인맥이 매각대상을 결정하는데 인천공항은 사전에 형성된 인맥이 매각대상을 결정한 경우"라고 분석했다.

"외환은행의 경우도 매각을 하기로 결정하고 사장을 바꿨다. 증권회사에 근무했던 이강원씨가 신임 행장으로 부임하면서 매각을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의 경우도 이채욱 사장 내정자가 매각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외환은행도, 인천공항도 사장을 먼저 교체한 뒤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장 위원장은 "외환은행이나 인천공항에서도 관료와 사모펀드의 유착관계가 똑같이 등장한다"며 "론스타의 경우 이헌재 사단이라는 권력관계가 있었고, 인천공항의 경우도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 친인척 등 복잡한 인맥관계가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 위원장은 "평가가 주관적이라는 것도 맥쿼리와 론스타의 유사점"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기 위해 BIS(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를 조작해 외환은행을 '부실기업'으로 둔갑시켰고, 인천공항은 200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14개 기관 중 12위를 기록한 것을 겨냥한 지적이다.

3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 매출 9714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 당기순이익 2701억원 등 '실적'과 비교할 때 인천공항은 지나치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인천공항을 민영화하기 위해 일부러 낮은 평가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인천공항 민영화를 맥쿼리에 넘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인천공항의 경영평가를 낮게 매겼을지 모른다"며 "인천공항 민영화는 호주계 외국투자자본인 맥쿼리 자본을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기획되고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맥쿼리 운용 펀드에 누가 투자하는지 밝혀야"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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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맥쿼리그룹의 인천공항 민영화 참여는 투기인가 투자인가? 장 위원장은 "자본에는 투기와 투자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이렇게 답변했다.

"감독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투기적'일 수 있고, 책임있는 투자자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인천공항을 팔고 나서 어떤 감독이나 규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규제하기 싫어서 민영화하는 것인데, 맥쿼리가 반노동·반환경, 공공성 침해 등을 할 때 정부나 지자체가 어떤 규제를 할 수 있을까?

펀드의 존재가치는 수익성이다. 사회간접자본을 펀드에 넘겼다면 정부는 수익성을 위해 펀드를 규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투기자본의 해악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장 위원장은 "자본은 규제를 받아야 거기에 맞춰 사회적 역할을 하는데 무한대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면 돈벌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자본이 알아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맥쿼리가 인천공항을 인수하면) 공항 사용료 인상, 서비스 질 저하, 환경오염, 인력감축 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맥쿼리는 론스타처럼 사모펀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사모펀드의 목적은 수익성이지 공공성을 높이거나 사회적 책임을 하거나 국민의 복지수준을 높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에서는 연간 25%의 수익률을 주장한다. 론스타도 연간 25%를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4년 뒤 일시에 매각하면 100%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도 있다. 이런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선 맥쿼리가 수익률 극대화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론스타처럼 '먹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장 위원장은 "앞으로 맥쿼리에서 운용하는 펀드에 누가 투자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자의 이력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매각 때도 '검은머리 외국인'이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한 한국인이 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인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국내기업 등에서 조성한 비자금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인천공항 소유자야 정부이지만 49%의 투자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인천공항 이용자나 국가 이익이 아니라 49%의 투자자를 위해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 위원장은 "원래 살던 사람들에게 보상금 주고 내보낸 뒤 섬을 메워 영종도를 공항으로 만들었다"며 "49%의 투자자를 위해 공항을 만든 게 아닌데 이제 와서 49%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은 공항을 만든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2의 론스타가 될 수 있어... 반대투쟁 조직할 것"

장 위원장은 "현재 인천공항 민영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다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따지고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못하게 하면 할 수 없다. 하지만 민영화를 추진하는 한나라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막기 힘들다.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된 정당이 이런 정책을 추진할 때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다. 우리 쪽에서는 '인천공항 민영화한다고 해서 표 받았냐'고 할 수 있지만 저쪽에서 '포괄적으로 위임받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이어 장 위원장은 "정부가 지금 외환은행을 사려면 매각할 때보다 5∼6배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민영화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출혈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제2의 론스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지금부터 정치권·노조 등과 연대해서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폭로하고 반대투쟁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인천공항 민영화, #론스타, #장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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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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