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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 안홍기 이경태 송주민 기자/ 총괄 김병기 기자
- 생중계 : 김호중 김윤상 엄수용 기자/ 총괄 이종호 기자
- 사진 : 권우성 기자
- 편집 : 김영균 기자

1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마친 뒤 다시 광장에 모여 마무리 행사를 열고 있다.
 1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마친 뒤 다시 광장에 모여 마무리 행사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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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명동앞을 지나 을지로 입구 네거리로 행진하고 있다.
 1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명동앞을 지나 을지로 입구 네거리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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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일 밤 10시 30분]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절도... 내일 뵙겠다"
평정심 되찾은 '비폭력 촛불'... 종교인의 출현에 "감사"

지난 주말 '경찰 폭력'에 맞서 가파르게 일렁이던 '촛불'은 이제 평정심을 찾았다. 전쟁터같았던 서울광장에는 '평화의 선율'이 울려퍼지고 있다. 7월 초의 '촛불'은 2달 전과 같이 은은하다.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의 비상시국미사 두 번째날, 1만여개의 '촛불'은 김인국 신부의 부탁대로 '살인미소'만 띤 채 구호도 외치지 않고 평화 침묵시위를 마쳤다. 특히 김 신부는 이날 행진의 주제를 '바른생활'로 잡았다. 원칙은 '침묵'과 '평화'였다. 흔히 외치던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도 없었다. 성당에서 머리에 미사포를 한 채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천주교 신자와 같이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밤 9시 30분 시청 앞 광장에는 '헌법 제1조'가 울려 퍼지고 1만여명의 시민들이 일어서 덩실덩실 촛불을 흔들었다. 신부와 수녀들도 일어나 백합꽃을 흔들었다.

김인국 신부가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작할 때 시작하고, 맺을 때 딱 맺는 국민의 절도"라며 "내일 다시 뵙겠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차례 차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은 시민들은 트럭에 남아있는 김 신부의 곁에 남아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천막으로 돌아간 신부들에게 감사인사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밤 10시도 채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들은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오는 5일 열릴 '촛불대행진'에도 오기로 약속했다.

김 신부는 "7월 5일 토요일에 그동안 모았던 열기를 털어 넣는 평화대행진이 열린다, 토요일까지 국민들 마음을 안아드리고 다독거리고 두려움에 빠진 분들을 초대하고자 한다면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까지 잘 견뎌야 한다"며 "내일도 이렇게 사람들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일들이 벌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두번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다시 한 번 시민들의 도덕적 우위를 자랑했다. 버스가 밀린다며 욕설을 하는 시민에게는 "죄송하다"고 인사를 건넸고 "청와대로 가자"고 외치던 청년에겐 '우리를 폭도로 부르는 이들의 농간에 넘어가지 말자, 토요일이 있다"며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김승욱(38)씨는 "신부님이 나서서 차분하게 촛불 집회를 재정비하고, 비폭력 기조로 인도해줘서 나 같은 소시민도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종교인들로 인해 탄압받던 촛불에 큰 전환점이 되는 것 같고, 정권에서 주장하는 '전문시위꾼', '좌파 빨갱이' 등의 얼토당토않은 논리도 어느 정도 무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종교인들의 이런 모습, 힘이 된다"

종교인들의 출현은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촛불을 들고 있는 부모 시민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고 있다. 이날은 고사리 손의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의 촛불도 많이 보였다.

인천에서 네 살 난 딸과 함께 온 이기옥(34)씨는 "(신부님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며 "며칠 전부터 정부의 강경진압 기조가 심해져 아이를 데리고 나오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이렇게 다시 마음 놓고 나올 수 있게 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 곳에 나오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의 장래 때문인데 애가 다치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 아니냐"라고 말하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열살 난 딸과 함께 촛불을 흔들던 한남동에서 온 정윤숙(40)씨도 "대책회의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정권의 탄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의 이런 모습은 큰 힘이 된다"며 "지난 주말에는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정말 무서웠는데 인터넷을 통해 월요일부터는 종교행사라는 소식을 듣고 폭력적이지 않을 것 같아 딸하고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위가 과열되고 경찰의 진압이 심해진 순간부터 아이는 놔두고 남편과 둘이 나오곤 했는데 이렇게 다시 분위기가 평화적으로 됨에 따라 딸을 데리고 나올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7신 : 밤 9시 20분]

침묵시위... 시청 보이자 비로서 "와-" 함성
버스에 탄 시민과 실랑이 벌이기도... "오늘은 그냥 가자"

현재 시민들은 사제단과 함께 롯데백화점을 지나가고 있다. 침묵 행진을 하면서 시민들이 1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은 '침묵 평화' 행진 기조에 맞게 촛불만 든 채 아무런 구호도 외치지 않고 사뿐하게 도로 행진을 했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버스에 탄 시민들과 언쟁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버스에 탄 한 시민은 촛불을 든 시민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교통혼잡을 일으킨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를 놓고 촛불 시민들과 잠시 언쟁을 하기도 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오늘은 신부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침묵시위 아니냐"며 "그냥 지나가자"고 다독였다. 또 한 시민은 손가락질을 하는 버스 안의 시민을 향해 거듭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풍문고 앞에서는 청와대로 가기를 원하는 일부 시민과 시청으로 되돌아가자는 시민들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로 가자는 시민은 "이대로 구호도 없이 시청으로 돌아가면 어제처럼 몇 번 촛불을 흔들고 집으로 다 흩어진다"며 "청와대로 가서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대다수의 시민들은 "지금 청와대로 가면 우리를 폭도라고 부르는 이들의 농간에 놀아나게 된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시청광장을 비워줘야 할 지 모른다"며 '청와대행'을 외치는 시민들을 지나쳐 시청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편 행진 선두는 시청에 도착했다. 시청이 보이자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비로서 높은 함성을 질렀다.

방송차는 돌아다니지 마?
성동경찰서, 방송 설비 차량 억류
스피커가 달린 차량은 서울 시내를 활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최창준 민주노동당 성동지구당 위원장은 1일 밤 9시 20분경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단지 차량에 스피커가 달려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왕십리 사거리 부근에서 방송차량이 경찰차 2대에 포위당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알려 왔다.

최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의 노동자들이 방송차량을 타고 한양대 앞을 지나고 있을 때 성동경찰서 경찰들이 나타나 이동을 제지했다는 것. 경찰은 "촛불 집회 때문에 방송 차량은 시내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노동자들과 경찰은 논의를 통해 원래 목적지였던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까지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왕십리 사거리 부근에 다다르자 더 이상은 못 간다며 경찰차들이 방송 차량을 막아섰다는 것.

최 위원장은 "방송 차량이라는 이유만으로 막아서서 2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은 특별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았다, 법적인 근거도 없이 무작정 막아서는 것은 예전에도 없던 일이다. 이런 불법적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습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민주노총 노동자와 시민들이 성동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하고 있다.

[6신 : 1일 저녁 8시 40분]

"행진 원칙은 침묵...살인미소만 건네자"
8천여 촛불 '박수'... 신자-시민의 '어울림'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가 열리고 있다.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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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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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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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미사 진행 도중 가장 엄숙한 시간은 영성체 시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모든 신도들이 함께 임하는 숙연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는 항상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엄숙한 성가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이날은 '광야에서'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헌법 제1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신도들에게는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두 달여 동안 '지겹게' 들어왔던 노래들이니 만큼 모든 시민들이 함께 입을 열고 노래를 불렀다. 영성체 시간도 신자들만의 시간이 아닌 모든 촛불들이 함께 하는 어울림의 장이 됐다.

밤 8시 10분경, 미사가 마무리 됐다. 다시 한번 김인국 신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시민들에게 거듭 평화 행진을 강조했다. 또한 이날의 행진의 원칙은 '침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부드러운 살인 미소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함께 하자고 외치자"고 말했다.

"시위의 원칙은 평화다.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가 아니라 하늘이 주는 평화다. 우리와 뜻이 다른 분도 있다. 그 분들이 격정적인 감정 휩싸일 때 나무라지 말고 꼭 안아 달라. 단 한 번의 실수가 있어도 평화행진은 꺼지게 된다. 마치 얇은 얼음을 밟고 가듯이 조심조심, 어떤 아주머니가 출렁이는 물동이를 이고 걸어가는 것처럼 살포시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시민들은 박수로 동의의 뜻을 보내며 입을 굳게 닫은 채 하나 둘씩 시청광장을 떠나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촛불만이 놓여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또한 김 신부는 "경찰에게서 편지가 왔다"며 그 내용을 행진에 나서는 시민들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어제 밤은 2달여 만에 처음으로 밤 12시 전에 들어갔다며 고마워합디다, 우리 사랑하는 경찰 가족들이 오늘밤도 편안한 저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전경으로 복무 중인 우리 아들들도 함께 해 줄 것입니다. 수고하는 경찰 가족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8천여 '촛불'은 또다시 박수를 쳤다.

[5신 : 1일 밤 8시 10분]

"전문시위꾼이 주도? 예수님은 '전문시위꾼'이 맞다"
김인국 신부, 대중적인 강론으로 시민들 웃음 자아내

서울광장에서의 두 번째 비상시국미사의 진행은 서울 신월동 성당의 나승구 신부가 맡았다. 나 신부는 작은 용달트럭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을 바라보고 섰다. 바로 앞에는 20명의 천주교 사제들이 천막을 깔고 앉아 있다.

신자들은 미사 중간에 차분한 어조로 "아멘"이라고 읊조렸다. 일반 시민들은 다소 어색한 듯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나 신부의 미사 진행을 보좌하기 위해 용달 트럭 위에 오른 김인국 신부는 재미난 내용의 강론으로 신자들과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그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청 앞 광장은 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인국 신부는 "지난 삼성특검을 통해서도 자주 겪었던 검찰총장은 '촛불 문화제는 정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불순 세력이다, 어제 집회를 전문 시위꾼들이 주도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어제 한 교우가 전화로 ‘300명 신부님들이 교우들 가운데로 걸어 나올 때 마치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의 행렬을 본 듯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전문 시위꾼이 맞다"고 외쳤다. 시청에 있는 '촛불'은 웃으며 큰 박수를 보냈다.

김 신부는 "여기 서울광장은 전경차량이 바리케이드처럼 둘러싸고 있어 시민들의 시야를 막고 있다, 저런 일만 없으면 여기 사제들의 천막도 없었을 것"이라며 "어제 우리는 국민의 자존감을 드높였던 기쁜 밤을 보냈다, 비폭력은 인격의 키다, 앞으로도 주먹이 아니라 인격의 키로 싸우자"고 제안했다.

또한 김 신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즉석 제안을 해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당신께서 한 추가협상 내용을 다 받아들인다. 재협상 안 해도 좋다. 단 조건이 있다.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던 중학교 여학생들을 설득해 달라. 그 아이들 입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았다, 우리야말로 권력의 원천이다' 이렇게 동의하게 되면 우리가 지금껏 외쳤던 간곡한 호소들을 모조리 철회하겠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미사이니 만큼 이날은 성가 대신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아침이슬' 등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신자가 아닌 시민들은 미사 진행모습이 신기한 듯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느낌이 드는 천주교의 '주의 기도'는 몇몇 시민들도 함께 읊조리고 있다. 미사 말미에 진행되는 '평화의 인사' 시간에는 모든 '촛불'들이 뒤엉켜 서로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서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서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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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높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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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1일 저녁 7시 50분]

8000여명 인파..."시국 미사 너무 감동적"

저녁 7시 30분 서울시청 광장에는 8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있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가 말할 때마다 미소를 짓거나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마포구에 사는 이성현(45)씨는 "김인국 신부님이 너무 요점을 정확히 짚는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처음 촛불을 들고 나왔던 여중고생들을 설득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추가협상 내용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김 신부의 말을 백미로 꼽았다.

이씨는 "정말 김 신부님의 말씀처럼 우리 정부가 단 한명의 국민이라도 제대로 설득할 수 있었다면 이곳에 나오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아직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6살난 딸 아이를 데리고 나온 김승유(35)씨는 "어제 오마이뉴스 생중계로 시국미사를 봤는 데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오늘 내 딸아이에게도 그 감동을 전하고 싶어 직접 이 자리에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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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어떤 부모라도 아이에게 더러운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며 "비록 아이 엄마가 젖먹이랑 같이 있어 나오지 못했지만 우리 딸아이에게는 아빠랑 다른 어른들이 자신들의 먹거리를 챙겨주기 위해 이만큼 나왔다는 사실을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광장의 잔디는 절반 이상 뜯겨져 나간 상태다. 수십여개의 포대에는 떼어낸 잔디들이 담겨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도 모래 바닥에 앉지 못하고 그대로 선 채 시국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피곤한 지 잔디 포대에 기대있던 박아무개(50)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종교지도자들이 다 사기꾼 같아 보였다. 그런데 저 앞에서 있는 신부들은 좀 다른 것같다. 국민들이 종교인들과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지 처음 알았다. 지난번에 시청 광장에 있던 뉴라이트 목사들도 이 모습을 꼭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계속 모여들고 있다.

[3신 : 1일 저녁 7시]

다시 울려 퍼지는 서울광장의 기도소리

서울광장에 다시 기도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1일 저녁 6시 40분께부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두 번째 비상시국미사가 시작됐다. 이른 저녁이지만 서울광장은 약 3천여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의 참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촛불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대 앞쪽에 자리한 천주교 신자들은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외고 있다. 미사포를 쓴 여성 신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시민들도 엄숙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있다.

강남 도곡동에서 6살 딸과 함께 참석한 임승윤(39)씨는 돗자리에 앉아 주기도문을 외고 있다. 임씨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양심이 허락할 것 같지 않아 이렇게 나왔다"며 "행동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의 안민석, 김재윤 의원도 맨 앞자리에서 앉아 시국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방인성 목사, 김성복 목사, 김창규 목사가 1일 오후 5시 40분 청와대에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떠나기 전 기자들의 촬영에 응하고 있다.
 방인성 목사, 김성복 목사, 김창규 목사가 1일 오후 5시 40분 청와대에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떠나기 전 기자들의 촬영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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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4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와대로 삼삼오오 흩어져 걸어가고 있는 목사들을 전경이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서 막아서고 있다.
 1일 오후 4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와대로 삼삼오오 흩어져 걸어가고 있는 목사들을 전경이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서 막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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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일 오후 6시 40분]

"대통령이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나님,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고집을 꺾을 용기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십시오. 지혜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 목회자들이 회개합니다. 우리 기독교가 기독교인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무분별하게 앞장섰습니다. (중략) 이 진정 어린 목소리가 하나님께 상달될 것으로 믿습니다."

오후 5시 40분 마지막 기도와 함께 방인성 목사, 김성복 목사, 김창규 목사가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떠났다. 걸어 들어가지는 못했다. 경찰과의 합의 끝에 경찰차를 타고 청와대로 가기로 했다. 남은 목사 20명은 찬송가 "우리 승리하리라"로 떠나는 그들을 격려했다.

경복궁역 3번 출구와 효자로 입구에서부터 전경에 의해 포위당한 지 1시간 만이었다. 오후 5시 20분 경 경찰의 포위가 풀려 다시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미 통의파출소 50m 앞에도 전경들에 의해 막힌 상황이었다.

목사들은 더 이상 전경들과 부딪히지 않고 그 자리에서 "어청수는 해임하고 이명박은 사과하라", "추가협상 기만이다, 재협상을 실시하라", "촛불은 민심이다, 촛불에 승복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목사들을 막아서고 있는 경찰을 향해 "무엇 때문에 막고 있는거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로 향한 목사들은 10여분 만에 돌아왔다. 방 목사 등은 "미리 약속이 안 됐다는 이유로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서한을 접수했다"고 보고했다. 방 목사 등이 "이전 청와대에 방문했던 때랑 달리 청와대 민원접수실마저 폐쇄적이고 권위적으로 변했다"며 "앞으로 우리가 더 열심히 싸워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자 거리에 앉은 목사들은 박수를 치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오후 6시 20분 목사들은 "하나님의 마음과 국민의 뜻을 온전히 전한 것"에 대한 감사 기도를 올리고 해산했다.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3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십자가를 앞세우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다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3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십자가를 앞세우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다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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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일 오후 5시 46분]

"이렇게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게 불법입니다. 성직자들이 이러시면 됩니까?"
"뭐가 불법이야? 불법이면 다 잡아가!"

목사와 경찰이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설전을 벌였다.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 소속 목사 40여 명은 1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촛불집회 폭력 진압을 규탄했다.

이들은 짧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도를 따라 청와대까지 행진한 다음 항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인근에서 십자가를 앞세운 목사들의 행진을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이렇게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게 불법"이라며 "성직자들이 이러시면 되느냐"고 길을 막았다. 이에 목사 40여 명은 "뭐가 불법이냐, 불법이면 우리를 다 잡아가라"며 "경찰은 평화 시위 보장하라"고 외치며 경찰과 작은 몸싸움을 벌였다.

목사들은 찬송가와 시편 등을 암송하며 경찰에게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오후 4시 15분 목사들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목사들은 전경들을 밀어내며 "길을 열어라" "문을 열어라" "여기는 인도다"라고 외쳤다.

일부 목사들은 전경들에게 "여러분은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겠습니까, 아니면 국민의 목소리,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겠습니까. 여러분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몸싸움은 10여 분간 계속됐다. 목사는 "차라리 우리를 때려라" "목사들은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목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정부종합청사 뒤편에 다시 모였고, 경복궁 역쪽에서 다시 전경에 막혀 있다.

이에 앞서 목사들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회개와 폭력진압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진광수 산성교회 목사는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오늘 성직자들이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많은 시민들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사람의 힘으로는 더 이상 할 수 없어 무릎을 끓고 기도하오니, 함께 기뻐하고 함께 즐거워하며 다같이 소망을 누리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방인성 함께여는교회 목사는 "지금처럼 시민들의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이고 평화적인 시위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렇게 하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 사탕발림인 추가협상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 목사는 이어 "공권력 남용으로 시민들은 인내의 한계를 느껴 조금씩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그 책임은 기독교계에 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어 끝까지 평화시위를 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동참했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또 "교회의 장로인 이 대통령이 폐쇄적이고 잘못된 교회의 관행에 젖어 독단적 모습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신의 고집을 꺾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규 나눔교회 목사는 "늑대가 양을 물어가면 그 양을 구하는 것이 목사들이 당연히 해야할 소명"이라며 "양들이 경찰에 무참히 짓밟히고 곤봉과 방패에 맞아 피흘리는 모습을 보고 양심이 있는 목사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3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3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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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향해 곤봉 휘둘러... 차라리 목회자들을 먼저 쳐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소속 목사들을 중심으로 이 자리에 함께한 목사들은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목사들은 이 성명서에서 "정권은 오직 국민을 섬기며 국민의 뜻에 순종할 때만 권위를 얻고 정통성이 강화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내리치고 있는 곤봉을 내려놓으시라"고 당부했다.

목사들은 또 ▲'명박산성'해체 및 국민과 대화 ▲모든 연행자 석방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및 폭력진압 관련자 처벌 ▲주권재민 원칙 재천명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횃불과 외침만으로 무너져버린 여리고를 상기하라, 가냘프게 흔들이는 촛불들이 청와대를 휘감고 행진하고 있다"며 "그래도 국민을 향해 곤봉을 휘둘러 권력을 유지하겠다면 우리 목회자들을 먼저 쳐라, 우리는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 및 행진에 참가한 개신교 목사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경호·최현국(예수살기), 김대영(대동교회) 김성복·김혁·박승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김성윤(평화의교회), 김영진(푸른마을교회), 김지태(새벽교회), 김창규·박경서 (생명선교연대), 김현기(성수교회), 방인성(함께여는교회), 방현섭(좋은만남교회), 서덕석·안승영·정충일(일하는예수회), 손은정(성문밖교회), 송봉진(예수로교회), 신승원·정요섭(영등포산업선교회), 양재성(기독교환경연대), 양진일(가양공동체), 이병일(강남향린교회), 이진권(인천새봄교회), 이청산(서울목영교회), 전성표(이웃사랑교회), 정상시(안민교회), 조정현(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진광수(산성교회), 황인근(고난함께)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3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십자가를 앞세우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다 경찰에 저지당하고 있다.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3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십자가를 앞세우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다 경찰에 저지당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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