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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한 누리꾼의 글을 문제 삼아 <창작과비평> 2008년 가을호(통권 141호)에 대해 법원에 '배포 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또한 29일 출판사와 저자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장까지 제출했다.

 

<창작과비평>은 이번 가을호에서 '이명박정부, 이대로 5년을 갈 것인가'라는 특집기획을 마련하며 누리꾼의 기고문 2편을 게재했다. 그 가운데 한 편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인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누리꾼 나명수(아고라 닉네임 '권태로운창')씨의 '이것이 아고라다'였다.

 

나씨는 이 글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SRM을 제거하면 스테이크를 해먹어도 안전하다"는 심 의원의 당시 발언 등과 그에 대한 누리꾼들의 대응을 "권력의 허상이 드러나는 순간 조롱의 대상"이 되는 사례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이 "허위 사실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아고라 알바 의혹, 18원 후원운동 등이 논란

 

여기서 심 의원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세 대목이다.

 

먼저 나씨는 이 글에서 심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던 때 "'다사랑' 닉네임의 네티즌이 그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해당 IP의 주소가 심 의원 집무실의 것임이 밝혀졌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누리꾼 '다사랑'은 심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고, 해당 IP 또한 심 의원 집무실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당시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몇몇 신문에도 보도됐는데, 실제 '다사랑' 닉네임은 이규양 한나라당 중앙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나씨는 "(또 다른 닉네임인) '심스마일'은 5월 한 달에만 무려 846개의 글을 아고라에 올려 그곳을 혼탁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도 적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스마일'이란 이름으로 네이버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 아고라의 '스마일'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당시 심 의원실의 한 직원은 네이버의 한 카페에 1980년대 서울의 봄 때 시위대의 '서울역 회군' 결정을 놓고 심 의원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자 "허위사실이므로 신고한다"는 댓글을 단 적이 있다.

 

또한 나씨는 심 의원에 분노한 누리꾼들이 벌인 '18원 후원금' 보내기 운동을 소개하며 "수만 건 이상의 18원을 이렇게(영수증 발급을 등기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심씨의 참으로 딱한 처지가 선히 그려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실제 '18원 후원금'을 보낸 누리꾼은 소수이며, 소액 후원금에 대해선 영수증을 발송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창비 측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그대로 기술한 것일 뿐이며, 심 의원이 '반드시 영수증을 보내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기고문에 대한 아무런 반박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의 제기했지만 창비 "필자 의견 존중"

 

잡지 제작 과정에서 이 글의 게재 사실을 파악한 심 의원은 창비 측에 이의 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비 측은 29일 낸 보도자료에서 "양심에 따른 표현의 자유와 언론 출판활동의 자유에 근거해, 그리고 일부 사실관계의 진위 여부가 필자의 주장과 경합할 경우 필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상적으로 잡지를 제작 배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창작과비평>은 필자들의 자유로운 논지를 담긴 글을 싣는 종합지"라고 강조하며 "특정 글의 특정 대목을 문제삼아 잡지 자체의 배포를 중단시키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언론 자유의 침해"라며 반박했다.

 

또한 심 의원의 법적 대응에 대해선 "명백히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하고 위축시킬 목적으로 판단되기에 모든 대응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간 <창작과비평>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폐간조치를 취한 이후 87년 복간돼 지금까지 40여 년간 발행되고 있으며, 현재 1만여 명의 각계 구독자들이 애독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잡지이다.

 

법원과 언론중재위의 1차 심리는 9월 초 열릴 예정이다. 언론탄압인가, 명예훼손인가. 언론중재위와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태그:#창작과비평, #심재철, #아고라, #배포금지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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