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배구경기가 펼쳐지는 수도경기장 앞은 표 판매 하루 전부터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배구경기가 펼쳐지는 수도경기장 앞은 표 판매 하루 전부터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 김대오


온몸을 올림픽 구호와 마스코드인 푸와(福娃)의 귀여운 몸짓들로 도배하고 있는 베이징은 이제 슬슬 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배구경기가 열리는 수도체육관 앞에는 25일부터 판매되는 배구경기 표를 사기 위해 전날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지난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여자배구 경기 입장권을 사기 위해 그늘도 없는 뙤약볕 아래서 기다리고, 또 길바닥에서 밤을 새울 것이라고 하는 런민(人民)대학교 학생은 벌써 다가올 올림픽경기에 잔뜩 들떠 있는 표정이다.

2층 버스에서 내려다보는 어설픈 인문올림픽

 2층 버스를 타고 베이징 시내 둘러보다 보며 시민의식의 변과 불변을 체크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2층 버스를 타고 베이징 시내 둘러보며 시민의식의 변과 불변을 체크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 김대오


 버스정류장에 줄을 선 승객들의 모습인데 놀라운 변화지만 아직은 자발적이 아닌 관리원에 의한 타율적인 모습을 보인다.

버스정류장에 줄을 선 승객들의 모습인데 놀라운 변화지만 아직은 자발적이 아닌 관리원에 의한 타율적인 모습을 보인다. ⓒ 김대오


'특4번' 2층 버스를 타고 베이징동물원에서 톈안먼광장 앞 치엔먼(前門)까지 가는 도중에 창밖으로 보이는 각양각색의 예쁜 꽃 옷을 입혀 놓은 거리가 참 아름답다. 홀짝제 시행 이후 버스와 전철은 넘쳐나는 승객들로 늘 만원이다. 자동차와 뒤섞여 창밖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수많은 자전거떼들도 홀짝제 이후 더 늘어난 느낌이다.

버스정류장마다 안전지도원이 배치되어 버스노선에 따라 줄을 서도록 안내하고, 또 버스가 진입할 때 위치를 알려주는 안전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승객들도 버스노선과 길바닥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며 줄을 서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할 때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자발적인 시민의식의 성숙 이전 단계, 그러니까 조금은 관리와 지도가 필요한 '과도기적 시민의식'의 일면을 보게 된다.

또 예전에는 버스안내원이 일일이 승객들을 찾아다니며 표를 끊어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버스와 지하철에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사용하면서 버스안내원들의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구간에 따라 요금이 책정되는 버스노선도 있지만, 대부분 버스요금은 1위엔(150원 정도), 전철은 2위엔으로 통일되었다. 이는 3년 전보다 오히려 값이 내린 것이고, 한국과 비교해도 많이 저렴한 편이다. 모처럼 사회주의국가다운 서민정책을 만나는 셈이다.

인문올림픽은 문화대국 중국이 소프트파워 보여주려는 의지!

 사람, 자전거, 자동차가 어지럽게 뒤엉킨 도로의 모습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인문올림픽을 말해 준다.

사람, 자전거, 자동차가 어지럽게 뒤엉킨 도로의 모습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인문올림픽을 말해 준다. ⓒ 김대오


 길거리에서 장기를 두는 중국인들. 한국 장기와는 좀 다른데 가운데 강이 있고 포의 쓰임도 좀 달라서 훈수를 두기가 좀 어렵다.

길거리에서 장기를 두는 중국인들. 한국 장기와는 좀 다른데 가운데 강이 있고 포의 쓰임도 좀 달라서 훈수를 두기가 좀 어렵다. ⓒ 김대오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단속에도 길거리에는 웃옷을 벗은 '광빵즈(光膀子)' 아저씨들이 지나다닌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도 정겹다. 예전에는 포커를 많이 했는데, 정부의 교육 덕분이지 최근에는 장기를 두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 '인문', '과학기술', '녹색' 올림픽이라는 세 가지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길거리에 펼쳐진 인문올림픽을 위한 중국인들의 소양은 아직 참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은 성숙을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문올림픽은 중국이 과거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문화대국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기획인 동시에, 또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 강력한 '루안스리(軟實力, 소프트파워)'를 가진 나라로 평화롭게 우뚝 일어서겠다(和平堀起)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거대하면서도 풍부한 뿌리를 가진 과거의 전통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뒤떨어진 현재의 시민의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는 2001년 7월 13일, 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화원 석방(石舫, 돌로 만든 배) 옆에서도, 만리장성의 망루 안에서도 몰래 오줌을 싸고, 도로 위의 무질서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습관 등도 일정 부분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인문과는 거리가 멀다.

풍부한 문화소양 면면히 계승되어 에너지는 충분

 자금성 바로 뒤에 있는 징산공원은 그야말로 문화축제가 매일 일상처럼 펼쳐지고 있다. 문화적 전통과 인문학적 에너지가 느껴지는 한마당이다.

자금성 바로 뒤에 있는 징산공원은 그야말로 문화축제가 매일 일상처럼 펼쳐지고 있다. 문화적 전통과 인문학적 에너지가 느껴지는 한마당이다. ⓒ 김대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가 얼후를 연주하는 할아버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가 얼후를 연주하는 할아버지. ⓒ 김대오


반면 수다스러울 정도로 다른 사람과 얘기 나누기를 즐기는 베이징 사람들은 다가가기 편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사회주의 시절의 집단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깝고, 그래서 쉽게 어우러져 공동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데 아주 탁월하다.

징산(京山)공원에서 만난 중국인들의 여가 즐기기는 찬란한 문화적 전통이 비단 과거의 유물로만 존재하거나, 베이징오페라 경극처럼 비단 무대에만 박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하며 그들 나름의 생기발랄한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고 재창조해 가는 것을 보면, 그 거대한 에너지에 새삼 놀라게 된다.

중국에 대한 모든 담론이 한편으로 옳고 또 한편으로 틀리다고 하지만, 중국의 아침 공원이 태극권, 체조, 춤 등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사실은 아마도 넓은 중국 어딜 가나 비슷할 것이다. 풍부한 전통문화의 소양은 면면히 계승되어 지금의 중국인들도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의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소양이 인문올림픽이란 이름으로 어떻게 소개될지 기대된다. 용과 봉황으로 상징되는 황실의 화려한 문화와 변검, 태극권, 쿵푸, 폭죽 등의 민간문화들이 어떻게 용해되어 예술적으로 발현될 지도 궁금하다.

 홍극장(紅劇場)에서 <소림무술> 공연을 관람 후 배우들과 함께 기념 촬영. 차력 수준에 그쳤던 이전과는 달리 공연기법이 많이 세련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홍극장(紅劇場)에서 <소림무술> 공연을 관람 후 배우들과 함께 기념 촬영. 차력 수준에 그쳤던 이전과는 달리 공연기법이 많이 세련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김대오


천단공원 부근의 홍극장(紅劇場)에서 <소림무술> 공연을 보았는데 그 연출력이 이전에 비해 많이 세련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이번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은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억 달러의 예산을 지급 받았다. 계폐막식의 총감독을 맡은 장이머우(張藝謀)가 성당(盛唐)시대의 찬란했던 문화를 바탕으로 어떻게 인문올림픽의 이름에 걸맞은 문화적 함의를 재현해낼지 세계인의 이목이 베이징의 냐오차오(鳥巢)에 집중되는 이유이다.

 전철에서 개폐막식 총감독인 장이머우(張藝謀)의 인터뷰 장면이 상영되고 있다.

전철에서 개폐막식 총감독인 장이머우(張藝謀)의 인터뷰 장면이 상영되고 있다. ⓒ 김대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올림픽 인문올림픽 2층 버스 징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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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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