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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고시를 의뢰(관보 게재 요청)한 25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가 보관된 경기도 광주의 한 냉동창고를 방문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고시를 의뢰(관보 게재 요청)한 25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가 보관된 경기도 광주의 한 냉동창고를 방문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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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하는 과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하고 싶었다."

25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가 쌓인 경기도 광주의 한 냉동 창고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던진 말이다. "왜 냉동 창고에 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후속대책이 실질적으로 잘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공무원들을 관리, 확인하러 왔다.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안겨드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서로 달랐다.

그가 냉동 창고에 머물렀던 시간은 단 5분. 정 장관은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에게 미국산 쇠고기 품질 등급 등에 대해 질문했을 뿐이었다.

또한 방송국 카메라 기자들의 요청으로 냉동 창고에 한 번 더 들어가지 않았다면 냉동 창고 체류 시간은 더 짧았을 터였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5분 전의 장면을 재현했다. 이러한 정 장관의 모습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진정한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대국민 기자회견 대신 직원 사기 진작 간담회

이에 앞서 정 장관이 이날 오전 당정협의를 마치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중부지원에 닿은 건 낮 12시. 국민적 관심사와는 달리,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관보 게재 의뢰와 관련한 기자회견도 생략한 채였다. 지난 두 번의 관보 게재 의뢰 땐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 바 있다.

"왜 기자회견을 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 장관을 수행하던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다 한 건데, 뭘 또 하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정 장관은 검역원 중부지원에 도착해 국민과의 소통이 아닌 검역원 중부지원 직원 20여명의 사기 진작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정 장관은 이전과는 달리 밝은 표정이었다. 취재진에게 "편안하게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려 했는데 기자들이 방해하네"라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한 그의 표정과 고시 강행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는 큰 괴리감이 있는 듯했다.

정 장관은 간담회에서 직원들에게 "모든 먹을거리 중 100% 안전한 것은 없다.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느냐가 중요하다. 국민들이 검역 과정에서 그런 진정성을 느낀다면 이런 상황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운천, 냉동 창고 5분 방문... "검역과정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하겠다"

정 장관은 간담회와 오찬을 마친 후, 오후 2시 20분께 미국산 쇠고기 58t이 보관돼있는 경기도 광주의 S창고에 닿았다. 기다리고 있던 직원 몇 명과 인사를 한 후, 곧장 영하 20도의 냉동 창고로 내려갔다.

그는 강문일 검역원장과 7m 높이로 쌓인 미국산 쇠고기 상자 더미 앞에 섰다. 정 장관이 상자들을 가리키며 몇 개의 질문을 던졌다.

정운천: "이게 뭐죠?"
강문일: "프리미엄입니다. 1등급입니다. 5% 정도죠."
정운천: "그 다음엔?"
강문일: "초이스, 셀렉트 등으로 구분됩니다."
정운천: "다 합쳐서 전체의 90-95% 정도라던데…."

대화는 길지 않았다. 정 장관은 냉동 창고에 들어온 지 5분도 안 돼 출구를 찾았다. 너무 짧았던 시간 탓에 촬영 못한 방송카메라기자와 사진기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방송국 기자들이 "촬영을 위해 한 번 더 냉동 창고에 들어가 달라"고 요청했고 정 장관은 다시 냉동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다시 미국산 쇠고기 상자 더미 앞에 서서, 5분 전의 상황을 재현했다. 이어 곧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정 장관은 냉동 창고 앞에서 취재진들에게 "검역 과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이곳에 나온 것"이라며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국민들의 눈높이에 (검역 과정을) 맞추겠다"고 전했다. 냉동 창고 5분 방문치고는 거창한 소감이었다.

이어 "고시 의뢰는 소통 부족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대해 정 장관은 "50일간 국민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줘 많은 토론을 했고, 이를 수렴해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했다. 이젠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많이 낮아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내장 수입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질문엔 "수입업자들이 수입 않기로 했으니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리뼈, 뇌, 눈, 척수 등 4가지 품목에 대한 수입 우려에 대해 "국민이 불신하고 있는데, 수입업체들이 수입하겠느냐"고 말했다.

정 장관은 고시가 관보에 게재되는 내일(26일) 원산지 표시제 단속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어 소통을 사진 찍기로 착각했던 정 장관이 탄 그랜저는 재빨리 S창고를 떠났다.

장관 고시, 관보 게재 의뢰..."국민 뜻 반영"

한편, 이날 정 장관이 행정안전부에 관보 게재를 의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엔 추가협상결과에 따른 부칙 3가지가 추가됐다.

추가된 부칙 7항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미 농무부가 운영하는 30개월 미만 연령검증 품질체계 평가 프로그램(QSA)에 참여하는 작업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한해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척수가 검역검사과정에서 발견될 경우 반송될 수 있도록 하고(8항), 수출작업장 점검 및 위생조건 위반 작업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검역권한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9항).

정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금번 한미 양국 간 추가협상을 통해 국익과 국민 여러분의 뜻이 반영된 방안이 마련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식탁 안전을 위해 앞으로도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정운천, #고시강행, #미국산 쇠고기 , #냉동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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