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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KBS사장 후보자 면접을 마친 뒤 여의도 KBS신관으로 통하는 지하식당의 통로(오른쪽 위)로 나가려는 유재천 이사장을 사원행동 직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KBS신관으로 통하는 지하식당의 통로(오른쪽 위)로 나가려는 유재천 이사장을 사원행동 직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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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 KBS의 새로운 사장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사장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방송전략실장이었던 김인규 전 KBS 이사였다.

하지만, '특보단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과 함께 김인규 전 이사는 사장 공모를 포기한다. 물론 고령의 김은구 전 KBS 이사가 후보로 부각됐지만, '최시중과의 저녁식사'에 참석한 것이 발각된데다가 KBS 인사관리실장이었던 1990년 당시 감사원에 의해 비위를 적발당한 경력이 있는 등, 그가 사장으로 임명될 경우에는 '방만한 경영'과 '현저한 비위'를 명분으로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한 명분 자체가 틀어져버리게 된다.

이병순 KBS비지니스 사장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KBS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사장으로 낙점됐다.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남아있지만 말 그대로 '절차'에 불과하다. 정연주 전 사장의 남은 임기 1년 4개월은 그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병순 사장 선임, '여론' 의식한 한발 앞선 수

앞서 이야기했듯이, '김인규 카드'가 무산된 이후 KBS이사회는 'KBS 출신 발탁'이라는 선임 명분을 내세웠다. 그 과정에서 거론된 후보들은 실제로 KBS 내부 출신이었으며, 별다른 정치적 특색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만, 김은구 전 KBS 이사가 "좌경화가 대한민국을 위협한다"는 취지의 우익단체 선언에 참여한 전력이 부각됐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변화는, '특보단 인사'와 같은 '자극적 인사'가 아니라, '덜 자극적인 인사'들을 유력후보로 전면배치했다는 점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나 '방송 장악 기도' 논란을 가급적 피하면서, 노조의 반발 역시 잠재우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실제로, KBS는 그와 같은 대처가 아주 잘 통할 수 있는 독특한 방송사였다. KBS노조는 정연주 전 사장과 대립각을 세우던 '반 정연주' 성향을 공개적으로 내세웠으며, '정연주 사장 해임'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한 세력은 소수의 'KBS 사원행동'이 유일했다.

결국, '정연주 축출'이라는 목표가 어쨌든 해결된 KBS노조로서는 YTN의 경우와 같이 '특보단 인사'와 같은 노골적인 낙하산이 아니라면 새로운 사장 선임에 대해 굳이 맞서야 할 이유가 없었다. '최시중과의 저녁식사'에 참석했던 '김은구 전 이사'에 대해서만 반대 목소리를 내세운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병순 사장 선임'은 결국, 이명박 정부나 KBS이사회의 여당 측 이사들로서는 전략적으로 잘 절제된 사장 선임이라고 할 수 있다. KBS노조를 주저앉히면서 야당이나 언론인의 입장에서도 뚜렷한 공격의 빌미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이병순, '엄기영'을 주목하자

 KBS 차기 사장으로 임명제청된 이병순(59) KBS비즈니스 사장.
 KBS 차기 사장으로 임명제청된 이병순(59) KBS비즈니스 사장.
ⓒ KB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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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사장 후보자의 프로필은 극도로 단순하다.

"1977년 KBS에 기자로 입사했다. 그 이후로는 창원방송총국장, 대구방송총국장, 뉴미디어본부장, KBS미디어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2005년부터 KBS비즈니스의 사장을 맡고 있다."

정치적 특색도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옛 언론 기록을 뒤져봐도 그와 관련된 뚜렷한 에피소드는 없다. 위의 프로필은 그가 30여 년 가까이 KBS맨으로 풍부한 경력을 쌓았다는 이야기 외엔 전해주는 것이 거의 없다.

다만, 경남 거창 출신으로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경북고 동기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라고 하며, 김인규 전 이사와도 '절친한 사이'라는 점이 이명박 정부 및 한나라당과의 연결고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사장 임명 제청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고 공개적으로 문제제기 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KBS 사원행동'도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동력이 미약하다.

오히려, <뉴시스>는 25일자 기사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된 이병순씨는 누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목소리를 제기한다.

"KBS의 한 관계자는 'KBS 창립 이후 첫 KBS 내부 출신 사장이다. 원칙주의자인데다 깔끔한 성품'이라며 '20년 동안 함께 일해 왔지만 한 번도 그 사람에 대해 나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KBS 직원은 '성격이 괄괄하고 경비절감을 강조하는 분이라 구조조정을 강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짧은 문단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내포돼 있다. KBS 내부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기에 그의 사장 임명 제청에 대한 '반발' 목소리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연주 전 사장이 '대팀제'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 정연주'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역시 반발 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아예 KBS 2TV에 대해 민영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KBS로서는 적극적으로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KBS 최초의 내부 발탁 사장'으로서 이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의 압력에 노출될 것이다.

게다가, 정치색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논란'을 만들 소지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사례는 MBC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엄기영 사장 역시 정치색이 없는 사장이다. 하지만, MBC는 아예 전면적인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엄기영 사장은 내부 구성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PD수첩 관련 사과방송'을 직접 강행해 내부의 반발과 함께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KBS 2TV에 대한 민영화를 KBS 구성원이 가만히 좌시할 리가 없다. 게다가, KBS에도 이명박 정부나 보수세력이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미디어포커스>나 <시사 투나잇>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과연, 이병순 사장 후보자가 '사장 내정'이 확정된다면, 그 이후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이명박 정부의 '판정승', 방송의 미래는?

 야당 추천이사인 이기욱 남윤인순 이사가 25일 KBS본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퇴장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KBS '사원행동'이 이들 뒤에서 '이사회 해체' '공영방송 사수'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이기욱 남윤인순 이사는 친여 이사들의 사장 선임 강행을 반대해왔으며,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때에는 사장 후보자 면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야당 추천이사인 이기욱 남윤인순 이사가 25일 KBS본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퇴장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KBS '사원행동'이 이들 뒤에서 '이사회 해체' '공영방송 사수'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이기욱 남윤인순 이사는 친여 이사들의 사장 선임 강행을 반대해왔으며,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때에는 사장 후보자 면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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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YTN은 구본홍 사장이 직접 나서 노조에 대한 '징계'를 거론하고 있으며,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압박도 무척이나 거세다. 신문·방송 겸영 및 민영화와 같은 방송계의 판도를 뒤흔들 이슈들도 남아있다. 이병순 사장 후보자는 그 속에서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됐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병순 임명 제청'은 이명박 정부의 판정승이다.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나름의 명분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방송 장악 기도'에 대한 본질적인 논란은 바뀌지 않았다. 그속에서 KBS 내부에서 여전히 이명박 정부에 저항할 세력은 소수의 'KBS 사원행동' 밖에 없을 것이다. KBS의 미래는, 그리고 방송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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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로디프(http://www.lawdeep.co.kr)'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