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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구리남양주지회 교육문화아카데미 '대학평준화와 학벌타파'라는 주제로 경상대 정진상 교수에 이어 이날 두번째 강연자로 나선 분은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였다. 김 교수의 부드러움과 격정을 오가는 말들에 참가교사들은 무거움과 희망감, 슬픔과 웃음이 뒤섞였다.  

학벌타파강연회 전교조구리남양주지회 주최, 교육문화아카데미 두번째 김상봉 교수 강연회
▲ 학벌타파강연회 전교조구리남양주지회 주최, 교육문화아카데미 두번째 김상봉 교수 강연회
ⓒ 박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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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독재에 항거했던 87년 6월 항쟁 이후 90년대 마땅한 사회적 의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90년대 새로운 운동의제를 던진 사람으로 강준만 교수를 꼽았다. 당시 강 교수가 던진 사회적 의제는 '조선일보, 호남, 학벌'문제였다. 강 교수가 사회적 의제로서 학벌문제를 던졌다면, 김 교수는 학벌문제를 사회운동으로 승화시켜 온 주역이다. 현재 그는 '학벌없는사회'라는 시민단체를 통해 학벌타파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학벌타파의 최종 주체는 학생

그는 이제껏 학벌타파 운동의 중심에 교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전교조와 함께 실천적 운동을 해왔다고 했다. 자신은 학벌문제에 대해 말을 뱉는 사람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 주체는 진보적 교사라 여겨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바뀌어 왔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10대들의 주체성을 보면서 더욱 확신이 드는 것은 적어도 10년 안에 최종 주체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학생은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해결의 주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교사는 학생이 실질적인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생을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교육운동은 우리끼리 이야기 하다 끝난다"며 "학생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교육이며 학생으로 하여금 잘못된 상황을 '인식(의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찾도록'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학벌타파운동에서의 학생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학벌문제, 이제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그는 학벌과 관련된 객관적 조건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학벌경쟁은 정점에 와 있고 이제 내려 올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벌경쟁에서 점점 일탈하고 있다. 그것은 자의가 아니라 ‘낙오가 구조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김 교수는 계급양극화 현상을 들었다. 소수인원(서울대 3천명)에 들기 위해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사교육 투자는 증가하지만 이에 반비례해 경쟁에서 낙오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집단으로 ‘다문화 가정’을 들었다. 현재 10명중 1명이 외국인이고, 2020년쯤이면 4명중 1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가 근무하는 전남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10명중 4명이 다문화 가정에 속해 있다고 한다. 현재 9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언어 등 가정환경으로 인해 입시경쟁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이미 타의에 의한 배제다.

영어, 의도된 계급 장벽

그는 낙오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또 다른 근거로 ‘영어교육’을 들었다. 영어교육열은 부유층과 빈곤층을 분리하고자 하는 계급 욕망에서 나온 것이라 말했다. 즉 영어는 계급적 배제 도구인 셈이다. 말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이해하고 암기하는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삶을 배운다는 것인데, 컴퓨터로 영어를 배우는 것과 외국에서 살다 오는 것은 많은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영어시험을 조선의 과거시험에 비유했다. 조선의 과거시험은 모든 양인들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했지만, 실제 과거에 응시하거나 유리한 사람은 정작 양반의 자제일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한문학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노동하지 않는 계층인 양반 자제일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도 명목상 모두에게 열려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처음부터 절대다수의 민중을 배제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자 만들어 놓은 계급 장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곧 영어로 논술, 면접을 보는 대학과 한글로 보는 대학으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로 하는 면접시험은 드러내지 않고도 지금 당장 가능하다. 일반면접에 영어를 살짝 끼워 넣어 가산점과 감점의 형태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주요도구로 쓸 만하다는 것이다.

대학등록금 천 만원 시대, 더구나 지방 학생이 서울 사립대에 다니려면 실제 경비는 2배가 든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김 교수는 ‘교육은 계급적 차별기제다’며 확신 있게 말했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소수의 대학에 들어가는 최종의 승자는 결국 계급적 부에 기반 한 소수일 수밖에 없다. 중상위층 이하 80%는 구조적으로 낙오되는 것이며, 이들이 곧 이를 분명히 깨닫고 분노를 폭발하면 학벌은 분명히 흔들린다고 말했다. 

학벌, 첫째가는 사회불안요인     

김 교수는 학벌은 국민들을 탈정치화 시켜 ‘우익 독재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말에 동의하면서 앞으로 ‘학벌은 첫째가는 사회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적으로 낙오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들은 원한과 분노로 폭발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상황이 ‘성공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식’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도둑, 성공한 사기꾼이라는 말에 120% 공감이 된다. 김 교수는 현재를 폭풍전야에 비유했다. 그나마 폭풍을 막고 있는 것이 ‘출산율 저하’로 보고 있다. ‘하나만 낳고 맞벌이로 번 돈으로 최고의 사교육을 시켜 일류대에 보내겠다’는 꿈을 누구나 꾼다는 것이다.

이를 깨우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며, 분노의 폭발은 학벌사회를 뒤흔들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구조적인 균열은 이미 시작되었다. 다문화가정, 비정규직 고용구조 등의 양극화속에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사람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10대90의 계급장벽을 만들어내고 있는 몰입영어는 구조적인 낙오자를 증폭시킨다.

머지않아 미친교육에 반대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가 뛰쳐나올 것이다. 그는 폭풍전야에 분명한 의식을 만들고 실천적 대응을 고민하는 것이 교사의 몫이라고 했다.

김상봉 교수 교육문화아카데미
▲ 김상봉 교수 교육문화아카데미
ⓒ 박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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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의 망명 또는 낙오자 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벌체제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 교사들에게 내부로 망명하고 낙오자가 되기를 주문했다. 식민지 시대 창씨개명과 일본말 강요를 거부했던 선조는 국경을 넘는 망명이 아니라 체제 내에서 체제의 요구를 거부하는 내부로의 망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확실한 망명은 낙오자가 되는 것이고 말했다. 낙오자는 무능력의 표현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을 가리킨다. 교사는 확실한 낙오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교육을 거부하고 스스로 낙오자의 편에서 내일의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벌에 종속된 학교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벌타파 사회운동과 함께 자신이 처한 학교교육의 모순에 정면 대응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낙오자가 되는 작은 실천을 요구했다.

교육을 우등생에 맞추지 말고, 힘들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맨 앞자리에 앉히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쳐 약자와의 연대를 몸소 실천하고, 입시경쟁은 한 사람이 이익을 보면 한 사람이 손해를 보게 규칙이 정해진 경기임에도 몇 점 올리라며 학생들을 때리거나 강요하는 것에 익숙해서는 안 되며, 하루에 아니 1주일에 한번이라도 세상의 진실에 대해 말해보고, 야자시간에 문제집 대신 좋은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진로교육할 때 대학이나 과보다 교수보고 추천하기 등 본질적인 교육활동을 주문했다.

특히 학생들과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회에 관한 진실을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은 학생들을 사회에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의 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현 정부교육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면, 사회의 진실을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예로 그는 교원평가를 든다. 학생들이 평가자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이 교원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진실된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시대를 읽고 시대를 해결하도록 밑바탕을 길러주는 것이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해라 

학벌운동의 최종 주체로 규정한 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하고 싶은 공부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공교육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현재 공교육은 당장 많은 것을 채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야수적인 경쟁만을 가르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SKY에 진학만 하면 좋은 일을 하겠다는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참된 자기실현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는 편이 훨씬 좋다. 이를 위해 대학 진학시 학교보다는, 주관적으로 마음에 드는 교수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교사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그는 또 책을 가까이 할 것을 주문했다. 영어 공부를 하더라도 영어문제집이 아니라 영어로 된 책을 읽으라는 것, 야자시간에 문제집을 풀지 말고 책을 읽을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의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조언을 듣다 보면 언뜻 학벌체제에 종속된 현재의 공교육체제를 전면 부정하라는 주문으로 느껴진다. 사실 부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공교육에 대한 외면이 아니라 적극적인 낙오자와 망명자가 되어 현재의 공교육을 허물고 근본에서부터 새로운 공교육체계를 만들자는 요구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은 예수의 말을 인용했다. “이 성전을 걷어라 내가 4일 만에 다시 짓겠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대안교육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옳을까? 당장 상처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공교육만으로는 안된다. 공교육은 결코 획일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의 책임이 교육에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지 똑같은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에 다 담을 수 없다.

국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하며 대안교육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대안교육이 10%가 넘으면 위력적일 것이다. 그들은 납세자이기에 국가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는 맡기기 어렵다. 일단 멀리 있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들고 시설도 열악하다. 또 반지성적인 측면도 있고 또 다른 입시교육기관인 경우도 있다.

대안교육이 제 역할을 하고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정상적인 교양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네 입시교육이 아닌, 교양교육을 하는 전일제 학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 학원수준시설에 인문교양교육을 하는 전일제 학원이다. 현재 내가 실천을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양뉴스(http://www.nyjnews.net)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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