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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과 함께 연잎차가 시음을 하기 위해 놓여 있다.
 홍련과 함께 연잎차가 시음을 하기 위해 놓여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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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이 되어 가는데도 후텁지근하고 기온이 높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체력이 바닥나 소진할 때쯤 자주 찾았던 시흥시에 있는 '관곡지'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화사하면서 어머니 품같이 푸근해 보이는 연꽃을 보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까 싶어서.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서 쉬고 있는 딸아이에게 "함께 가지 않을래?" 하고 물어보니 웬일인지 수월하게 "그렇게 할까요?"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의무적으로 가야할 곳 외에는 마지못해 따라가거나 강요에 못 이겨 따라다녔는데, 이번에는 흔쾌히 가겠다고 한다. 함께 갈 생각에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도 상쾌하게 준비를 한다.

"이왕 내친김에 모델도 해주면 안 될까?" 하자 이번에도 "그러지오 뭐……" 하더니 "그럼 의상은 무슨 옷을 입을까요?"라며 한 술 더 뜬다. 나는 속으로 기뻐하며 여러 가지 옷 중에 연잎과 들판에 어울릴 만한 옷을 골라 입게 한 뒤 관곡지를 향해 출발한다.

연잎을 이용하여 만든 연잎떡, 쫄깃쫄깃하면서도 달콤하며 은은한 연잎향이 난다. 특별한 맛이다.
 연잎을 이용하여 만든 연잎떡, 쫄깃쫄깃하면서도 달콤하며 은은한 연잎향이 난다. 특별한 맛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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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동동 띄워 놓은 연잎차, 차향이 은은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연꽃을 동동 띄워 놓은 연잎차, 차향이 은은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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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곡지는 시간이 날라치면 가끔 와보는 곳이다. 기온이 32~33도를 훌쩍 넘겨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오늘도 역시 도로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차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사진작가들의 대단한 열정에 갈채를 보내며 딸과 함께 산책을 한다.

늘 혼자 왔던 곳이지만 딸과 함께 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다. 더위도 잊은 채 딸을 모델로 삼아 여러 가지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뷰 파인더에 비치는 딸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팔불출 엄마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모처럼 엄마와 함께 야외로 나온 대학 3학년 딸도 기분이 좋은지 찌는 듯한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포즈를 취한다. 껑충껑충 뛰면서 훌륭한 모델 노릇을 한다.

모델 한 번 해달라고 부탁할라치면 두둑한 '모델료+알파'가 있어야 허락했던 딸인데 이번에는 순순히 따라와줘 고맙다. 딸과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는 더위를 잊을 만큼 상쾌하다.

팔불출이라도 좋다 사랑스런 딸,
 팔불출이라도 좋다 사랑스런 딸,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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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뛰어 하늘로 오르는 딸내미, 마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 같다.
 껑충 뛰어 하늘로 오르는 딸내미, 마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 같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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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모델 노릇을 하던 딸이 땀을 닦으며 "엄마 저기 그늘막이 쳐져 있는 곳에 가서 잠깐 쉬면 안 될까요?" 한다. 잠깐 더위를 피할 겸 그늘막이 있는 곳에 가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궁금하여 들여다보니 연잎으로 만든 연잎 떡과 연잎차를 만들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시식을 할 수 있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연잎 떡을 한 입 먹던 딸이 "엄마 정말 맛있네요!"라며 나에게도 한 입 먹여준다. 음! 쫄깃쫄깃하면서도 연잎 특유의 향이 입 안 가득 고인다. 연잎 떡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여 물어보자 연잎을 갈아서 침전시킨 뒤 윗물은 버리고 아래쪽에 가라앉은 걸 찹쌀과 함께 쪄낸 뒤 떡메를 쳐서 인절미와 똑같이 콩가루를 뿌려 만든다고 한다. 이곳에선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떡메를 쳐서 떡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생활 개선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계자(56)씨가 귀띔한다.

연잎차를 개발한 시흥시 농업 기술 센터 기술연구원 김순조(53)
 연잎차를 개발한 시흥시 농업 기술 센터 기술연구원 김순조(53)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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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차를 홍보하고 있는 시흥 예명 문화교육원원장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이 차향과 잘 어울린다.
 연잎차를 홍보하고 있는 시흥 예명 문화교육원원장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이 차향과 잘 어울린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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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떡을 위해 홍보를 하고 있는 생활개선회 회장 김계자씨
 연잎떡을 위해 홍보를 하고 있는 생활개선회 회장 김계자씨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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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 떡을 시식한 뒤 발걸음을 옮기자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풀풀 콧잔등을 건드린다. 연잎으로 만든 연잎차, 연향차, 연녹차를 개발하여 시식을 하고 있다. 세 가지의 연잎차를 개발하여 두 종류는 이미 특허를 냈고 한 가지만 특허청 특허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 특허를 받게 되면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단다. 연잎차를 개발한 시흥시 농업기술센터 기술연구원 김순조(53)씨의 얘기를 들어본다.

- 연잎차는 어떻게 만드는지요?
"8월에 연잎을 채취하는데 연잎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답니다. 연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한 녹색의 연잎과, 중간색의 연잎, 진한녹색의 연잎이 있는데 연잎차로 쓰이는 것은 중간색의 연잎을 따야 한답니다.

연잎을 따서 30분 정도 일광을 시켜 건조한 다음 실내온도가 23~27도인 곳에서 16~20시간 정도를 건조 시킨답니다. 이 단계가 발효하는 과정이지요. 발효가 된 연잎을 잘게 썰어 4~5분 정도 찐답니다. 찔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살짝 찌면 풋 냄새가 나고 오래 찌면 영양소가 파괴됩니다. 솥의 종류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답니다.

쪄낸 연잎을 원적외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50도의 온도를 유지한 다음 1시간 정도 건조시킵니다. 잘 건조된 연잎을 포장하기 직전, 200도 되는 무쇠솥에서 10~20분 정도 볶아서 포장을 하면 됩니다." 

덧붙이는 말이 연잎차를 마시면 늙지 않고 흰머리가 검게 되며 함유하고 있는 성분 또한 다양해서 약효성이 강하기 때문에 건강음료로도 좋다고. 혈의 순환을 돕고 어혈을 제거하며 장복하면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단다.

특히 산후 산모에게 좋은데 하혈을 멈추게 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 연꽃이 둥둥 떠 있는 차를 시식해 보라며 권하는데,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향이 가득 고이며 더위가 싹 가신다.

연밥,연자라고도 한다. 씨앗속에 있는 밤 같은 속살을 꺼내 죽을 끓인다.
밤맛이 난다고 한다.
 연밥,연자라고도 한다. 씨앗속에 있는 밤 같은 속살을 꺼내 죽을 끓인다. 밤맛이 난다고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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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으로 만든 장아찌와 연근고추장, 된장도 판매를 하고 있다. 장아찌를 시식하고 있는 모습
 연근으로 만든 장아찌와 연근고추장, 된장도 판매를 하고 있다. 장아찌를 시식하고 있는 모습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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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니 거무스름한 연밥이 보인다. 연꽃이 지고 나면 씨앗이 맺히는데 그 씨앗을 연밥, 연자라고 한다. 연자로는 죽을 끓여 먹으면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좋단다. 몇 발짝 움직이자 연근으로 만든 연근 장아찌와 연근 고추장 된장도 선을 보이고 있다. 오랜만에 딸과의 데이트, 연잎 떡을 한입 베어 물고 은은한 향의 연잎차를 마시니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다.


태그:#연잎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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