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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의 아침은 고요하다.
▲ 황토 너와집 흙집의 아침은 고요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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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수면에 산을 품은 과동저수지와 함께 깨어나는 흙집의 아침은 고요하다. 흙집의 항아리 속에는 된장이 익어간다. 흙집 산자락엔 밤이 익어간다. 울타리 담장에는 기다린 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박꽃은 지난밤 하얀 자태를 뽐내더니 아침이 되자 꽃잎을 접었다. 흙집에서 자고난 아침은 날아갈듯 몸이 가뿐하다.

아침밥상에는 색다른 찬이 보인다. 가지나물이다.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추억을 불러온 가지나물이 입에 착착 감긴다.
▲ 가지나물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추억을 불러온 가지나물이 입에 착착 감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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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향의 어머니는 밥 뜸들일 때 가마솥의 밥 위에 가지를 얹어 쪄내어 손으로 ‘쭈욱~쭉‘ 찢어 갖은 양념으로 무쳐주곤 했었는데…."

가지를 삶아 손으로 찢어내 물기를 꼭 짜고 집 간장으로 간한 뒤 맛소금 약간, 파 송송, 마늘 다져넣고, 참기름, 참깨,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냈다.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추억을 불러온 가지나물이 입에 착착 감긴다.

구수한 된장향기가 너무 좋아요!

황토흙집 안에서는 온갖 요리를 해먹어도 전혀 냄새가 없다. 삼겹살을 구워도, 생선을 구워내도 금방 냄새가 가신다. 황토 흙이 중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담배 냄새마저도 곧바로 사라진다. 또한 흙이 습도조절을 해주므로 가습기도 필요 없다. 환기를 시키지 않아도 실내 공기가 항상 쾌적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비염환자에게 최적이란다. 그래서 밤새 숨쉬기가 그리도 편했나 보다.

한씨는 군자란을 아파트와 황토 집에 똑같이 사들여 키워봤는데 황토 집에서 키운 군자란의 꽃이 보름을 더 피었다고 한다. 황토에서 자란 소나무도 잎이 무성하다. 한씨는 그만큼 환경과 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된장을 퍼내자 향기가 진동한다. 그윽한 된장의 구수한 향기에 순간 도취된다.
▲ 솔잎황토방된장 된장을 퍼내자 향기가 진동한다. 그윽한 된장의 구수한 향기에 순간 도취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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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솔잎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된장 저장고다. 된장을 퍼내자 향기가 진동한다. 그윽한 된장의 구수한 향기에 순간 도취된다. 한씨 부부는 된장독에서 갈색으로 변한 된장을 걷어낸다. 방부제 등의 식품보존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윗부분은 이렇게 쉽게 갈색으로 변한다. 사실 걷어낸 된장 또한 품질이 똑같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아서다.

"이렇게 나가는 게 많으니…."
"쪼끔씩 나가니까 항아리에서 풀 때마다 손실이 많이 나가요."

된장을 퍼 담던 부부는 안타까워한다. 알음알음 소량 판매를 하는 이곳은 이렇게 다 걷어내다 보니 소비자에게 팔 물량은 그리 많지 않다. 한꺼번에 판매하면 이런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장이 익어가는 황토 솔밭

황토 솔밭에서 자연을 품은 채 장이 익어간다. 소나무 무성한 솔숲에서 은은한 솔잎향기를 잔뜩 머금고 된장이 익어가고 있다.
▲ 장독대 황토 솔밭에서 자연을 품은 채 장이 익어간다. 소나무 무성한 솔숲에서 은은한 솔잎향기를 잔뜩 머금고 된장이 익어가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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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에서 된장을 포장용기에 담는다. 꼭꼭 눌러 담는다. 저울 눈금이 넉넉하게 잘 달아준다.
▲ 한기진, 주성희 부부 소나무 숲에서 된장을 포장용기에 담는다. 꼭꼭 눌러 담는다. 저울 눈금이 넉넉하게 잘 달아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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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퍼 담을 때가 "듬직하고 뿌듯하다"는 그들 부부의 얼굴에 행복이 은은하게 번져간다. 된장향기처럼 구수하게 전해져 온다.

모든 게 수작업이라 다소 힘이 들지만 정성을 듬뿍 담아내기 위해 직접 만든다. 한기진, 주성희 부부가 소나무 숲에서 된장을 포장용기에 담는다. 꼭꼭 눌러 담는다. 저울 눈금이 넉넉하게 잘 달아준다. 된장용기 무게를 제하고도 200~300g이 그냥 덤이다. 

"정량보다 많이 들어갔는데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이게 정말 많나 달아보잖아요."

황토는 그들 부부의 삶이자 생활이다. 황토는 된장에도 한식간장에도 스며있다. 이집 한식간장은 장맛이 유별나 산모들이 많이 찾는다. 미역국을 끓여내는 데에는 솔잎황토방간장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된장과 간장은 소량으로 포장 판매도 한다. 솔잎황토방 된장 1kg 1만2000원, 솔잎황토방간장 1.8리터 7000원이다. 솔숲 시골 장독대에서 잘 익은 된장에는 아련한 추억이 담겨 있다.

소박한 꿈 키워 더불어 살았으면...

밤 풍경은 은은하고 멋스럽다.
▲ 황토 흙집 밤 풍경은 은은하고 멋스럽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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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담장에는 기다린 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박꽃은 지난밤 하얀 자태를 뽐내더니 아침이 되자 꽃잎을 접었다.
▲ 기다란 박 울타리 담장에는 기다린 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박꽃은 지난밤 하얀 자태를 뽐내더니 아침이 되자 꽃잎을 접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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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인 주성희씨의 친정은 전남 신안군 안좌면이다. 옛날 종가집인 주씨의 친정 장맛은 주변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 맛을 못 잊어 24년 전부터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게 오늘날 솔잎황토방된장의 시작인 것이다.

장맛이 없으면 버리길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길 20여 년 드디어 5년 전 고향집의 장맛을 찾아낸 것이다. 장은 좋은 자연환경에서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으로 담아내야 참맛이 깃든다고 한다.

그런 정성이 결실을 맺어 올 7월에는 전남도지사가 인정한 지역명품으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도지사품질인증상표 사용허가제는 전남도내에서 생산된 우수농수특산물을 선발해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다. 품질인증 상표를 3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전남도가 그 품질을 보증한다.

솔잎황토방된장은 만드는 초기단계에서부터 포장하는 그 순간까지 자연과 호흡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대자연이 스며들어 친환경이 된다. 황토 솔밭에서 자연을 품은 채 장이 익어간다. 소나무 무성한 솔숲에서 은은한 솔잎향기를 잔뜩 머금고 된장이 익어가고 있다.

한씨 부부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소박하게 사는 것이 그들 부부의 꿈이다. 단지 욕심이 하나 있다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만큼만 된장 생산량을 늘려가는 것이다.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귀농을 했다. 아이들 키우는 게 아직은 힘에 부치지만 텃밭에서 자급자족하고 삼시 세끼 끼니걱정은 않고 산다.

덧붙이는 글 | 전원생활을 꿈꾸는 독자 분들은 본보기로 삼아도 될듯합니다. 전원생활, 황토 집짓기, 된장 만들기 등에 관한 궁금증 061)285-5559 한기진씨에게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해 드립니다.

*솔잎황토방된장: http://www.toenjang.co.kr/default/



태그:#솔잎된장, #행복한 전원생활, #황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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