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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메트로 2호선 신촌역 승강장에 있는 신문 가판대. 권종호씨가 진열대 위에 신문을 내려놓고 있다.
 서울메트로 2호선 신촌역 승강장에 있는 신문 가판대. 권종호씨가 진열대 위에 신문을 내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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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2호선 신촌역 승강장에 자리 잡은 한 신문 가판대. 학교가 신촌에 있는 나는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이곳을 지난다. 가판대 안에는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한 할아버지가 있다. 평소 가판대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즐겨 사는 나로서는 가판대의 하루가, 그리고 가판대 근무자의 하루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말주변이 없다며 취재 요청을 사양하는 그를 어렵게 설득했다. 취재 날짜는 일주일 중에서도 가판대의 업무가 가장 바쁜 월요일로 정했다. 몇 시에 가판대 문을 여는지 물었더니 아침 8시란다. 그래서 월요일인 11일 아침 8시부터 가판대를 취재하기로 했다. 문 여는 시간부터 닫는 시간까지 하루 종일.

[오전 8시] 가판대의 문이 열리다

 가판대 앞에 신문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온통 1면은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소식이다.
 가판대 앞에 신문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온통 1면은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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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승강장에 있는 신문 가판대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 50분. 그는 아직 출근을 안 했는지 가판대 문이 닫혀 있다. 정확히 10분 뒤, 그가 나타났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가판대의 하루를 시작했다.

익숙한 동작으로 안에 있던 의자와 신문들을 꺼내고 넓은 판과 알루미늄 기둥으로 진열대를 설치했다.

진열대 위에 월요일자 신문들을 올려놓는 그의 손길이 무척이나 섬세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각을 맞춰 신문들을 정렬시켰다. 신문의 1면은 온통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 선수의 기사로 넘쳐났다. 이른바 잘 나가는 신문들은 진열대 위층에, 그렇지 못한 신문들은 아래층에 놓였다.

가판대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하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그의 이마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실내 한쪽에 놓인 조그마한 선풍기가 열심히 바람을 내뿜었다. 그는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빨간색 바탕에 꽃무늬가 새겨진 깜찍한 디자인의 슬리퍼였다.

당일 신문들은 가판대가 열기도 전인 새벽시간에 이미 가판대 안으로 배달된다. 그는 신문들을 진열대 위에 정리해서 올려만 놓으면 되는 것이다. 가판대로 공급되는 신문·잡지의 종류와 개수는 가판대를 관리하는 곳에서 결정한다.

선풍기 바람이 별 소용없는지 그는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친다. 문을 연 지 30분 만에 처음으로 한 손님이 신문을 사 갔다. 가판대 앞에 서서 신문과 잡지를 살펴보는 사람들은 많지만, 선뜻 사서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2호선 지하철이 승강장에 정차할 때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승객들을 태우고 승강장을 벗어날 땐 바퀴와 철로가 부딪히며 귓속이 먹먹할 정도로 굉음을 낸다. 벌써부터 오늘 하루가 고달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손에는 각양각색의 무가지들이 들려 있다.

[오전 9시] 멸치볶음과 김치로 늦은 아침식사

 가판대 안은 다리도 뻗을 수 없을 만큼 비좁은데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폐된 구조다. 셔츠가 땀에 젖은 권씨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가판대 안은 다리도 뻗을 수 없을 만큼 비좁은데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폐된 구조다. 셔츠가 땀에 젖은 권씨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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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렸다. 사실 진열대 위 신문들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신문이 안 팔려도 그렇지, 너무 적게 갖다 놓은 거 아닌가.' 그에게 이런 의문을 내비치니, 정말로 안 팔린단다. 그래, 어디 끝까지 지켜보자.

그가 고개를 숙이고 밑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집안에서나 볼 수 있는 밥그릇이다. 옆에는 멸치볶음과 김치도 있다. 그에겐 이 시간에 먹는 밥이 아침식사란다. 점심은 오후 4시 정도에나 먹는다고. 두 끼 다 집에서 싸오신 도시락이다.

"여기서 일하시면 지하철도 계속 다니고 공기가 참 안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가래가 많이 끓어요. 감기도 자주 걸리고…."

가판대 안을 꼼꼼히 살펴보니 의자에 앉아 다리도 뻗을 수 없을 만큼 비좁다. 한 명이 들어서면 꽉 차는 크기다. 작은 선풍기가 있긴 하지만 바람도 통하지 않는 밀폐된 구조다. 그의 셔츠가 조금씩 땀으로 젖어들었다.

그는 22년 동안 피아노 만드는 일을 하다가 정년퇴직 후에 지하철역 가판대 일을 시작했단다. 벌써 4년째이고, 신촌역에서는 1년 동안 일했다. 가판대 일이 어려워진 건 무가지가 늘어나면서부터다. 무가지가 범람하기 전에는 한 달에 120만원까지 벌었지만, 현재는 7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실정이다.

신문 한 부를 팔면 그에게 200원이 돌아간다. 3천원짜리 잡지를 팔면 600원이 남는다. 천원 당 200원이 떨어지는 꼴이다. 언뜻 생각하면 썩 나쁘지 않은 배당이지만 실제로는 신문이나 잡지가 원체 팔리지를 않는다. 가판대 업자들은 대부분 신문이나 잡지를 판만큼 수익을 가져가고 월급받는 사람들은 일부다. 그 또한 그날그날 신문·잡지를 팔아서 남는 돈을 가져간다.         

[오전 9시 30분] 두 시간 동안 팔린 신문은 총 다섯 부

 가판대 안으로 통하는 출입구의 높이가 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판대 안으로 통하는 출입구의 높이가 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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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 하시면서 힘든 점 없어요?"
"힘든 건 없는데 너무 심심하고 지루해요. 라디오라도 들으면 좋을 텐데 여긴 지하라 주파수도 안 잡히고, 그래서 앉아서 졸거나 잡지 같은 거 읽어요."

시계는 9시 30분을 가리킨다. 지하철은 쉬지 않고 지나간다. 철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 승강장에 버젓이 서있는 가판대는 현재 폐업 상태다. 장사가 안 돼서 지난 3월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는 허리에도 미치지 않는 높이의 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신문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더니 몸을 한번 쭉 펴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두 시간 동안 팔린 신문의 개수를 세어보니 총 다섯 부다. 그는 두 시간 동안 천 원을 번 셈이다. 가판대를 가득 메운 신문들을 살펴봤다. 일간지만 25가지였고 주간지도 23가지나 되었다. 어느새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다.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하세요?"
"쪽문만 자물쇠로 걸어 잠그고 역 내 화장실을 갔다 와요. 앞에 진열된 신문들은 그대로 두고 가죠. 그래서 종종 신문들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음…, 권종호."

"기사에 필요해서 그런데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 돼요?"
"사진은 뭐 하려고… 창피하게."

 신촌역 승강장에서 가판대 일을 하는 권종호씨.
 신촌역 승강장에서 가판대 일을 하는 권종호씨.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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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그의 이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레 말을 놓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와 조금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권종호(63)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곳 가판대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한다. 휴일은 일요일 하루뿐이다. 인천에 있는 집에서 아침 일찍 신촌역까지 오려면 새벽 6시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일요일에 집에서 쉬며 친구들 만나 술 한 잔 하는 게 낙이란다. 아내는 몸이 아파 집에서 쉬고 있고, 딸 두 명과 아들 한 명은 모두 직장에 다닌다고 했다. 그에게 이 일을 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냐고 물었다. "보람? 그런 건 별로 못 느끼지…."

아, 이 대답은 예전에 아버지가 내게 들려준 대답과 같은 것이었다.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아버지에게 언제 보람을 느끼냐고 묻자, 권씨와 똑같은 대답을 했었다.

권씨는 나이도 많고 허리도 좋지 않아서 용돈이라도 벌 겸 이 일을 한다고 했다. 종일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잠시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을 한다.

[낮 12시] 4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지루하다

팔고 남은 신문이나 잡지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가판대 문을 닫기 전에 남은 신문과 잡지들을 한데 묶어 놓으면 다음 날 새벽 신문을 넣어주는 사람이 수거해 간다고 한다. 그는 "다 팔지 못해도 그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씨는 겨울보단 여름이 더 힘들단다. "겨울에는 문 닫고 난로 켜면 따뜻한데 여름엔 선풍기를 틀어도 더워. 바람도 안 통하니 찜통이지." 그는 집이 인천이라 차비도 많이 나오는데 요즘 같아선 차비 빼면 남는 돈도 별로 없다고 했다. 직장인들 휴가철이기도 하고, 대학생들 방학 기간이라 발길이 더욱 줄어든 것이다.

이제 4시간이 지났다. 나도 벌써 지루하고 따분해진다. 그는 오죽할까.

"장사 잘 되는 다른 역가서 취재하지, 왜 장사도 안 되는 여기서 취재해…."

그가 웃으며 말했다. 여전히 가판대 앞에서 둘러보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 등줄기에도 땀이 흐른다. 승강장은 지하철과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점점 뜨거워져 간다.

"이전에 경비일도 해봤는데 그땐 명절이나 제삿날에 맘대로 쉴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아들보고 '너 혼자 제사 지내라' 했지(웃음). 그래도 지금은 그런 날들 제대로 챙길 수 있으니까 그런 건 좋아."

1시가 되니 석간 신문과 스포츠 신문이 새로 들어왔다. "기자 양반 없었으면 원래 이 시간에 잔다"고 했던 그는 그 말이 무색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한 손님이 돈을 내밀며 인기척을 내자 그제야 잠에서 깨어난다.

[오후 3시] 계산기를 두드리며 꼼꼼히 장부 정리 

 가판대 앞으로 서울메트로 2호선 열차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가판대 앞으로 서울메트로 2호선 열차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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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지났다. 가판대 옆에 가만히 서 있거나 주위를 맴돌던 나는 계속해서 땀을 훔쳤다. 시간이 참…, 안 간다. 2호선 열차가 을지로를 순환하듯 내 머릿속도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하루에 일 하는 시간도 많고, 그 시간에 비해 버는 돈도 적고, 지겹고 따분하고, 공해와 소음에까지 시달리는 이 일을 왜 계속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 나이에 마땅히 할 게 있어야지…."

4시가 되자 잡지들이 새로 들어왔다. 그는 꼼꼼히 장부를 써내려간다. 열심히 계산기도 두드린다. 지난 잡지와 주간지들을 진열대에서 내려 한쪽에 쌓고, 새로 들어온 잡지와 신문들을 하나하나 걸기 시작한다. 권씨의 손놀림이 더뎌 작업은 한 시간이나 지속됐다. 의외로 손이 많이 갔다.

작업을 마친 그가 수건으로 온몸을 닦는다. 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다.

"점심 안 드세요?"
"아직 할 일이 더 남아서 오늘은 늦게 먹어야 할 것 같아."

일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권씨가 다시 장부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5시 40분이 되어서야 식사를 한다. '저녁'이 아니라 '점심'이다. 밖에는 비가 내리나 보다. 승강장에 들어서는 사람들 손에 우산이 들려 있다. 권씨는 "비가 오면 신문이 더 안 나간다"고 걱정 어린 말을 한다.

[저녁 8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수입은 1만800원

 저녁 8시가 넘어 권씨의 하루 일과도 끝이 났다. 12시간 동안 켜져 있던 가판대의 불도 꺼졌다.
 저녁 8시가 넘어 권씨의 하루 일과도 끝이 났다. 12시간 동안 켜져 있던 가판대의 불도 꺼졌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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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손에는 무가지가 들려 있다. 이제 철로 위 TV에 나오는 광고를 줄줄 외우게 됐다. 도대체 내 앞으로 몇 대의 열차들이 지나간 걸까. 맞은편에서 열차가 지나가고 나면 또 이쪽에서 열차가 들어오고…, 정신이 없다.
   
저녁 7시 50분, 권씨가 목장갑을 낀다. 드디어 문 닫을 시간이 된 것이다. 밖에 진열되어 있던 신문들이 하나 둘 가판대 안으로 옮겨진다. 그는 남은 신문의 개수를 꼼꼼히 장부에 적는다.

권씨가 가판대의 자물쇠를 걸어 잠그자 하루 일과가 끝났다. 시계는 8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하루 종일 일해서 번 돈은 얼마일까. 신문 팔아서 남은 것만 따지면 1만800원이란다. 그는 그래도 웃으며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신촌역 가판대 권씨의 하루는 이렇게 또 저물어 간다.

덧붙이는 글 | 이덕만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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