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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중계를 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있다.
 야구 중계를 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있다.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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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쯤으로 기억난다. 한창 아이들이 CM송을 따라 부를 정도로 널리 퍼졌던 대부업체 광고 문제가 불거졌던 때가. 프랑스 샹송 가락에 맞춰 나온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와 아카펠라의 진수(?)를 보여준 'OO머니' 노래, 가요를 개사한 '여자라면 무이자' 노래 등이 TV에 나오면서 아이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던 바로 그 때 말이다.

대출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어른들은 태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광고에 나온 연예인들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한 연예인은 광고 계약을 맺었던 매니저를 해고하며 사죄했고. 다른 연예인은 '내리는 소나기는 피하지 않겠다'며 대부업체 광고 찍은 것을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여하튼 연예계가 시끄러울 정도로 대부업체 광고 모델들은 인기에 엄청난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결국 대부업체 광고는 공중파에서 퇴출되고 말았지만, 케이블에서는 여전히 득세다. 오히려 '00캐피탈'이란 이름으로 등장한 대출 종용 광고들은 더 늘어났다. 거기에 여성전용, 직장인 전용 등을 내세우며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도 생겼다. 실제로는 '만만한' 고객을 상대로 한 장사속이라고 하는데 여하튼 지금도 대출 광고를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요즘 그 대부업체 광고 때문에 보기가 겁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야구중계다.

이닝 바뀌고 투수 바뀔 때마다 "밤바라밤밤밤"

야구는 사실 광고하기가 참 좋은 종목이다. 중계 시작 전, 이닝이 바뀔 때마다, 중계 마친 후는 기본이고 투수 교체 시에도 수시로 광고를 틀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야구가 위기 때마다 투수를 자주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이 때문에 '출첵 야구'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지만, 광고주들에게는 오히려 호재일 것이다. 그만큼 광고를 더 많이 틀 수 있으니까.

그런데, 특히 투수교체 시에 꼭 나오는 광고가 있다. 하나는 "클릭 클릭"하며 여배우의 미소를 내세우는 "000론", 또 하나는 "밤바라밤밤밤밤"하며 야간에도 대출이 된다고 광고하는 '00앤00' 광고다. 이 광고들은 이상하게 다른 광고들보다 수시로 등장한다. 중계의 시작과 끝을 알리며 특히 투수가 교체되거나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질 때는 반드시 나온다.

케이블 프로야구 중계를 서비스하는 포털에는 '응원게시판'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응원의 메시지를 담는 게시판인데 이 게시판에도 수시로 나오는 말이 "대출광고 그만해라"라는 말이다. 어느 날인가는 투수교체가 잦아지자 "투수교체해서 이익 보는 곳은 대출업자들"이라는 말이 나왔다. 야구팬들에게는 지겨운 존재로 이미 굳어진 것이다.

야구 보는 이들에게 전화해서 대출받으라고?

야구를 볼 적마다 꼭 보게 되는 대출광고를 보면 정말 섬뜩하다. 평일, 가진 돈이 바닥나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서 야구를 보고 있는데 '야간대출 실시'하며 야구를 보고 있는 밤에도 대출을 할 수 있다는 광고를 계속 보게 되면 어느 순간 핸드폰을 잡게 될지도 모른다.

'OOO론' 광고는 또 어떤가? 계속 반복되는 CM송에는 '인터넷 대출, 할인' 이야기가 나온다. 야구를 즐겨보는 이들이 누구인가? 젊은 층, 그리고 중년층들이 즐겨보는 게 야구다. 이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일명 '제2금융권'을 내세우며 각종 카피로 대출을 요구하는 광고들이 야구중계 중간 중간 펼쳐진다. 어느 방송사나 다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광고가 많아졌나 했더니 역시나, 대부업체 회사들이 프로야구 중계를 협찬하고 있었다. '000론'과 'OO앤00'는 중계가 끝나면 '이 중계방송은 00 협찬입니다'라는 멘트와 상호명이 꼭 나온다. 이들이 협찬을 해 주니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이들 광고를 집중적으로 틀 수 밖에 없다.

야구중계 협찬까지, 참 많이 컸다

프로야구는 엄연히 국민의 오락이 됐고 현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은 TV중계를 보며 야구의 재미를 간접적으로 만끽한다. 이제는 스포츠 4개 채널이 모두 프로야구 중계를 하게 되어 채널 선택권도 한층 넓어졌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보는 야구중계에 수시로 등장해 초를 치는 대부업체들의 광고는 정말 야구 보는 이들을 겨냥하는 것 같아 섬뜩하다. 그렇게 비난을 받았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검은 손을 뻗치며 광고의 핵으로까지 부상한 대부업체들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참 궁금하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가 응원게시판에 남긴 글은 참 의미심장하다.

"OOO론 광고, 클릭하니까 집이 바뀌는 걸로 나오잖아. 그거 클릭 잘못하면 집이 날아간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거야."


태그:#대부업, #야구중계, #제2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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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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