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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동안 장기적·구조적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쇠고기 파동 때 (집회에 나온) 중학생들을 보고 '우리나라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경제 60년 학술 세미나' 참석 학자들의 입에서 나온 주장이다. 어떤 학자는 "좌파적 이념 방황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빈곤이 줄어든다"고도 했다.

 

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세미나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학자들은 다양한 견해로 깊은 토론이나 의견교환을 하기보다는 ▲출자총액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되풀이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주최하고, 기획재정부와 매일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 세미나의 취지는 "우리 경제의 지난 60년을 회고하고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며 향후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바를 모색하자"는 것.

 

하지만 '건국 60년'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60년은 위대한 역사"라고 치켜세운 나머지,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양극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들어섰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와 코드 맞춘 학자들 "성장이 빈곤 해결"

 

이날 세미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축사로 시작됐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60년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기적의 역사'며, '위대한 국민'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공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의 내용 역시 대부분 '대한민국 경제 60년'에 대한 찬사였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와 코드를 맞춘 주장들이 쏟아졌다. 재정·조세정책 발제에 나선 곽태원 서강대학교 교수는 "'작은 정부의 지향'이 개혁의 주요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기업 민영화·정책금융 축소 등 광의의 민영화 추진 ▲지역균형발전 사업 재검토 등 비효율 부문 정비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일치했다.

 

곽 교수는 또한 "성장률이 높아지면 빈곤은 확실히 줄어든다, 빈곤 문제 해결책은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념이 교육정책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획일적인 균등화를 추구해온 것이 우리 교육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트렸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박원암 홍익대학교 교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장기적·구조적인 성장 침체가 있었다, 사회갈등의 심화와 해결능력의 약화가 발생했고, 국가경쟁력과 정부 효율성이 저하됐다"며 "특히, 참여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신뢰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국토·부동산 분야 발제자로 나선 김경환 서강대학교 교수는 주택정책과 관련, ▲공급 미흡 ▲집값 상승에 대한 과민 반응 ▲조세원리에서 벗어난 세제도입 등을 비판하며 "시장 친화적 주택정책과 규제완화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좌파', '쇠고기 파동' 등의 발언도 나왔다.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쇠고기 파동 때 (촛불집회에 나온) 중학생 보고, '우리나라 정말 큰일 났다, 위기가 깊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안충영 중앙대학교 교수는 "좌파적 이념 방황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극화 심화되고 있는데... "우리사회는 복지 국가" 주장도

 

 

학자들은 성장을 강조하다보니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배진한 충남대학교 교수는 "1990년대 경제 위기는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임금 상승이 한 원인"이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효율성에 기초해야 순조로운 고도성장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상균 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 사회가 2000년대 복지사회에 진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발전이 '한강의 기적'이라면 복지 발전은 '천지개벽'이다, 경제 발전보다 복지 발전이 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북구형 모델로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복지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단기간 또는 특정 시점과 특정 부분에 대한 평가"라면서 "경제발전이 국책의 최우선으로서 '선성장 후복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복지제도 시행을 위한 국가 부담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혜경 연세대학교 교수는 "최근 10년간 발전주의·성장제일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복지가 어느 정도 발전했지만,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고, 경제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쇠고기 문제는 국수주의 때문"

 

세미나의 마지막은 한국 경제의 비전을 내놓는 자리였다. 현정택 KDI 원장은 "외국인이 본 한국인의 대외인식 모습은 폐쇄적이고 일방적이다, 쇠고기 문제가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한미 FTA 등을 통한 세계화를 강조했다.

 

김수곤 한국노동교육원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법보다 무서운 게 떼법과 정서법이다, 법치를 세워야한다"며 "또한 해고와 채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법치주의 속에서 노동시장이 시장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하청 명지대학교 교수는 "분배 및 양극화 문제 해소도 중요하지만 일류를 길러내지 않으면 앞으로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고, 어윤대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지난 60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잘했다, 이처럼 리더십의 품질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태그:#건국60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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