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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일자 3면.
▲ 세금 깎아 경기부양? <국제신문> 2일자 3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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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지난 1일 사상 최대의 감세 정책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빼든 시기는 매우 주효한 듯했다. 주가와 원화가치, 채권가격이 동시에 폭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총체적 혼란에 빠진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대규모 감세정책이 환영받을 법도 했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았다. 언론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보수신문들, 감세정책에 신바람 ...<중앙> 사설, 압권

<중앙일보> 2일자 사설
 <중앙일보> 2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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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신문들은 "소비 진작과 중산층 복원에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며 "정부가 '감세 선물'을 안겨준 김에 대기업에 좀 더 혜택을 줬어야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득세·법인세·부동산세 등의 대대적 감면을 통해 향후 5년간 26조원대의 세금을 깎는다는 사상 최대의 감세정책을 기획재정부가 1일 발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자신문인 보수신문들은 신바람이 났다.

그 중 압권은 <중앙일보> 사설이다. '성장정책의 시금석 될 세제 개편'이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이 정부가 보여줬던 경제정책의 혼선과 무기력을 털어내고 본격적인 이명박식 성장정책의 기틀을 다지는 첫걸음"이라며 "지난 10년간 지속됐던 증세 기조와 징벌적 세제를 정상적 세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 사설은 이어 '바람직한 대목'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상속·증여세의 과세기준을 대폭 높이고 세율을 소득세 수준으로 낮추기로 한 것 역시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그동안 중소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어온 가업상속에 대한 세 부담을 대폭 줄여준 것은 다행스럽다. 앞으로 가업상속에 대해서는 요건만 채우면 아예 세금을 없애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이밖에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개별 소비세에 통합하고,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를 본세에 합치기로 한 것도 세제의 단순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말미에선 "이번 감세의 목적이 성장인 만큼 감세의 효과가 성장을 통해 경제 전반에 골고루 퍼져나갈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정부에 주문을 하기도 했다. 

<조선> <동아> "감세효과 분수령... 후속조치 내놔야"

<조선일보>도 이날 사설 '감세효과 살리기 위한 후속 대책도 내놔야'에서 세제개편의 의미와 기대효과를 긍정적으로 다뤘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지난 몇 년 동안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위축됐던 소비·투자와 떨어진 경제활력을 되살려 놓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 이 사설은 "정부는 세제개편안이 제대로 시행되면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이상 올라가고 일자리 18만개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썼다.

충고와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설은 "정부가 대기업 법인세 인하를 당초 약속과 달리 1년 늦춤으로써 그만큼 대기업의 투자 결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수도권 규제를 비롯해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수많은 '대못'을 과감하게 뽑아내는 후속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동아일보>도 '감세, 민생경제 활성화로 연결시켜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노무현 정권 때 세계(歲計) 추세와도 맞지 않는 '큰 정부'를 지탱하느라 국민이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짊어져야 했던 것에 비하면 조세 정책의 철학을 증세에서 감세로 전환하는 분수령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사설은 말미에서 "정부는 법인세율을 낮췄지만 과표가 2억 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취약계층 지원에 쓸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시행시기를 1년 늦췄다"고 지적한 뒤 은근슬쩍 방향을 돌려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면 그 혜택을 소수의 부자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경제의 파이를 키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충고했다.

<경향>, <한겨레> "서민보다 고소득층 혜택...걱정되는 세제개편"

이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들 신문들과 논거가 달랐다.

<경향>은 "'부자 프렌들리' 속성 드러낸 세제 개편안"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감세가 서민·중산층보다 고소득층,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거나 경제 활성화 효과보다는 재정 감소 위험만 클 것이라는 지적 따위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게 읽혀진다"며 "과거의 예에서 보듯 감세는 경기 진작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재정만 축내는 꼴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사설은 또 "이 막가파식 감세 질주에 제동을 거는 건 이제 야당의 몫으로 남게 됐다"고 야당의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겨레>도 '나라 앞날을 걱정하게 하는 세제개편'이라는 사설에서 "이번 세제개편은 통상적인 세제개편이 아니라 세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다"며 "세제개편이 이뤄지면 큰 덕을 보는 계층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다. 서민 중산층은 절대 세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세율 인하에 따른 혜택도 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법인세율 인하나 부동산세 완화는 대기업과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들이어서 아무리 다른 논리로 포장해도 '강부자 정권'의 속성을 드러낸 세제개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경남] "대기업 위한 세제개편...엇박자 정책"

세제개편안에 대해 지역신문들은 일제히 우려와 불신을 나타냈다. 사설과 일반기사에서 불만들을 쏟아냈다. 일반기사는 주로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지만 제목은 지역 처지에 따라 달랐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 일간지들의 비판 수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부산일보>는 이날 사설 '지방 주택시장 수요 억제하는 양도세 개편'에서 "이명박 정부가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신 성장 동력 확대 등을 위해 사상 최대의 감세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 내용은 불과 열흘 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8·21 부동산 대책'과는 배치되고 있다"며 "국토부는 전매제한 완화 등으로 주택수요를 진작시키려고 한 반면, 기획재정부는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로 주택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는 양상"이라고 비난했다. 주택시장 활성화를 발목 잡는 세제개편은 수정하는 게 마땅하다는 게 주된 골자다.

<국제신문>은 이날 '2008 세제개편안…기본방향과 문제점'과 '세금 깎아 경기부양… MB노믹스 시동' '상속·양도세 등 부자혜택 커 논란 불가피' 등의 분석기사를 통해 세제개편안을 자세히 소개한 뒤 "그러나 상속세 증여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낮추고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완화함에 따라 감세 혜택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없지 않은 만큼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또 "법인세율 최대 5%P 낮춰 '기업 프렌들리' 반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강조해온 기업 친화적(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기조를 이번 세제개편안에 적극 반영했다"며 "그러나 투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먼저 세금만 큰 폭으로 줄이고 문어발식 확장 등에 대한 규제를 대거 풀어줘 '대기업을 위한 세제 개편'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 "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9·1 감세"

<영남일보> 2일자 관련 보도
 <영남일보> 2일자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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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 주요 일간지들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영남일보>는 이날 사설 '지방 부동산시장 옥죄는 규제 안된다'에서 "한마디로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권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지 지방엔 오히려 독이 될 내용을 담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쓴 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사설은 또 "지방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약속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며 "지난달 수도권 신도시건설 방침을 밝힌 정부가 이번엔 아예 지방의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옥죄는 정책을 쏟아낸 것에 다름 아니다. 결과적으로 5년 이상 해당주택을 보유해야 비과세 되는 것은 지방의 현실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지방부동산 되레 죽일 것'이란 제목의 일반기사에서도 <영남일보>는 "정부의 9·1 세제개편안은 대구 등 지방의 넘쳐나는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는 데 오히려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 기사도 내보냈다.

<매일신문>은 "'9·1 감세'도 지방은 없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지방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 도입을 핵심으로 한 지방재정 자주재원 확보방안이 빠져 있고 부동산 양도세 개편도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가 지방 재정자립과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또 "대구상의를 비롯한 전국 상의와 대구경북연구원 등 지자체 연구원들이 지방 자주재원 확보를 위해 '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와 '공동세' 도입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 정부 각 부처, 정치권 등에 전달했지만 이번 개편안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신문은 사설 '대규모 감세정책,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에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감세정책이 '마지막 카드'라는 점"이라는 이 사설은 "재정축소라는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만큼 효과가 없을 경우 다른 카드가 없다"고 우려했다.

[호남] "세제 개편 강남권에만 치중...지역경제 도움 안돼"

<무등일보> 2일자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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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 주요 일간지들도 정부의 세제개편안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지역에 미칠 영향을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무등일보>는 '세제 개편 지역경제 도움 안돼'란 제목의 기사에서 "종부세 규모가 작아지면 지역으로 지원되는 액수도 줄어들기에 지역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세제 개편안이 1일 모습을 드러냈지만 광주·전남지역 반응은 냉담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경제 활성화'란 대명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부동산과 소득세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지방보다는 수도권 중심의 혜택이라는 우려감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 기사는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기홍 정책부장의 말을 인용해 "경기부양에만 급급한 개편안이라 졸속으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네티즌들 역시 '부자들을 위한 세제개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전남일보>도 '세제개편, 강남권 고가주택 보유자 3중 수혜'란 제목의 기사에서 "양도세 등 세제혜택이 강남권에만 치중되고, 오히려 지방, 수도권 외곽 등지는 거주요건 강화라는 굴레가 씌워짐에 따라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정부 세제개편의 최대 수혜 대상은 강남권에 거주하고 있는 고가주택 1가구 보유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일보>는 달라질 세제개편안 내용을 소개하면서 '고소득층·대기업에 수혜 집중, 부자 편들기 논란 일 듯'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기사에서 "비율상으로는 저소득자의 세금 감축비율이 높지만 실질 액수로는 고소득자일수록 절감액이 크다"는 <연합뉴스>기사를 인용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충청] "지방경기 활성화 할 수 있는 개편안 기대했는데 실망 크다"

충청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대전일보>는 '고소득층·대기업 편들기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세제 개편안이 경제적 차원이 아닌 정치·사회 측면에서 큰 찬반 논란을 불러올 조짐"이라며 "혜택의 많은 부분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돼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전>은 사설 '부유층에 편중된 세제개편 더 다듬어야'에서도 "기업들이 세금내기가 버거워 투자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며 "국내 경제의 불안정성, 해외경기악화가 주요인이라고 볼 때 대대적 감세가 실질적인 경기회복이나 조세형평성을 살리지 못한 채 국가 재정만 축낼 가능성이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도일보>도 '9.1 세제개편 또 지방외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지방 관련업계의 불만이 높다"며 "정부가 지난달 제시한 부동산 대책(8·21)에 이어서 이날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도 지방을 배려한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는 지방 수요를 일으킬 만한 메리트가 없고 세제 개편도 수도권 위주로 이뤄진 것 같다"고 지적한 이 기사는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방 경기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세제 개편안을 기대했었는데 실망이 크다"고 전했다.

[강원·제주] "지방소비세 신설 물거품, 관광개발기금 확보 비상"

강원·제주지역도 세제개편안을 지역 처지에서 분석한 기사를 내보내며 도민들의 걱정과 실망이 크다며 우려했다.

<강원도민일보>는 '2008 정부 세제개편안, 지방소비세 신설 기대 물거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세 등의 세금을 깎아주는 대대적 감세를 단행키로 한 가운데 상속세가 대폭 인하되고 양도세 고가주택 기준과 종부세가 완화됨에 따라 부유층 편중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라며 "자치단체가 요구해 온 지방소비세는 물 건너가 지역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도내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세제개편으로는 경기회복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서민과 중소기업보다는 부자나 대기업 중심의 혜택 안을 제시했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원일보>는 '9·1 세제개편안, 지역·단체마다 찬반 엇갈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종합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 양도세 비과세기준 상향조정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각 지역과 단체마다 찬반이 엇갈리는 등 극명한 대립양상을 띠고 있다"며 찬반양론을 조심스럽게 다뤘다.

<제주일보>는 이날 '정부 세제개편안으로 제주도 관광진흥개발기금 확보 비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제주특별자치도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정부 세제개편안이 카지노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일반과세로 전환토록 하고 있어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일정 부분을 외국인전용카지노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도가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걱정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제개편안, #부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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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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