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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KBS 사장의) 임기 보장 차원에서 '임면'을 '임명'으로 바꿨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적법성 논란과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초기인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을 제정하면서 KBS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는 "임명권자가 당연히 해임권도 갖는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적 영향받는 것 안타까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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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것은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 박 의원은 21일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가 주최한 '대통령의 KBS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 "엊그제 휴가지에서 들은 말씀"이라며 발언을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KBS 사장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꾸게 된 취지와 관련 "임면권 아래에서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당시 강원룡 목사의 건의를 받아 결정했고, 관계장관인 문화관광부 장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방송법이 통과되고 방송위원회가 구성된 2000년 3월 방송위원, 방송인 초청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도 "사실 그렇게 (방송위를 구성)해놓고 보니, 정부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권리를 방송위로 넘겨줘서 좀 서운한 점도 있다"며 "나는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 권한을 방송위에 넘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하루속히 방송법이 되지 않으면 우리 방송이 세계에서 앞서갈 수 없고, 세계화 시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국민의정부는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겠다고 결심하고, 의지를 갖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애로가 있었고 의견 차이로 시간이 걸렸지만 끝내 여러분과 같이 이것을 해낸 것을 축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21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긴급토론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오른쪽은 원혜영 원내대표.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21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긴급토론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오른쪽은 원혜영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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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이 전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통합방송법 제정 취지가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KBS 보도국 기자 간부가 청와대 공보수석실에 파견나와서 방송을 조정했다"며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방송의 모든 권한을 정부에서 방송위로 넘겨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통합방송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 "임면이 임명으로 바뀌던 추세"... 민주당 "어처구니 없는 언어도단"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21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박지원 의원이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 21일 토론회 시작에 앞서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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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권은 "'임명권'에 '임면권'의 의미도 포함됐다"는 입장을 피력해왔고,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정연주 사장 '해임'을 강행했을 뿐 아니라, 후임 사장 인선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2000년 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통과될 당시 문화관광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지낸 이경재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여당이)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법안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당시 '임면'이라는 용어들이 대체로 '임명'으로 바뀌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무원법상 헌법상 공무원 임면권은 전부 임명으로 되어있지, 임면이란 말이 거의 다 없어졌다"며 "자연스런 추세로 그렇게 됐고, 국어사전에도 '임명'하면 임명과 해임권·징계권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통합방송법에서는 '임명'과 '임면'이 구분되어 사용됐다. 통합방송법 50조는 KBS 사장에 대해 대통령의 '임명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공사의 직원에 대해서는 "사장이 '임면'한다"(52조)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함부로 해임할 수 없게 함으로써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방송법의 취지를 살린 것이다.

당시 국회 문광위 여당 측 간사였던 신기남 전 의원도 이 날 토론회에 참석,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것은) 바로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조항이었는데, 이런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며 "그 당시 우리의 기득권을 포기한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떻게 얻어진 방송의 자유와 독립인데, 이런 꼴 보려고 국민들이 한나라당에게 표를 줬느냐"고 반문한 뒤, "일시적으로 속아서 표를 주고 통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후회 막급일 것이다"고 성토했다.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21일 국회본청에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21일 국회본청에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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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헌법 몰이해가 사법참극 초래"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현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법치주의는 법에 근거해서 공권력이 행사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은 법적 근거가 없는 해임권의 남용이고, 현 정권이 강조하는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자기 모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교수는 특히 "KBS 사장인 자연인 정연주씨에 대한 해임이 적법한가, 타당한가의 문제를 이번 상황의 본질로 착각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의 본질은 2000년 통합방송법이 부여한 언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을 지켜낼 것인가 지켜내지 못할 것인가, 즉 언론자유 수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 임기 중에 있는 김황식 대법관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했고, 김황식 대법관이 이를 수용한 것을 언급하며 "대법관 임기의 헌법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가 이러한 사법참극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승환 교수는 이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라고 규정한 방송법 제4조1항을 언급한 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방송법이 KBS 사장의 신분상의 권한을 '임명권'으로 규정했는가 아니면 '임면권'으로 규정했는가는 결정적인 게 아니다"며 "헌법이론적으로 KBS 사장 해임권은 방송의 자유 및 독립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21일 국회본청에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법적 정당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21일 국회본청에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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