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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국가기록원 관계자들.
 13일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국가기록원 관계자들.
ⓒ 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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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부터 청와대에 의해 불거진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 기록물 유출사건'이 7월 13일 행정안전부 1차관보와 국가기록원장 등의 '봉하마을 사저에 대한 방문조사'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7월 13일 방문조사에 관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봉하마을 사저에 e-지원 서버 1대가 소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의 발표는 여전히 모호하며, 언론 보도 내용도 제각각이다.

더군다나 국가기밀 유출, 국기 문란이 거론되는 등 이 사건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이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양쪽에서 말하는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 기록관리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서 이 문제를 정확히 짚고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대통령기록관리의 기본구조를 확인하고 '유출' 사건을 꼼꼼히 분석해 보도록 하자.

국가기록관리 기본구조를 보면 '유출사건'의 진실이 보인다

 [그림 1] 대통령기록관리와 관련된 시스템 흐름도
ⓒ 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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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사용했던 e-지원 시스템을 도해화한 것이다. [그림 1]에서 보듯이 대통령 전자기록은 e-지원시스템에서 생산되었다가 기록관리시스템으로 이관되고 그 이후 다시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으로 이관되어 관리되고 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보존하고 있는 대통령기록은 기록관리시스템에서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으로 이관을 받은 것들이다.

 [그림 2] 시스템 간 전자기록의 흐름
ⓒ 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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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이번 사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진본과 사본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e-지원 시스템에서 기록을 생산하면 그 기록은 진본이 되는 것이다. 그 이후 매년 기록관리시스템으로 기록을 이관을 완료하면 그 전에 생산된 e-지원 전자기록은 사본이 되고 그 기록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은 e-지원시스템에 들어 있던 전자기록이 적절하게 폐기되지 않고 사본 형태로 존재하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3] e-지원 전자기록 복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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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의 구조를 보면 e-지원 시스템에서 2부를 복사해 사본 1부는 대조 작업을 위해 국가기록원에 별도로 보관하고 있고, 사본 1부는 봉하마을에 소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서 설명한 구조로 볼 때 사실상 청와대에서 말하고 있는 '원본 유출'론은 설득력이 없다. 봉하마을에는 사본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국가기록원에서 진본(원본)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구조를 파악한 다음 이번 사건에서 논란의 되는 지점들의 진상을 파악해 보도록 하자.

[쟁점①] 봉하마을은 왜 기록을 복사해 갔나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은 사본이고, 열람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져갔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 측에서는 원본·사본 관계없이 기록을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관 설치와 대통령기록 서비스 체계를 잘 살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2007년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 구축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 대통령기록 이관 시스템만 구축되고 전직 대통령기록의 열람권을 포함해 대통령기록을 서비스 할 수 있는 체계는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국가기록원에서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전직대통령이 시스템을 통해서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열람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복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기록 사본을 가져 간 것은 적절한 것인가?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부는 봉하마을 용으로, 한 부는 대통령기록관 기록대조 참조용으로 복제되었고 복제 후 e-지원 하드디스크는 파기된 것으로 파악된다(이 부분은 서로 논란이 있으나 시리얼 넘버 등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사안을 종합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는 대통령기록관의 서비스 개시가 늦어질 것으로 보고 일시적 참조용으로 복제본을 봉하마을로 옮긴 것으로 파악되나 이는 대통령기록물법상 옳지 않은 처사이다.

대통령기록물법상 열람편의 제공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기록속에 비밀기록 사본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 사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이 국가기록원의 늑장 대응에 있었음을 고려하여 청와대 및 봉하마을에 양측에 양해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13일 오후 2시 국가기록원 방문조사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관계자들. 왼쪽부터 전해철 전 민정수석, 천호선 전 대변인, 김경수 비서관.
 13일 오후 2시 국가기록원 방문조사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관계자들. 왼쪽부터 전해철 전 민정수석, 천호선 전 대변인, 김경수 비서관.
ⓒ 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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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②] 청와대와 정치권의 주장은 적절한가

청와대와 정치권은 봉하마을 측에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그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사실관계에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청와대와 정치권이 언론을 통해 주장해온 몇 가지 사실만 살펴보자.

- 청와대 및 정치권 발표 일지-
6월 13일 : 노무현 정권 청와대 직원들, 내부자료 유출
6월 15일 : 봉하마을 e-지원 시스템 유출 위험, 온라인 차단 공식 요청
6월 15일 : 봉하마을 40만 인사자료 '봉하마을'로 유출
7월 6일 : 청와대 서버 유출 '국기문란' 행위
7월 10일 : 청와대 해킹 의혹
7월 12일 : 봉하마을 페이퍼 컴퍼니 이용해 서버구축

위에 정리된 사안만 보더라도 그동안 청와대와 정치권의 주장을 보면 충분히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시일을 달리 하며 파상 공격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봉하마을로 사본을 가져간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특히 대통령전자기록관리의 기본 체제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은 대부분 잘못 되었다.

예를 들면 하드디스크 빼서 가져갔다는 부분은 현재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봉하마을에서 청와대에 접속해서 유출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사실이 아니다.

또한 기록을 청와대에 남기지 않고 봉하마을에 가져갔다는 주장은 사실이지만 대통령기록물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청와대 측에서 오인해서 주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기록은 청와대에 이관하도록 되어 있지 않고 국가기록원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리된 것으로 보아 청와대와 여당은 이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쟁점 3] 봉하마을에 e-지원 시스템 구축한 것은 불법인가

청와대 측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서 봉하마을에 e-지원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e-지원 시스템은 국가의 예산으로 개발된 만큼 봉하마을에 설치되는 것만으로도 불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e-지원 시스템은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은 e-지원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정보시스템으로 업무처리를 했다.  e-지원시스템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고안해서 임기 중 업그레이드를 거듭해왔는데, 업무일지관리, 메모관리, 일정관리, 지시사항관리, 회의록관리 등을 포함해서, 정보관리-의제관리-문서관리-과제관리-지식관리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e-지원시스템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대통령기록 사본을 복사해 간 이상 이를 보기 위한 e-지원시스템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e-지원시스템은 봉하마을 내부 열람용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현 청와대의 전자기록, 혹은 다른 행정기관의 전자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e-지원 시스템을 봉하마을에 구축한 것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재임 말기에 국가 예산을 동원하여 이를 개발했다면 예산 사용처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는 있는 소지가 있다. 하지만 사비를 사용했다면 이는 퇴임 후를 사적으로 준비한 것이므로 불법성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쟁점④] 봉하마을로 사본을 가져간 것은 열람권으로 봐야 할까?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전용장소(대통령기록관 및 기타장소의 전용 열람장소), 전용시설(물리적 공간 및 전용라인과 전산시스템을 포함한 시설)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열람권, 열람편의란 전용라인과 대통령기록관 시스템의 열람 서비스를 통한 편의 제공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결국 봉하마을로 e-지원 기록을 복사해 간 것은 열람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는 상태이므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어서 전용라인을 통한 열람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하여 복사본을 회수하는 쪽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13일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왼쪽 두번째)이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 국가기록원 관계자 2명 등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조사 후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13일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왼쪽 두번째)이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 국가기록원 관계자 2명 등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조사 후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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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⑤] 현직 대통령은 열람을 하지 못하고 전직 대통령은 열람할 수 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서,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기록관 직원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15년-30년 동안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만약 열람을 하기 위해서는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관할 고등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 이외에 다섯 가지 사안에 대해서 전직 대통령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 이 제도는 왜 생겨났는가? 이 제도는 과거 대통령들에 의해 민감한 기록에 대해서 대부분 임기가 종료된 이후 외부로 유출하거나, 파기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적 혼란으로 대통령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남아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기록 건수가 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후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기록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일정 기간 기록을 보호해 주는 제도가 바로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대통령기록물의 공개가 아니라 보호에 있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도 기록이 존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기록 자체가 사라져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에서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기록을 열람하지 못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현직 대통령에게도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해 열람할 수 있는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대통령기록을 남기지 않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후임정권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기록을 다 열람할 수 있다고 하면 기록을 제대로 이관할 수 있겠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현재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사실 이번 논쟁은 역설적이게도 대통령기록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된 문제다. 수백만 건의 대통령기록을 남기고 대통령기록에 관한 선진적이고 객관적인 제도를 만들고, 이를 실행하는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들인 것이다. 이번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 국가기록원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 특히 2007년 말부터 최선을 다해 시스템 개발하여 서비스체계를 완비했어야 할 국가기록원 측의 늦장대응이 문제를 일으킨 핵심 원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청와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서비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또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취한 후 문제 해결의 해법을 찾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검찰조사, 정치적 공방 등은 정치운영의 혼란만 가중된다. 그 손실은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문제에 구체적 해결점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싶다.

첫째, 국가기록원에서 전용라인에 의한 열람편의 제공 일정을 봉하마을 측에 통보를 해야 한다.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둘째, 봉하마을 측은 국가기록원의 약속을 받아들이고 일정이 통보된 직후 복제본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셋째, 비밀기록 소지, 복사본 대량 소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복제본 반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문제는 의도적으로 대통령기록을 유출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 기록의 열람권을 확보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검찰수사,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별로 생산적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향후 대통령기록법 등 선진적 기록관리 제도를 새 정부가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더 이상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이자 (가칭)투명사회를 여는 정보공개센터 준비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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