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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ABC협회(신문·잡지 등의 발행·유료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기관)가 지난 2002년과 2003년 각각 한 차례씩 <조선일보>의 부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공식 발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당시 부수조작사건은 <조선일보> 실무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는 이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크게 들썩이고 있다.

 

<경향신문> 9일자 조간에 따르면 한국ABC협회 전 직원 A씨는 8일 "협회 간부들이 유료부수 조사팀에 <조선일보>에 대한 조사 수치를 조작토록 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어 "협회 간부들은 무료 구독자가 유료독자로 전환한 경우 수금 개시일 전 2개월까지만 유료부수로 인정하는 규정을 어기고 3개월까지 유료부수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조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의도적 부수조작... "<조선일보> 부탁 거절할 수 없었다"

 

<경향>은 또 A씨가 "2003년 당시 전수 조사 결과 부수는 조선일보가 신고한 부수의 88.7% 수준인 169만9430부로 나왔으나 협회 간부들은 '조선일보 신고부수의 90%(172만3115부)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협회 조사 부수보다 5만6000여부 많은 175만6193부로 수치를 조작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ABC협회는 이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03년 10월 16일 이를 <조선일보>의 유료부수로 최종 공표했다.

 

이어 <경향>은 ABC협회가 지난 2002년에도 2001년치 유료부수 조사를 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조선일보> 유료부수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유료부수를 192만9441부로 신고하자, 조사결과 부수가 177만5127부임에도 이보다 3만여 부를 부풀린 180만6755부를 유료부수로 공표했다는 것이다.

 

특히 ABC협회 전 직원은 "내부 규정상 조사 문서의 수치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조사 담당자뿐이라서 당시 조선일보 판매국 실무자의 부탁을 받은 협회 간부들이 조사팀에 직접 수치를 고치라고 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당시 ABC협회 부국장으로 있던 홍아무개씨도 "<조선일보>는 한국ABC협회 설립 초창기인 1990년부터 10년간 계속 실사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전관예우 분위기상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당시 부수조작은 <조선일보>의 청탁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언론단체 "ABC협회 조사능력 의심... 이런 식이면 해체해야"

 

이와 관련해 김정대 언론개혁시민연대 기획실장은 "지난 2005년 신문법 개정 시 신문 발행부수의 투명성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ABC협회가 발행부수를 발표하지만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결국 이번 사건을 통해 (ABC협회가)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ABC협회가 조사한 발행부수를 중심으로 광고단가가 매겨지는 상황에서 공사기구가 특정 신문사를 위해 부수를 조작한다는 것은 신문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전체 신문시장 부수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동아><중앙>은 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신뢰하기 어려운 것으로 당연히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운영될 바에야 차라리 해체하고 공신력을 가진 새로운 기구가 출범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김 실장은 <조선일보>의 청탁에 따라 부수조작이 벌어진 점과 관련, "청탁 자체가 공정거래 위반"이라며 "시장경제 질서를 해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를 감시해야 할 언론사가 이런 식으로 신문시장을 교란하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로비를 해왔다는 것은 기본적인 언론의 책무를 망각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서정민 언론노조 정책국장도 "조선일보의 필요에 따라 ABC협회가 발행부수 부풀리기에 나섰다면 실제 발행부수는 더 떨어진다는 얘기"라며 "03년 이후에는 ('조중동'에서) 실사 요청도 하지 않는 등 공식적인 부수 공개를 꺼리고 있고, 안 그래도 발생부수가 부풀려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광고단가 책정은 더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국장은 또 "실효성도 없고 제대로 밝힐 의지도 없는 ABC협회에 발행부수 조사를 맡겨서는 안 된다"며 "신문발전위원회를 비롯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명확하게 발행부수 실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리꾼 "사실왜곡, 부수조작... 언론이 뭐 이래?"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대화명 'sysmgr'은 "ABC 부수 조작은 사기죄"라며 "신문에 지역 광고를 낼 때는 해당 지역 구독자 수를 근거로 광고료를 주는데, 이를 부풀렸다면 없는 독자에 대해서까지 광고비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경향닷컴>의 '산마루'는 "조선은 도대체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사실도 왜곡, 부수도 조작, 얌체 근성에…. 어떤 언론은 있으나 마나 하지만 조선은 우리 사회에 암적 존재로 없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바우콩'은 "검찰은 이 일에 대해 '인지수사'를 해야 한다"며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그는 "이런 조작은 실제적인 사기에 의한 광고료 편취에 해당하는 것이니 범죄가 되는 것이 맞지 않나"며 "바른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애쓰는 검찰의 앞으로의 조치에 대해 주목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난쏘공'도 "판매부수 조작한 조선일보에 대해 검찰은 즉각 수사에 들어가야"한다며 "<PD수첩>은 조사하면서 <조선>만 빼면 안 된다, 그리고 <중앙>이 쇠고기 식당 사진 조작한 것도 추가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태그:#조선일보, #ABC협회, #누리꾼, #발행부수조작,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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