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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교도대회를 하루 앞둔 서울 종로 견지동 한국불교문화회관 1층 로비는 부산했다. 대형 행사를 앞두고 챙겨야 할 것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실무자들의 손길은 분주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종교차별금지법 입법화 성취' 연등이 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산문 바로 앞에서는 몇몇 스님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에 항의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고 신도들은 종교차별 사례를 담은 벽보를 둘러보았다. 경찰이 둘러싼 조계사는 이명박 정부에 항의하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진화 스님(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 상임집행위원장)은 26일 오후 행사준비로 인해 연이어 울리는 전화벨 사이로 한국불교문화회관 3층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13만명 규모로 예상하는 이번 대회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운을 뗐다. 지금까지 불교가 꾹꾹 눌러 참아왔던 분노가 한 번에 터져 나온 격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승려는 분신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진화 스님은 "범불교도대회를 시작으로 전국 대도시 중심으로, 사찰별로 이명박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맨 마지막 보루로 승려대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정부가 안이하게 불교계를 쉽게 보고 있는 게 드러난 만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스님은 지관 총무원장 스님을 만나 "분신하겠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독신인 승려들은 가정을 꾸린 목사들과 달라 앞뒤 생각을 재지 않고 상황을 단순하게 보고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 한마디 안한 채, 어청수 경찰청장을 싸고돈다면 끝까지 가겠다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이 워낙 강해 불교계는 선거과정에서부터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도 불자들은 '반정부'를 싫어하기 때문에 '장로가 대통령이 된다'는 점에 대해 별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막상 당선 뒤에 여러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불교 폄훼에 나섰는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27일 전체 불교도가 깃발을 들고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화 스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진화 스님은...

1981년 보성 스님을 은사로 송광사에서 출가했다. 88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했으며 96년에서 2000년까지 고려대장경연구소 부소장을 지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광주 증심사 주지로 봉직했으며, 현재는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이자 서울 강남 봉은사 총무국장을 맡고 있다. 

- 불교계가 27일 범불교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행사인가.

"근대 한국불교사에서 27개 범 종단이 다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범불교도대회를 계획한 게 불과 보름 전이다. 많이 모일까 염려됐었는데, 경찰이 대신 홍보를 많이 해주었다.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회유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됐다. 여당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각 사찰에 다니면서 또 더 알려졌다. 간접홍보로 자발적 참여의사를 밝힌 단체와 사찰이 많아졌다. 13만명은 족히 모일 거다. 불교는 단 한 번도 정부를 상대로 싸운 일이 없다. '반정부'를 해본 일이 없는데, 종교차별이 심각하니까."

 

- 불교계는 종교차별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한 듯하다. 유인촌 장관이 대신 사과했는데.

"유인촌 장관이나 한승수 국무총리 모두 사과인지 뭔지 했지만 그게 사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봉행위가 요구하는 것과는 전혀 맞지 않다. 우리의 뜻과 상당히 거리가 멀다. 유인촌 장관의 사과는 정부의 입장 표명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에 꼭 사과해야 하는 이유

 

 

-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사과해야 한다고 보나.

"이명박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종교 편향적으로 공직업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 앞서 대통령이 먼저 종교 편향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과를 해야 한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경쟁 때문이다.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대통령의 종교를 생각해 과잉 충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이 기독교 신자니까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예단하는 사람들. 그런 게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왜 사과를 거부했다고 보나.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는 불교도들의 정서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잘못 판단하는 것 같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제대로 안 들어가는 건지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아주 심각한 생각으로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의 불교 정서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불심검문, 경찰복음화 포스터 제작 등을 문제 삼아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을 주장했다.

"조계사에 시국관련 수배자들이 농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사찰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그 정도로 심각하게 경비를 한다면, 조계종과 조계사에 대한 기초 정보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총무원장 스님 차량인지 모르고 검문검색을 했다고 했다. 매일 조계사 앞을 지키는 직업경찰들이 총무원장 스님 차량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지관 스님은 한국불교종단의 최고 수장이다. 매일 아침 조계사에 왔다가 오후에 퇴근하는 차량을 일부러 세워서 검문한 거다.

 

또 스님께서 검문에 불응하셨다면 모르겠는데, 직접 총무원장이라 밝혔는데도 경찰은 트렁크까지 보자고 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우발적 사고라며 따라서 자기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얼마 전 강남경찰서장이 부하직원의 공금횡령 문제로 직위 해제됐다. 그런데 어 청장은 자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안 지려고 한다. 내가 직접 지시한 게 아니니까 내 책임이 아니다? 경찰의 수장이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경찰이 한국불교 최고의 수장을 욕보였다"

 

- 경찰이 왜 총무원장 스님의 차량을 검문했다고 보나.

"한마디로 욕보인 거다. 종교편향이고 한국불교에 대한 차별이자 폄훼다. 한국불교종단 최고 수장한테도 이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다. 또 어청수 청장은 순복음교회에서 제작한 경찰복음화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등장했다. 이것을 전국 경찰에 배포하라고 허락했다. 이런 일은 오롯이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나라 경찰 수장이 특정 종교행사의 포스터에 출연하나. 다종교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경찰은 불교계가 거세게 항의하니까 전국의 조직력을 활용해 스님들을 찾아다니면서 해명했다. 어 청장이 직접 스님들에게 편지도 보냈다. 그러나 우리들이 원하는 바는 이게 아니다. 어 청장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 경찰청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행동치고는 너무 가볍다. 2000만 불교도들에게 타격을 입혔다면 당연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 어청수 경찰청장은 불교계와 인연을 강조하고 나섰다. 원래 불교도였고, 남해 보리암에 가면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사진도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 같은 행동은 어떻게 보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꾸 그런 식으로 말을 한다. 우리가 언제 어 청장 개인에 대해 얘기했나.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자신의 역할에 맞는 노릇을 못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은 본말전도다.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공직자로서의 자기 역할과 위치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못 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큰 문제다.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질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하다."

 

- 어 청장이 조계종 중진급 스님 290명에게 보낸 편지는 어떤 내용인가.

"내 편지를 직접 뜯어보지는 않았는데, 주변의 말을 빌리면 흡족한 내용이 아니다. 전혀 진정성이 없는 내용이었다. 종교탄압은 본의가 아니고, 만일 그런 것 때문에 스님들이 상처받았다면 사과한다 뭐 이런 식이다. 뭐든 자신의 책임은 없고, 밑의 사람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둘러댄다. 국토해양부 지도시스템 '알고가'에서 전국 사찰이 빠졌을 때도 국토해양부는 업체 탓을 했다. 국토해양부는 잘못 없고 업체만 잘못인가. 국가공무원들이 이렇게 남탓만 하면 되겠나. 변명만 늘어놓고 아무 책임 안 지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어청수 청장 아랫사람 책임 둘러대기 무책임하다"

 

- 어 청장이 직접 찾아와 사과한다면 받아들일 건가.

"어 청장은 사과할 게 아니라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사과 여부와 관계없이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 청와대는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론'과 관련 "거론된 바도 논의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잘못 인식하고 있다. 왜 어 청장이 물러나야 하는지 우리가 분명히 요구하고 있는데 그 말뜻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종교차별이다. 이번에 어 청장만큼은 정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 어 청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4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총무원장 스님도 범불교도대회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씀하셨다. 불교계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 만일 4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봉행위를 상설기구로 만들고 지방 대도시를 돌면서 종교차별 규탄대회를 할 것이다.

 

또 전국 사찰에서 반정부 규탄대회를 열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승려대회를 연다. 지금은 종교차별 문제만 얘기하지만 그때가 되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갈 것이다. 오늘(26일) 한 스님이 총무원장 스님을 만나 정부가 지속적으로 무성의하게 나오면 분신할 각오까지 돼 있다고 말했다. 오늘은 잘 설득했지만 앞으로 그런 사태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스님들은 단순하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부분을 굉장히 염려하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일반신도들까지 모이는 대중행사인 관계로 평화적으로 하려고 한다. 그러나 향후 경남에서부터 시작되는 지방 대도시 행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경찰은 막고 스님들은 항의한다면 대규모 구속사태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구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이명박 정부가 왜 이렇게 민심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나. 

"우리 국민여론이나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는지 의심스럽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성향이 작용하는 점도 있다고 본다. 5공 시절처럼 강압적으로 하면 모든 국민이 겁먹고 따라올 거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옛날에는 권력을 무서워했지만 요즘에는 권력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피난처 찾아온 촛불수배자들 우리가 끝까지 보호한다"

 

- 그밖에 촛불집회 구속자 석방과 수배 해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촛불수배자들을 사찰 안으로 받아들인 것은 국민통합을 위한 불교계의 조치다. 시국집회를 열다 피난처를 찾아 절로 들어온 사람들인데 나가라 할 수 있나. 이 사람들은 절이 그들을 보호해줄 거로 생각하고 왔을 텐데 그들을 내쫓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건 종교의 도리가 아니다. 불교는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는 창구다. 촛불수배자를 보는 시각은 각각 다 다르지만, 일단 절에 들어온 사람은 보호해야 한다. 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 들어온 수많은 시국사범들을 성당이 내쫓지 않았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은 촛불수배자들이 절에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일관된 입장은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불교계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바는 국민화합이다. 물론 신도들 가운데는 문제제기하는 분들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다 똑같은 의견만 있을 수 있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 이명박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한국사회는 갈등구조가 뿌리 깊다. 이념갈등, 지역갈등, 빈부갈등 등. 마지막으로 남은 게 종교 갈등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기독교가 한국에 상륙한 뒤 좋은 일 많이 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는 아주 편협하고 도전적이다. 사랑을 강조하면서 다른 종교를 굉장히 자극해왔다.

 

더구나 정치지도자가 국민화합 차원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종교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아주 위험한 수위다. 특정 종교를 세력화 하면서 정교분리 원칙에서도 벗어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뉴라이트는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이 부분을 굉장히 우려한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꾼다는 발상도 참으로 기가 막힌 일 아닌가.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국민을 평화롭게 살게 해도 살기가 쉽지 않은데 자꾸 갈등을 일으키게 만들고 있다. 그런 고위공직자는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영남권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다. 그런데 요즘 영남권에서 이명박씨를 잘못 뽑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이번 범불교도대회 이후 지역별로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때부터는 정권규탄으로 간다. 우리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명박 정부 정책 기조에 문제 많다. 언론장악,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사문제, 수도 민영화, 부자들만 잘 살기 위한 세금면제 등 많다. 이제 하나하나 다 꺼내게 될 거다."

 


태그:#범불교도대회, #어청수, #진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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