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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신도들과 스님들은 10일 '독선과 오만, 거짓...이명박정권 규탄 시국법회'를 열었다. 시국법회 이후 이들은 봉은사 입구 진여문까지 행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신도들과 스님들은 10일 '독선과 오만, 거짓...이명박정권 규탄 시국법회'를 열었다. 시국법회 이후 이들은 봉은사 입구 진여문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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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신도들. 10일 만난 봉은사 신도들은 하나같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봉은사 신도들. 10일 만난 봉은사 신도들은 하나같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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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기가 상당히 수준있는 동네예요. 그냥 뭐, 시시한, 그런 동네가 아니란 거죠. 그런데 이 동네 불자들이 이 정도 나섰다면, 이명박 정부 정말 심각한 거예요. 봉은사 신도가 가족 포함 20만 명인데…. 아마 정권도 이 숫자를 무시하기 힘들텐데, 참…."

겨드랑이와 등짝에 들러붙은 땀 덩어리가 줄기줄기 골짜기를 타고 아래로 뚝뚝 떨어질 정도로 뜨거웠던 10일 오후, 날씨만큼이나 후끈 달아오른 사람들은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 모인 '강남 아줌마'들이었다.

염천(炎天)에 성장을 하고 명품핸드백을 멘 한 전직 여성 공직자(59. 서울 강남 삼성동)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가족 표몰이'를 해준 게 두고두고 한이 된다고 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대놓고 종교차별 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분개했다.

수준있는 동네의 주부들이 '데모' 나선 까닭

교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는 이 전직 공직자는 "내 평생 이런 정치적인 행사에 나서기는 처음"이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는 "내가 비록 양산을 쓰긴 했지만 뙤약볕에 길거리에서 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 구호를 외쳐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리 나이 사람들은 보통 비장한 각오가 아니면 이런 데 못 나선다"고 못 박았다.

1200년 역사를 지닌 봉은사에서 최초로 정치집회가 열렸다고 밝힌 이 여성은 "이명박 대통령은 단군신화의 얼이 살아있는 민족 정기를 외면할 생각이냐"며 "대통령이 종교중립을 지키지 않는 것은 너무나 가슴아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산다는 주부 이명선(가명, 51)씨도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지만 후회막급"이라며 "대통령이 너무 독선적으로 종교화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자기 종교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40대 후반의 여성'이라고 밝힌 한 봉은사 신도(서울 잠실 거주)는 "지금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역으로 묻고, "더 이상은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통령 잘했다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냐"


봉은사 시국법회
 봉은사 시국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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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기도회에 이어 시국법회에 참가하고 진여문까지 행진했다. 1200명의 신도들은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현재에 닥친 이 어려움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했다.

서울 삼성동에 사는 주부 김주현(가명, 47)씨는 "나는 이명박씨 지지자였지만 요즘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 점에 실망했다"고 점잖게 말했다.

김씨는 "종교 편향도 쇠고기 협상도 장관인사 문제도 모두 하나로 관통하는 맥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이제 반년도 하지 않은 대통령을 향해 비판만 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산다는 쉰다섯의 여성 신도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보시다시피 나 스스로 잘못 찍었다고 인정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사람 한 명당 5만원, 2만원 돈을 걸고 인간사냥을 한 경찰청장을 파면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피력했다.

이 여성 신도는 "나의 종교가 중요하면 남의 종교도 중요한 법인데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만 중요하다고 이리도 편파적으로 할 수 있느냐"며 "무더위에 점점 열받는 일만 많아지고 있어 혈압관리를 해야 할 판"이라고 웃었다.

서울 잠실에 산다는 주부 이양자(가명, 54)씨는 "모든 게 다 후회스럽다"며 "나만 이런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봉은사 시국법회에 참가한 한 신도가 '독선과 오만, 거짓, 2MB OUT'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봉은사 시국법회에 참가한 한 신도가 '독선과 오만, 거짓, 2MB OUT'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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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사는 올해 쉰살의 한 주부 신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50%는 잘하고 50%는 잘 못하는 것 같다"며 "잘 하는 건 공무원 기강확립이고, 잘못한 건 쇠고기협상과 종교탄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 절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명박정부의 편파적인 종교탄압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너무 오만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50대 여성은 "우리 동네 여자들이 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할 때 나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이유는 오만해질 것 같아서였는데 역시 내 예측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 돈 많은 사람들이 '서울 도심 재개발'을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만 듣고 찍었다가 엄청 후회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있다"며 "속으로는 '쌤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돈' '돈' 하더니 잘됐다는 게다.

그러나 대통령을 잘못 뽑은 후과를 국민 전체가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에는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해놓은 것 가운데 단 하나도 맘에 드는 게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묵 스님 "이상득 의원 불교계 만나지만 무성의하다"

강남 봉은사에서 뿔이 난 건 신도들만은 아니었다. 스님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이날 시국법회를 열게 된 경과보고에 나선 성묵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하나님께 서울시를 봉헌한다고 하더니 급기야 대선 전에 종교편향적 행동은 하지 않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쳤다"고 비판했다.

성묵 스님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정부의 종교편향' 사례로 ▲청와대 초기 수석 8인 가운데 4인이 기독교인이었다는 점 ▲국토해양부 지도 '알고가' 시스템에서 사찰지도 누락 ▲'경찰복음화 개최대회' 어청수 경찰청장 사진 게재 ▲경주 초등교사의 "불교 믿으면 지옥간다" 발언 파문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불법 검문검색 등을 들었다.

특히 성묵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불교계를 돌아다니며 오해를 풀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백한 불교무력화 행위이자 정권의 직접 사과가 없는 무성의한 태도"라고 격노했다.

무엇보다 성묵 스님은 "불교계의 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의 차량과 트렁크까지 수색하는 등 불법 검문검색을 벌인 점은 불교의 수치이자 모욕"이라며 "불교계는 이명박정부의 종교편향 행위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정부는 1700년 불교역사를 무위로 돌리고 대한민국을 기독교공화국으로 세우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성묵 스님은 "조선시대에 쓰러져가던 불교를 일으켜 세웠던 봉은사가 이번에도 가장 앞서 종교편향의 문제점을 정권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시국법문을 통해 "대한민국 국보 1호 남대문이 불타오를 때 이미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비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나지막이 말문을 열었다.

시국법회를 열고 있는 명진 주지스님
 시국법회를 열고 있는 명진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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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명진 스님은 "국민 속이기를 식은 죽 먹듯 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라며 "정치만 잘하면 그가 무슨 종교인들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정치도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사고치고 다니는 대통령은 전형적으로 부지런하고 머리 나쁜 얼리버드(Early bird)"라고 힐난했다.

무엇보다 명진 스님은 "우리나라는 헌법에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다"며 "이를 어기는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는 범법행위자"라고 직시했다. 또한 "더 이상 대한민국을 기독교국가로 끌고 가려고 하지 말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부도덕에 대항하는 의미로서도 1000일 기도를 중단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특히 명진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암만 나를 사탄이라, 마귀라 불러도 나는 정법수호의 길을 멈추지 않겠다"며 "우리 민족의 한과 얼, 조상의 빛난 예술과 전통이 녹아 있는 불교를 더 이상 업신여기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지금까지 600일간 산문을 나서지 않은 채 '정법 수호' 기도를 올리고 있다.

봉은사 신도들도 이날 결의문 발표를 통해 이명박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했다. 이들은 이명박정부를 향해 ▲종교차별과 갈등에 대한 사과 ▲조계종 총무원장 불법검문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종교차별 금지를 위한 제도적 대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시국법회를 시작으로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조계사 앞에서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대한민국 부자 1번지' 서울 강남에서부터 '반이명박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는 10일 오후 '이명박정권 규탄'을 위한 시국법회 이후 에드벌룬 띄우기 행사도 벌어졌다.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는 10일 오후 '이명박정권 규탄'을 위한 시국법회 이후 에드벌룬 띄우기 행사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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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봉은사, #시국법회, #명진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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