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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 태인도와 하동을 연결하는 섬진대교에서 바라본 섬진강이다. 망덕포구와 외망리가 바라 보인다. 섬진대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바다와 강의 경계다. 외망리 어부들은 '섬진강'에서 전어를 잡는다.

전어 맛이 가장 좋은 곳은 어딜까. 정답은 '배 위'다. 전어는 성질이 급하다. 잡은 즉시 산소통이 갖춰진 수족관에 넣지 않으면 활어로 판매하기 어렵다. 전어를 활어로 팔기 시작한 것이 10여 년쯤 되었다. 망덕포구의 전어축제가 그 무렵 생겨났다. 작은 배 밑에 물칸을 만들고 산소를 넣어 수족관을 만들었다. 망덕포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전까지 전어를 활어로 파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수족관 전어도 하루는 말할 것도 없고, 한나절을 버티지 못한다. '물 지난 전어'라는 말이 그 때문에 나왔을 게다. 그러니 '배 위'에서 먹는 전어맛에 견줄 곳이 어디 있겠는가. 인심 좋은 어부에게 얻어 전어를 뭍에 오르기 전에 해치웠다. 낚시배가 주업인 최씨는 익숙한 솜씨로 전어를 손질해 내놓았다. 아침 전에 찬 소주를 들이키고 나무젓가락이 부러지도록 전어를 집어넣었다. 그 달콤함이란.

 

'가을의 전설' 며느리와 전어

 

 배 위보다 전어 맛이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전어는 남쪽에서 월동을 마치고 4~6월경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여 3~8월에 산란을 한다. 동중국해와 일본 중부이남, 한국 남해 연안 수심 30m에서 서식한다. 7~8월에 기름기가 적고 11월 이후에는 뼈가 억세져 9~10월이 가장 맛이 있다.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어잡이가 이루어진다. 남해안에서는 8월 중순부터 전어가 나오기 시작하며 서해안에선 8월 말부터 전어철이 시작된다.

 

특히 개흙을 먹고 사는 전어는 보성 득량만 일대, 곰소만 일대, 새만금 갯벌 일대, 광양과 하동 등 섬진강 하류 지역에서 많이 잡힌다.

 

전어가 식도락가들에게 회자될 무렵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가 '며느리'다. 단연 으뜸으로 오른 전설은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오죽 맛이 있었으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친정에 간 사이에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고 했을까.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이라 했다.

 

활어로 먹는 전어와 구이로 먹는 전어는 철이 다르다. 활어로 먹는 전어는 8월 말에서 9월 초에 먹어야 제 맛이다. 구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좀 더 참아야 한다. 나락이 누렇게 익을 10-11월에 잡은 전어를 숯불에 구워야 한다. 이때 지방질이 가장 많이 올라 숯불에 구우면 떨어지는 기름 때문에 불이 꺼질 정도다. 그래서 '가을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을 죽인다' 했다.

 

광양 전어는 부드러운 '여성'

 

 새벽 전어잡이를 위해서는 그물부터 손질해야 한다.

이렇게 망덕포구의 전어를 으뜸으로 치는 것은 모두 '섬진강' 때문이다. 지리산 자락을 돌고 돌아 만난 바다가 망덕포구다. 제철공장이 들어섰지만 예전엔 모두 갯벌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김양식을 했던 곳이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망덕포구의 전어는 뼈가 연하고 부드럽다. 게다가 먹이가 풍부해 전어가 납작하지 않고 붕어처럼 통통하다.

 

여수나 고흥에서 잡은 전어는 살이 단단해 '남성' 같지만, 망덕포구 전어는 부드러워 '여성'이란다. 망덕에서 전어잡이를 하면서 직접 횟집을 운영하는 최순이(59)씨의 이야기다. 

 

전어잡이는 새벽에 나갔다 아침에 돌아온다. 낮에 그물을 정리하고 초저녁에 한숨 붙이고 다시 새벽 3시에 전어잡이를 나선다.

 

8월부터 10월까지 망덕포구 어민들의 일상이다. 전어잡이 한철에 2-3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금처럼 부부나 가족이 전어잡이를 하기 시작한 것은 FRP 배들이 보급되고 나일론에서 낚시줄(갱심)로 바뀌고 난 후부터다.

 

섬진강 하구에서 잡은 전어는 전량 망덕포구에서 소비된다. 외지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곳곳에서 전어가 광양산으로 팔리고 있다. 그만큼 망덕전어가 맛이 있기 때문이다.

 

망덕포구 전어잡이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목선으로 전어를 잡던 시절에는 배 2척에 각각 노를 젓는 뱃사람 6명이 타고 전어를 잡았다. 이들 중 물을 잘 보는 '망쟁이'가 물빛을 보고 전어를 발견하면 배 두 척이 그물로 에워싸 잡았다. 그 그물을 '석조망'이라 했다.
 
그물 안에 가두고 밑발을 좁혀서 가두고 그물을 당겨 가래로 퍼 올린다. 이 때 부르는 노래가 '전어잡이 노래'였다. '에헤야 가래야' 가래질 소리다. 인근 경남 사천에도 전어잡이 관련된 노래가 전한다. 마도 '갈방아소리'다. 그물이 질기지 않아 갈물을 들여야 했던 시절에 전어잡이 그물에 물을 들이며 부르는 노동요다.
 
  전어 맛은 '묵은 김치'에 된장을 올려 먹는 '된장배기' 가 최고다.

광양의 전어잡이 노래는 선창으로 돌아오면서 부르는 '진(느린)가래소리', '풍장소리(농악)'소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양 전어잡이 노래가 정작 전승되고 있는 곳은 망덕포구가 아니라 섬진강으로 더 거슬러 올라 자리 잡은 진월면 신아리 신답마을이다. 그곳 사람들이 외망리 전어배를 많이 탔던 모양이다.

 

망덕포구는 바다가 아니다. 해괴망측한 소리다. 바다를 보고 바다가 아니라니. 그럼 새벽에 전어를 잡았던 곳은 바다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 이곳은 법률적으로 내수면이다. 태인도와 하동을 잇는 다리를 기준으로 강물과 바닷물이 나뉜다. 전어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구분이다.

 

옛날에 볼 수 없엇던 고등어, 청어, 아구들이 인근 어장에서 잡히고 있다. 2005년부터 심해졌다. 하지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강과 바다의 경계는 변함이 없다. 잉어와 민물장어를 잡던 포구에서 전어가 떼 지어 놀고 전어축제를 하고 있는데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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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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