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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SBS <8시뉴스>는 '단독'을 강조하며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보도했다. 중국 매체 상황을 어렴푸하게나마 알고 있는 나로서는 뜻밖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언론은 일제히 SBS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보도를 '누설(泄密)'이라고 표현했다. 단어 그대로 '비밀을 남에게 알리는 배신' 행위에 다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베이징 올림픽을 띄워주려는 의도"(한국경제 7월31일자 'SBS 베이징올림픽 개막 리허설 공개 물의' 중 SBS 박재만 홍보팀장의 멘트)를 가지고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 생각보다 더 크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작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아주 실망'했다고 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보는 정도다.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나서지 않더라도 '국내외 언론'과 일반시민들이 이 사안을 정면으로 공박할 것이니 굳이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13억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찍혔다

 

안타까운 것은 일반 13억 중국인들에게 한국이 '찍혔다'는 점이다. 올해들어 중국인들은 시종일관 시달렸다. 티베트 독립문제관련 CNN을 비롯한 해외언론의 발언과 '아이러브차이나' 운동, 불매운동도 모자라 국제 성화봉송에서는 '자존심'까지 구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상황에 쓰촨 대지진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위구르족 테러조직'까지 등장했다. 옳고 그름은 떠나 '역사적인' 올림픽 개막만 앞두고 있는 중국인들. 그런데 이 시점에서 'SBS 누설'이 발생한 것은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화가 나는데 기름 부은 격이다. SBS는 개막을 불과 1주일 여 앞두고 스스로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중국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분노'가 날이 갈수록 더 깊어갈 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미 각 포털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분노를 집단화'하고 2008년 최대의 화두인 '중화 내셔널리즘'의 마지막 '불꽃'으로 태워버리려 하고 있다.

 

정말 누리꾼들의 '합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미 '개막식 한국선수단 입장 때 전 중국인은 침묵(提议韩国人入场时全体中国人静默)'하자거나 '고함치자 타도한국(大喊 打倒韩国)'이라고 외치자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한국선수들과 무슨 관계냐?(这跟韩国运动员有什么联系?)'라는 '이성적'인 반론도 있지만 '쓰레기같은 한국인(垃圾的韩国人)'이라는 말까지 듣는 것은 꽤 창피하다. 또 답답하다.

 

중국인 70~80% 이상이 매우 강경한 입장

 

 중국 유명포털인 소후(搜狐)는 '조직위원회가 SBS의 올림픽보도권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TV] "진짜 몰랐네! 너가 정말 그렇게 더티할 줄이야"
[S B S] "너흰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냐?"

 

중국사람들은 무턱대고 아무 이유없이 우리를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누리꾼들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으니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럴 때마다 '웃기는 애' 정도로 치부하거나 댓글 달아서 점잖게 타이르면 또 그만인 것이었다. 이번 일은 그동안 우리가 쌓았던 '한류'이건 '파트너'이건 좋은 이미지를 상당 부분 깎아내렸다.

 

중국 내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의 70~80% 이상이 매우 강경하다. 10% 가량이 '정상적인 매체 경쟁'을 이해한다고 말할 뿐이다. 이제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일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전까지 최대의 '화풀이 이슈'임에 분명하다. 이것과 견줄 수 있는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장이머우 감독의 3시간 30분짜리 화려한 행사가 끝나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SBS는 진심으로 중국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승부라면, 지는 것도 또 하나의 멋진 승부이기 때문이다. 꼭 지자는 것은 아니겠지만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사람들도 그저 인간이며 화도 내지만 감동도 받는다. 중국사람들이 '아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다소 오버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사과하고 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베이징 천안문광장 남쪽엔 전문이 있다. 옛날 조선 사신이 전문에서부터 자금성까지 3보 1배를 하면서 황제를 알현하러 갔다고 한다. 전문 앞에 설 때마다 나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자존심'으로 21세기의 한중관계, 한국사람과 중국사람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 대해 명쾌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하는데 배짱 부리는 국가지도자가 있으면 안 되듯 그런 기업의 대표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띄워주고 싶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라

 

슬기롭고도 지혜 가득한 '사과' 그리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허세가 아닌 진심을 담은 감동을 중국사람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기는 것'이 아닌가. 승패를 떠나 진정 최선을 다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올림픽 정신' 아니던가. "베이징 올림픽을 띄워주려는 의도"였다면 또 한번 세계 언론 앞에, 중국사람들 앞에서 "베이징 올림픽도 띄워주"고 SBS도 뜨는 것을 어떨런지. 시간이 없다. 개막이 코앞이다.

 

현재 베이징은 올림픽 직전이고 스포츠 축제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들 앞에 있다. 이번 SBS 현지 특파원 및 취재진의 '터우서(偷摄)' 이른바 '훔쳐찍기'는 '좋지 않은 케이스'이다. 올림픽 취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프레스 카드를 받은 공식언론사인 SBS나 다른 주류매체야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오마이뉴스> <미디어다음> 등 인터넷 미디어들의 '시민기자'나 '블로거'들에게는 곤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내용'과 '형식'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취재를 하려면 중국 사람들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보면 중국 정부 입장에서 시민기자(블로거)들의 취재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취재에 해당될 수 있다. 일반 여행객처럼 보이도록 활동하겠지만, 문제는 꼭 이상한 곳에서 터지듯 중국현지 정황과 법적, 제도적인 문제를 잘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자유롭고 거리낌 없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의외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권사본 및 주거확인증은 필수적으로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주거확인은 현지 도착 24시간 내에 현지 호텔에 등록(체크인)하거나 일반 가정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서 거류증명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거나 소지하지 않고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다니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긴밀하게 한국 영사관(대사관) 등 연락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을 도와줄 사람과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취재를 하려다보면 더 깊이, 더 자세히, 더 멋지게 하고 싶어진다. 분명한 계획을 수립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소에는 심사숙고하고 주변 사람들의 자문을 얻어야할 것이다. 중국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시민기자(블로거)들은 SBS 등에 비해 일반인에 대한 접근이 부자연스러울 뿐아니라, 반작용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베이징올림픽 현지 취재를 계획 중이라 이번 SBS의 '개막식 누설'은 심히 유감이다. 혹시라도 다시는 이런 '분탕질'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youy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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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