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2 인간극장 -나는 날고싶다- 편의 이정선(35)씨. (캡처사진)
 KBS2 인간극장 -나는 날고싶다- 편의 이정선(35)씨. (캡처사진)
ⓒ KBS2 인간극장

관련사진보기


최근 KBS2 <인간극장>(월~금 오후8:20분)이 한 30대 여성의 애틋한 사연을 방영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이정선(35)씨였다. 그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여성이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점 하나 때문에 소박한 그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바로 200kg에 가까운 몸무게 때문이다. 행복하고, 그저 평범한 여성이고 싶었지만 그녀의 현실은 초고도 비만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남들보다 뚱뚱한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큰 죄일지도 몰랐다. 끔찍한 정신적 고통이 중벌처럼 그에게 가해졌다. 무엇보다 자신을 향해 사람들의 비웃는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그런 세간의 눈초리에 그는 의기소침해졌다. 급기야 바깥 외출을 꺼리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저 사람. 어떻게 TV에 나올 용기를 냈지?'

그런데 왜였을까? 세상과 거리를 두었던 이정선씨는 용기를 내어 KBS 인간극장에 출연했다. 그의 사연은 <나는 날고 싶다>라는 제목을 달고 TV 전파를 탔다. 사회적 반향은 뜨거웠다. 다이어트 열풍으로 마른 사람들이 대다수인 우리 사회에 뚱뚱한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특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한 병원의 도움을 받은 그는 11월 말 수술을 거쳐 시청자들 앞에 달라진 모습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초고도비만이었던 그가 상처를 딛고, 당당해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분명 다행스런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외모와 몸무게를 거들먹거리며 이러쿵 저러쿵 상처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편견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해서 과연 사회의 편견이 바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단언코 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사회 탓 할 필요도 없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 역시 뚱뚱한 사람들에 대해 오해를 했다. 그저 뚱뚱한 사람 대부분이 자기 관리를 못해서 뚱뚱해졌다 생각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리 된 경우가 훨씬 많은 데도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뚱뚱한 것이 죄가 아닌데도 편견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었다. 안타까운 것은 비단 필자만이 이런 편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그녀의 용기는 무모해 보였다.
<나는 날고 싶다>라는 그녀의 바람은 크게 상처입을 것이 뻔했다. 제대로 날지 못한 채 추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KBS 인간극장 -나는 날고싶다- 이정선(35)씨 편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 메세지를 전달됐다. 그 메세지는 용기란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KBS 인간극장 -나는 날고싶다- 이정선(35)씨 편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 메세지를 전달됐다. 그 메세지는 용기란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 KBS 인간극장

관련사진보기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분명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초고도비만자인 그에 대해 비난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KBS 인간극장 <나는 날고 싶다>편의 끝에서 예상과는 정반대 반응이 나왔다. 악플이나 악담이 아닌 감동 메시지가 주를 이룬 것이다. 인간극장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진심을 담은 시청자들의 응원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그 놀라운 결과를 보며 필자는 그동안 가졌던 편협한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정선씨.육교위에서 당신이 못난 이정선과 이별하려고 절규할 때 저도 같이 울어버렸네요. 당신이 가여워서...그리고 나의 모습과 겹쳐보여서...당신을 응원합니다. 더 힘차게 살아주세요. 당신의 용기를 배워 우리도 더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제눈에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진심으로......                                                    이은선(wemeet57)

얼마나 힘든지는 다 알 수 없지만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전 조그마한 일에 상처받아 1년동안 참 힘들었고 그시간이 잊혀지지가 않았었죠..근데 정선씨를 보니 그동안 저의 일은 참 한심한 일들이었던 것 같네요..정선씨가 지금까지 얼마나 인내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어요...  (중략)                                         정인숙(monani0604)

정선씨의 희망 날갯짓에 시청자가 울었다. 그 눈물은 값싼 동정이나 위로 같은 것이 아니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에 대한 진지한 응원이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겪는 가혹한 불평등에 맞선 그의 용기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감동스토리에 무덤덤한 필자 역시, 이정선(35)씨의 용기있는 도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 오랜만에 흘려보는 눈물이다. 그 이유는 왜였을까? 아마도 억척스럽게 돈을 벌고, 사기를 당해 모든 것을 잃었을 때에도 주저앉지 않은 의지에 대한 존경일 것이다.

이정선(35)씨의 감동적인 삶에서 희망을 엿본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수백, 수천번 구직을 거절당했지만 그럼에도 포기않고 세상의 편견에 맞섰던 그, 그런 용기로 결국 자신의 일을 찾은 뜨거운 열정에서 희망을 본다. 또 그에게 아무 편견없이 일자리를 내준 사람들에게서 희망의 참모습을 본다. 그 희망의 모습 속에 우리 사회의 비만자에 대한 편견은 깨져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11월 말, 수술 후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설 이정선씨, 그때가 되면 그는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비단 정선씨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시선이 달라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을 기대한다. 초고도비만으로 고생하는 모든이가 당당하게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또한 모든 불평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당당해질 수 있도록 우리에서부터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태그:#초고도비만, #이정선, #나는 날고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