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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학기말 성적입력도 해야 하고, 다음 학기 강의계획서도 내야 해요. 할 일이 많은데…. 세살 난 우리 딸도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안진걸(37)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은 가장 인간다운 얼굴로 기자와 만났다. 6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인 면회실에서 만난 안 팀장은 지난 25일 연행과정에서 당한 경찰폭력으로 아직도 상처부위가 욱신욱신거린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시민사회의 이름난 마당발. 그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반대집회에서 대책회의 실무자 가운데 경찰과 가장 격의 없이 지내 네티즌으로부터 '프락치'로 오인받기도 했다.

 

그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될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은 의아해 했다. 촛불집회가 시작되면 무대차 뒤에서 항상 실무적 논의에 바빴던 그가 촛불배후 주범이라고? 

 

불법집회 주도와 공무집행방해 등 안 팀장의 범죄사실을 담은 경찰의 영장청구서는 모두 70쪽. 경찰이 정리한 불법적인 범죄사실의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피의자 안진걸은 6월 25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내자동 앞 사거리 도로상에서 시위대를 연행하던 서울청 기동단 71중대 소속 경장 조모씨 등 경찰관들에게 달려들어 "왜 사람들을 잡아가느냐"고 하면서 검거경찰관을 밀면서 약 10분간 검거작전을 방해하는 등 정당한 공무수행을 방해했다. 또한 그가 소속된 집회 주최자인 국민대책회의는 폭행, 협박, 손괴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불법집회를 주동했다. 또 안진걸은 조모씨의 가슴 등을 손과 다리를 이용해 수회 가격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또, 누구든지 집단적인 폭행이나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되고,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됨에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청계광장, 서울광장 등에서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빙자한 불법집회 및 불법 가두시위를 계속 추진하기로 피내사자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 이렇게 죽겠구나... 1시간 펑펑 울었어요"

 

이 같은 경찰의 공소장에 대해 안 팀장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그는 연행과정에서 목 졸림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이렇게 죽는 모양이구나, 순간 생각했어요. 까딱 잘못하면 죽겠구나 싶어서 저도 모르게 '살려 달라'는 외마디를 외쳤는데도 소용없었어요. 다리가 뒤로 꺾였고, 경찰이 양팔을 잡고 있었고, 뒤에서 누군가 목을 조르고 있었어요. 홀로 1시간 가까이 엉엉 울었어요. 이 문제는 제 범죄사실과 다른 차원에서 반드시 문제제기하고 싶습니다."

 

얼굴이 시퍼렇게 사색이 된 상태에서 경찰에게 끌려가는 안 팀장의 사진을 누리꾼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지난 25일 경찰의 연행과정이 얼마나 반인권적이었나 판단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는 지난 25일 열두 살 초등학생부터 여든하나 노인까지 연행되는 걸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어린 꼬마부터 노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되는 걸 보면서 시민단체 활동가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잘못된 경찰의 연행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문제제기하고 싶었다"며 "서울기동단 특수기동대 형사들의 무지막지한 연행에 화가 많이 났다"고 고백했다.

 

안 팀장은 이번 주중 변호사를 통해 구속적부심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미 집회 사회를 본 사진 등 여러 증거가 확보된 이상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기 때문에 불구속 수사를 해도 문제가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안 팀장은 또한 "그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비전을 밝혔던 모든 민주인사들이 촛불에 대한 반인권적 탄압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민사회 대표인사들이 나서주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명망가들이 뒷짐지고 있는 것은 어색한 면이 없지 않다"며 "더 이상 시민들이 다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를 움직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태그:#안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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