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24일)에 일어나보니 비가 '퍼붓고' 있다.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다. '전국 곳곳의 반지하 가구와 도로가 침수되고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속속 전해진다. 오후 2시, 집으로 향하는 길. '우리 집은 괜찮을까? 걱정스런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주택가의 반지하 투룸이다. 2년여 동안 고시텔에서 살다가 지난 4월, 학교 선배언니(황아무개· 04학번)가 3년 전부터 살고 있는 이 집으로 들어왔다. 반지하에 산지 넉 달 남짓 된 것이다.

집에 도착해 반지하 생활 '초보자'인 내가 몰아치는 비에 불안해하자, 언니는 "이 정도면 아직 괜찮다"며 안심시킨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집에 있는 시간이 줄자, 언니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폭우 덕분에(?) 모처럼 언니와 마주 앉아 '반지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습도 높은 반지하...의류 관리는 신문지로!

 비가 많이 와 벽지가 젖었다. 우리 집도 태풍 '갈매기' 때문에 작은 피해를 입었다.
 비가 많이 와 벽지가 젖었다. 우리 집도 태풍 '갈매기' 때문에 작은 피해를 입었다.
ⓒ 하민지

관련사진보기


"언니 밖에 비가 정말 많이 와. 예전에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 없었는데, 반지하에 있는 집에 살게 되면서 '비가 많이 와 저지대 반지하가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들으면 이제 남일 같지가 않아. 난 걱정이 많이 되던데, 언니는 어때?"

"우리 집은 아예 반지하는 아니고 지상 1층과 반지하 사이 쯤 되잖아. 그래서 크게 걱정되진 않지만, 혹시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물이 넘쳐서 들어오지 않을까 신경 쓰이긴 하지.여름엔 비가 많이 와서 문제이기도 한데, 그것보다 더 안 좋은 건 습기가 많이 찬다는 거야. 지난주에 엄청 더웠을 때는 아무리 선풍기를 틀어도 시원한 바람도 안 나오고, 습하니까 조금 짜증도 나고. 몸에 미지근한 물방울이 맺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빨래를 널어도 뽀송뽀송하게 마르지 않고, 항상 눅눅하잖아."

언니 말을 듣고 보니, 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오늘 따라 유난히 빨래 건조대에 널린 빨래들에서 퀘퀘한 냄새가 났던 것이 떠올랐다.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지상층에 비하면 벌레도 많은 것 같지 않아?"

"응. 아무리 깨끗이 치워도 지상층보다 반지하가 어둡고 습하니까 벌레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조금만 청소를 소홀히 해도 곰팡이가 쉽게 생길 것 같아. 그래서 엄마가 '항상 집을 깨끗이 치우고 특히 화장실이나 냉장고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청소하라'고 강조하시나봐. 곰팡이 같은 게 생기면 우리 건강에도 안 좋으니까.

습도가 높으면 옷이나 신발도 눅눅해 지잖아. 옷 사이사이나 신발 안에 신문을 넣어서 보관하면 덜 눅눅해 진대. 엄마가 알려주신 '생활의 지혜'야. (웃음)"

도로와 가까워 불편하지만, 알고 보면 '소소한 재미'도

 반지하 집은 창문이 외부로 노출돼 있어, 살면서 걱정되는 점이 많다.
 반지하 집은 창문이 외부로 노출돼 있어, 살면서 걱정되는 점이 많다.
ⓒ 하민지

관련사진보기


반지하는 습하다는 것 말고도, 창이 외부로 노출돼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니, 언니도 동감했다.

"창가가 사람들이 다니는 길하고 가까우니까 혹시 집 안을 누가 볼까봐 걱정되고. 바깥에서 나는 소리도 굉장히 잘 들리니까, 한밤중에 밖에서 시끄럽게 하면 잠을 못잘 때도 있고."

"언니 방은 길 쪽으로 창이 나 있고, 내 방은 우리 집 옆 건물 쪽으로 창이 나 있잖아. 그래서 나는 옷을 갈아입을 때나, 더워서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잘 때 그 쪽 건물 사람들이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항상 불안해.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님들은 다들 그러시겠지만, 아무래도 언니랑 나는 여자니까 부모님들이 더 걱정하시는 것 같아. 통화할 때마다 항상 '안전이 우선'이라고 당부하셔."

"반지하라서 빛이 덜 들어오니까 조금만 날이 어두워져도 방이 컴컴해져서 혼자 있으면 정말 무서워. 그 때 길가로 사람이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나면 괜히 더 무섭고. 여대생 살인사건이나 치한들이 많고 세상이 흉흉하니까 더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 같아. 안 그래도, 동네에 '치한'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언니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친다. 언니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런데 창이 길가하고 가까워서 소리가 잘 들려서 가끔 재밌을 때도 있어. 밖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으면 진짜 웃길 때도 있는데, 한번은 어떤 남녀가 우리 집 앞에서 막 싸우는 거야. 남자가 잘못해서 여자한테 '비는' 상황이었는데, 원래 남들 싸우는걸 보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하잖아. 그렇게 한적한 가운데 둘이 하는 얘기가 다 들리니까, 뭔가 라이브로 쇼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재미?"

"맞아, 반지하에 살면 그런 소소한 재미도 있는 것 같아. 언니는 여기 살면서 다른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어?"

"작년에 친구들이 우리 집에 나 몰래 와서 깜짝 놀래주려고 했었나봐. 그런데 집 앞에서 그 친구들이 얘기하는 게 다 들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너희 남의 집 앞에서 뭐하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애들이 화들짝 놀래서 민망해 하면서 들어왔던 일이 있어. (웃음)"

반지하 선택의 이유? 할머니 위한 배려와 싼 월세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힘들게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돼 편하다.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힘들게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돼 편하다.
ⓒ 하민지

관련사진보기

언니와 얘기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언니는 왜 반지하인 이 집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언니는 왜 처음에 집을 구할 때, 이 반지하 집을 선택한 거야?"

"처음에는 이 집에 할머니하고 같이 살았어. 가족들이 다 인도네시아에 있고, 나 혼자 생활하는 게 보기 안쓰러우셨는지 할머니가 나랑 같이 사시면서 돌봐주시기로 했거든. 집을 고를 때 이 집 말고 지상 3층에 있는 집도 후보에 있었는데, 할머니가 3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하시는 게 너무 힘들잖아. 그래서 반지하의 단점이 많긴 하지만, 할머니가 다니시기에 덜 불편한 이 집을 선택하게 됐지.

할머니랑은 1년 정도 같이 살았는데, 내가 서울생활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할머니는 도시생활에 적응하시는 게 힘드셔서 고향으로 내려가셨어."

"그랬구나. 집에 올 때 계단을 올라가지 않는 건 진짜 편하고 좋은 것 같아. 특히 술 취했을 때. (웃음)"

"그리고 반지하가 지상층보다 싸기도 하잖아. 우리 위층은 우리 집 월세보다 10만원이 더 비싸더라고.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니까 옮기지 않고 살고 있는 거지.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서 그런 건지, 다른 집도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집에 들어오면 아늑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

"맞아. 집이 다른 집들보다 낮고, 뭔가 땅에 '감싸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가? 뭔가 분명하게 설명하긴 힘든데 예전에 살았던 다른 곳보다 아늑한 것 같아. 반지하라서 불편한 점도 많긴 하지만, 나중에 집을 옮기면 왠지 이 집이 그리워 질 것 같기도 해."

"대학생활의 반 이상을 보낸 곳이라 그런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이 집이 그리워질 것 같아. 처음에는 반지하라 걱정도 많았는데, 막상 살아보니까 내가 옛날에 보고 들었던 반지하의 칙칙함이나 어두움, 꼭 그런 것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반지하에 산다고 하면, 남들이 어떤 시선으로 볼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집에 만족하는 편이고. 집을 깨끗하게 잘 관리하면서, 이 집을 떠날 때까지 '반지하 자취의 추억'을 많이 쌓으려고 해."

 반지하 생활에 익숙해지고 벌레들과 자주 만나도, 벌레는 여전히 무섭다.
 반지하 생활에 익숙해지고 벌레들과 자주 만나도, 벌레는 여전히 무섭다.
ⓒ 하민지

관련사진보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시각을 확인한 언니는 "과외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며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언니가 집을 나서고, 혼자 남게 된 나.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로 향하려는데, 수십 개의 다리로 문지방 위를 스물스물 기어 다니고 있는 벌레를 발견했다. 꺄악~벌레 출현! 벌레퇴치 스프레이를 뿌리고, 벌레가 죽은 것을 확인한 후, 휴지를 잔뜩 풀어 벌레의 사체 위에 던진다. 긴 젓가락으로 벌레의 사체를 감싼 휴지뭉치를 집어 쓰레기통에 넣는다. 휴.

반지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자주 마주친다지만, 여전히 벌레는 무섭다.

덧붙이는 글 | 하민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