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루 열 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의 경우 본인들이 특별히 운동을 찾아서 하지 않거나(또는 강압에 의해서라도) 레포츠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몸 관리나 체력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야근의 피로감과 운동량 부족에 지쳐가는 육신을 보며 한 달 전 축구장을 예약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축구장에 모였다. 츄리닝에 운동화, 반바지에 축구화 제대로 된 축구장비하나 갖추지 못했지만 축구를 하기위한 어쩌면 운동을 하기위한 그들의 열정만큼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간단히 런닝과 준비운동을 마치고 몇 번의 패스연습과 슛 팅 연습이 끝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하지만 행복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르는 땀방울을 계속해서 닦아낸다. 구르는 공은 왜 이렇게 빨라 보이고 오늘따라 축구화는 왜 이렇게 무겁기만 할까? 몸은 천근만근 누군가 어깨를 짓누르듯 무겁기만 하다.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보기만 했던 축구장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럼 이 축구장에서 90분 동안 뛰는 선수들은 도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을까?


모처럼 나에게 온 기회 앞의 선수를 부르며 패스를 시도한다. 하지만 1미터 앞에 떨어지는 공을 보며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아! 옛날이여~ 그래도 한때는 축구 좀 한다는 소리도 들었고 운동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이 부실한 몸과 체력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욱더 부실하게 느껴지는가? 몸 따로 마음 따로 라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터질듯 한 심장은 한 시간도 더 지났다고 몸에 신호를 보내지만 휘슬을 쥐고 있는 심판은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가 시간이 더 지났을까? 길게 울려 퍼지는 두 번의 휘슬 소리 이제 25분 1쿼터 경기가 끝났단다. 아! 그러면 앞으로 얼마를 더 뛰어야 하지?

 

 

물 한 모금의 시원함과 붉게 변하는 피부


뜨거운 햇살아래 이렇게 운동장을 뛰었던 것이 얼마만인가? 터질듯 했던 심장박동이 시원한 물 한 모금에 조금씩 진정되어간다. 준비했던 썬 크림도 바르고 피부를 물로 적셔보기도 했지만 가을을 재촉하는 햇살에 노출된 피부는 붉게 변해간다. 여름도 다 지났는데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면 피부가 따끔거리고 아플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에게 맞은 듯 온 몸이 쑤시고 아플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시며 시원하게 넘긴 냉수 한 모금 우리의 고민꺼리도 지난시간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도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물 한 모금처럼 시원하게 넘어가는 느낌이다. 운동장 안에서의 시간은 10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더니 휴식시간의 10분은 1분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다음 쿼터 준비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소리는 군대에서의 기상나팔 소리보다 더 싫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내가 이렇게 운동장을 마음껏 뛰며 즐길 수 있겠는가?

 

 90분의 축구경기 우리는 또 다른 우리를 느꼈다

축구는 본래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는 경기이다. 다른 축구클럽이나 회사의 동호회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90분 동안 쉼 없이 운동장을 뛰었고 골도 넣었다. 비록 국가대표나 프로축구 선수들처럼 화려한 플레이를 한 것도 아니고 전후반 90분을 뛰었던 것도 아니지만 30분 3쿼터경기를 뛰며 터질듯 한 심장박동 소리를 느꼈고 그동안 회사에서 보아왔던 과장님 차장님이 아닌 운동장에서 함께 숨 쉬며 뛰고 있는 동료선수로서 서로를 격려해주고 멋있는 경기모습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보냈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같은 부서 또는 같은 팀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서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서로 교류의 시간도 그만큼 작아 질수 밖에 없다. 우리는 90분간의 축구경기를 뛰었지만 땀 흘리며 몸을 부딪쳐가며 뛰었던 90분은 우리에게 단순한 90분 이상의 의미를 안겨 주었다.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되면 우리는 또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오늘의 90분은 분명 또 다른 우리를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태그:#동호회축구, #건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