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숭고한 기관입니다. 국회의 목소리는 곧 국민의 목소리입니다. 국회의 역량이 곧 국민의 역량입니다. 저는 대의민주주의에 기초한 민주 헌법을 수호하는 대통령으로서 국회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표하고자 합니다. 최고의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면서 내일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11일(금) 오후 2시. 이명박 대통령은 제18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못박았다. 딱 맞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쇠고기 문제'는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덧붙였다.

 

"국민의 목소리에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한편, 법치의 원칙을 굳건히 세워 나가겠다... 신뢰가 없다면 경제도 정치도 성공할 수가 없다...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국민의 마음을 얻어가도록 하겠다... 법과 질서가 바로서지 않으면 신뢰의 싹은 자랄 수 없다. 정부는 법질서를 지키는 사람에게 더 많은 자유과 권리가 돌아간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세워가겠다."

 

그래. 언뜻 흘려들으면 참으로 믿음직스런 말이다. 정말 말 한 마디는 미국산 쇠고기 기름처럼 번지르르한 이 대통령의 이마처럼 번지르르하다. 문제의 핵은 "법치의 원칙을 굳건히 세워 나가겠다"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법치의 원칙과 신뢰는 무엇인가.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일하며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는 말의 속뜻은 무엇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재협상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최루 가스 섞인 물대포를 쏘겠다고 윽박지르고, 곤봉으로 때리고, 군홧발로 마구 짓밟고, 닭장차에 싣고 가는 게 이명박식 법치의 원칙이 아닌가. 신뢰는 또 무엇인가.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국민들과의 만남이 두려워 광화문 네거리에 '명박산성'을 쌓는 게 이명박식 신뢰인가?

 

 

촛농이 입술에 떨어지기 전에...

 

오죽했으면 벌건 대낮부터 대폿집에 삼삼오오 몰려 앉아 국회연설을 듣던 사람들이 "맹박아, 제발 정신 좀 차리거라이~ 촛농이 니 입술에 떨어지기 전에",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는 맹박이 모습이 곧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 아닌가", "요즈음 촛불집회를 지켜보면 4.19때나 유월항쟁 때 같아"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겠는가.

 

겉으로는 더 낮은 자세로 일하며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 대통령은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없는 사람인가. 이 대통령의 속에는 대체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기에 저리도 많은 빈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다음 연설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 더욱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의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신뢰가 약해지고, 법과 원칙이 무시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 무슨 얼토당토 않는 말인가. 국민들은 촛불집회든 인터넷이든 그 어떤 형태로라도 현실정치에는 관심을 갖지 말고, 이 대통령의 정책을 하늘처럼 받들며 죽어라 주어진 일만 하라는 말인가.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누가 심화시키고 있는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폭력을 마구 휘두른 쪽은 이명박 정부의 경찰이 아니던가.

 

"감정에 쉽게 휩쓸리고 무례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사회"를 누가 만들었는가. 방귀 뀐 놈이

더 성을 낸다더니, 이는 이명박 정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이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을 퍼뜨리는 집단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대상"이란 말인가.

 

 

고유가 따른 정부의 특단 정책은 국민 고통 분담뿐

 

그뿐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대책에 대해서도 "국민들도 각자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아끼고, 생활 속에서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며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고 전력소비를 줄이는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내뱉었다. 이는 고유가에 따른 정부의 특단 정책은 없고, 모든 고통을 국민이 분담하면 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통합 없이는 발전이 없고, 발전 없이 통합은 결코 없다"는 말과 "'발전'과 '통합'의 두 수레바퀴를 힘차게 돌리기 위해"서란 말 또한 결국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니 국민들은 그냥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라오라는 말과 같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식 통합이자 이명박식 발전의 허구이다.

 

지금 서민들은 끝도 없이 치솟는 유가와 끝도 없이 치솟는 생필품값,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정책 등에 따른 혼란과 혼돈으로 삼중 사중고를 겪고 있다. 오죽했으면 신부, 목사, 스님까지 몽땅 나서서 촛불을 들었겠는가. 오죽했으면 유치원에서 초, 중, 고, 대학생까지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이명박 아웃"을 외치고 있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몹시 피곤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몹시 피곤하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누가 대한민국을, 누가 대한민국 국민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촛불이 약간 사그러드는가 싶으면 즉각 5,6공식 '신공안정국'으로 몰아붙이는 이명박 정부. 국민의 요구가 담긴 촛불집회를 코끼리가 비스킷을 밟듯이 여기는 이 정부에 제대로 된 눈과 귀와 코와 입이 있긴 있는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그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장밋빛 정책도 뒤죽박죽이다. 이 대통령이 후보 당시 자신만만하게 내세웠던 '747'(7%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4만 달러) 공약과 코스피 지수 3000 시대 등은 꼬리를 내린 채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은 하향 조정되었다. 겁도 없이 마구 오르는 기름값과 생필품값 때문에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허리띠를 마구 졸라매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자율화 방침에 대해 '광우병 걸린 미친 교육'이라며 손가락질 하고 있고,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을 약속해 놓고도 툭하면 말을 바꾸는 이명박 정부를 비웃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원시장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78)할머니는 "너무 오래 산 것이 죄지 뭐"라고 말한다. 김 할머니는 "내 평생 한국전쟁, 보릿고개 등 숱한 고비를 넘기며 장사를 했지만 요즈음처럼 물건이 안 팔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원 박아무개(53)씨는 "대체 대통령이란 사람이 저렇게 경박하게 말 바꾸기를 식은 죽 먹듯이 해서야 국민들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라며 "매달 꼬박꼬박 받는 월급은 빤한데, 물가는 자꾸 오르고 있으니,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자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여름휴가도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씨 뿌릴 때에도 때와 장소 적절하게 가려야

 

"국민의 생명이 희생된 데 대해, 특히 관광을 갔던 관광객이 피격 사망한 데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북한도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주먹구구식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4시 50분께 일출을 보려고 해변에 나왔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 여)씨의 피격 소식을 듣고도 국회연설에서 태연하게 "대북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과 공영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북 간에 합의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호혜의 정신에 기초하여,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특정 정권 차원이 아니라 민족 장래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이 피살된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아무리 보아도 코미디로 들린다. 물론 군사경계구역으로 산책을 나간 박씨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북한 군인이 남한 관광객을 총살한 것은 북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릴 때에도 때와 장소를 적절하게 가려낸다. 보리 씨앗을 한창 모내기를 하고 있는 때에 무논에 뿌린다면 보리가 싹을 틔울 수 있겠는가. 볍씨를 초겨울에 마른 논에 뿌린다면 벼가 싹을 틔울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이번 남북관계 개선 발언은 자칫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는 그 말이다.

 

 

이명박 정부 수술해 줄 뛰어난 의사 어디 없습니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을 향해 '신공안정국'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지금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부 6명이 경찰 구속을 피해 서울 조계사에 피신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은 조, 중, 동 광고 싣지 말기 운동을 주도한 누리꾼 20여명을 서면 통보도 없이 출국 금지시키는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태연했다. 청와대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를 먹는 모습을 언론에 내보냈다가 "대한민국 청와대가 한우는 먹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청와대도 광우병 결렸느냐"는 국민들의 호된 말의 매를 맞고 있다.

 

정말 웃기는 것은 청와대 구내식당에 오른 쇠고기가 지난 해 쇠고기 협상타결 앞에 수입된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라는 것이다. 정말 미국산 광우병 걸린 소가 보아도 콧방귀를 뀔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명박 정부는 지난 네 달 동안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땡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와 함께 지금의 경제 위기 요인을 고유가와 함께 촛불집회에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 한마디로 촛불집회 때문에 우리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게 말인가, 말 뼈다귀인가? 혹 이명박 정부가 잠꼬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하긴 이명박 정부가 잠꼬대 같은 말이나 정책을 편 것이 어디 어제 오늘 일이던가. 모든 잘못과 고통을 국민에게 덤터기 씌우려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누가 이명박 정부의 삐딱한 사고를 수술해 줄 뛰어난 의사 어디 없습니까.


태그:#이명박 , #촛불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