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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59번째 촛불집회가 이어진다. 종교계의 촛불집회가 이어지자 잠시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촛불집회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온갖 양비론의 수사법을 동원한 보수언론과 보수집단의 논리로 '폭력, 비폭력'이라는 괴이한 논리로 촛불을 끄려는 시도를 전방위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촛불집회를 왜곡하는 보수언론과 보수집단의 말장난

 

보수언론과 보수집단은 지금 촛불집회를 '폭력집회'로 몰아가느라 올인하고 있다. 더이상 밀리면 안되겠다는 강한 불안감이 그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관전평을 하자면 너무 강하다. 강하면 부러진다.

 

교통사고가 나면 많은 경우 말싸움으로 이어진다. 정작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데 말싸움이 붙는 경우 "반 말을 했네 어쩌네"하는 말싸움이다. 이런 말싸움은 사고의 원인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그로 인해 교통사고의 결과보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보수언론과 보수집단과 정부, 여당이 촛불집회의 불법폭력을 운운하며 '이젠 촛불을 꺼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예로 든 위의 사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촛불집회가 왜 시작됐는지에 대한 원인의 제거 없이,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간과할 뿐 아니라 진행되고 있는 모든 책임을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돌린다.

 

그럴 때 가장 이용하기 좋은 것은 '양비론'이다. 양비론에 빠져 자기주장만 하는 이들은 사태파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것도 저것도' 중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다가 정반대의 주장을 하면서도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조중동>이다. 요즘 촛불집회를 종교계가 이끌어가자 엄하게 훈수하며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들은 이미 보수단체들의 정치개입성 집회에 대해서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고, 종교단체가 집단행동을 하기까지 원인을 제공한(?) 정부를 비난했다. 이것은 촛불집회에 예비군복을 입고 나오는 이들에 대한 논란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말장난들이 지나치다. 권력을 가진 이들의 말장난은 그냥 말장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며, 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꼼수, 거짓말로 신용을 잃어버린 현 정부는 반성해야

 

예로 다 든다면 기사를 읽는 이들이 읽어가기 불편할 정도로 양이 많은 만큼 현 정부는 거짓말을 많이 했다. 그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그들이 진실이었다고 믿었던 간에 거짓말을 너무 많이했다.

 

쇠고기협상, 추가협상을 하면서 조변석개하듯 바뀌는 말들은 판단의 실수라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미숙한 협상을 눈가림하려는 거짓말이었다. 거짓말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데 그들의 거짓말은 하루 이틀 사이에 밝혀진다.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쇠고기 협상이 되었을 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주 당당하게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는 미국인이 먹는 것하고 똑같습니다. 30개월 이상되는 쇠고기는 들어오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대국민 사기극과 다르지 않다. 어디 그 뿐인가? '국민이 반대한다면...'하는 토를 달고 하겠다, 안하겠다 꼼수를 피운다. 경부운하의 경우도 이미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꼼수를 피운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그렇게 진행되어왔다.

 

이런 정부를 보면서, 분노하지 않는 국민이 정상인가? 머슴이 되어 국민을 섬기겠다던 그들이 끊임없이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밀어부치려고 하고, 곤봉과 방패와 물대포와 쇠파이프와 군홧발로 짓밟으며 강경진압을 한다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촛불집회의 불을 당겨놓고, 계속 기름붓는 일을 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촛불집회의 본질을 흐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보수언론과 보수집단, 맞불집회를 하는 이들을 끌어들였으니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하수가 읽을 수 없는 고수의 전략을 구사한 것일까?

 

아니, 그들은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아주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된 나라도 부족해서 지역색이 강한 것도 부족해서 국민들까지도 보수와 진보로 색깔나누기를 하면서 어부지리로 이익을 얻으려는, 혹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밀어부치려는 비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너무 어리석다.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소통부재,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국민을 돕는 일

 

알맹이라고는 없는 대국민 담화를 두 차례나 발표했던 정부는 오히려 국민들의 더 큰 저항에 직면했다. 그들은 사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도무지 깨닫지 못하고, 일시에 촛불을 끌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 같았다.

 

6월 10일을 기점으로 해서 촛불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아마 경찰의 강경진압 방침이나 폭력적인 진압이 없었더라면 이 촛불은 더 빨리 희미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하나는, 국민들도 피곤했기 때문이다. 좀 쉬고 재충전을 할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시위를 해도 밤새워 하며, 그것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집회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있었는가? 전무후무한 일로 남을 만한 기록이다. 물론 이 기록은 매일 갱신되겠지만. 그래서 피곤하다. 국민들도 좀 쉬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촛불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촛불의 숫자나 세면서 당신들의 지지자들이 많아졌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어떻게 깨우쳐 줘야 하나?

 

또 하나는, 두 번의 담화문 발표와 강경진압 발표 이후 정부 측에서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언론과 논객들이 지속적으로 촛불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대통령과 측근들을 통해서 나오는 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언제 우리 국민들이 대선공약을 실천할까봐 겁낸 적이 있었는가? 이번엔 국민들이 대선공약대로 할까봐 겁내고 있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으려면 차라리 가만히 있어라. 그것이 차라리 국민을 돕는 일이다.

 

촛불집회는 변질되지 않고 진화되어 갈 뿐이다

 

현재 정부측의 대응을 보면 촛불을 끄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계속 국민들을 자극하는 말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촛불이 쇠고기 문제로 시작해서 경부운하, 정권퇴진에 까지 이르러 변질되었다고 주장하며, 변질된 촛불집회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한다. 당신들이 판단할 때에는 단순히 쇠고기 문제만 가지고 촛불이 켜진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공교육문제, 경부운하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그 안에는 들어있었고, 가장 큰 문제가 쇠고기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쇠고기 문제도 해결이 안되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의 검역주권까지도 빼앗기게 생긴 상황들에 강경진압까지 이어지며 연행자 수가 1천여명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소통의 부재를 절실하게 느낀 것이다.

 

아무리 말해도 소통이 안되는구나, 국민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면 퇴진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쇠고기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더니 경부운하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경부운하 반대를 외칠 수밖에. 결국 촛불집회의 변질이 아니라 촛불집회의 진화과정이다.

 

촛불이 켜진 원인에 대한 본질은 외면하고 불법이니 폭력이니 변질 운운하지 말고, 국민들과 소통하라. 아직 국민들의 인내심이 남아있을때, 정권퇴진 운동이 아직은 이른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촛불에 남아있을 때, 이 때를 놓치지 마라.

 

5년, 아주 긴 것 같지만 그리 길지 않다. 나는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이 5년 뒤 임기를 마치고 좋은 대통령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 자신 뿐 아니라 국민들까지도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너무 늦기 전에 국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보수언론과 보수논객들도 색깔론으로 접근하지 말고, 양비론으로 접근하지 말고 촛불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길 바란다.


태그:#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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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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