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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에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8월은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는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찾아 일회용컵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버려지는지 살펴봤습니다. [편집자말]
구석진 곳이라면 어김없이 보이는 일회용컵들 사람들은 구석진 곳이나 전봇대나 가로수 옆에 슬쩍 일회용컵을 두고 간다. 그리고 그 일회용 컵 더미 위에 또 다른 쓰레기가 계속 쌓인다.
▲ 구석진 곳이라면 어김없이 보이는 일회용컵들 사람들은 구석진 곳이나 전봇대 또는 가로수 옆에 슬쩍 일회용컵을 두고 간다. 그리고 그 일회용 컵 더미 위에 또 다른 쓰레기가 계속 쌓인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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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수거된 컵들. 컵 안에 남아있는 음료나 얼음을 일일이 공중화장실에 버려야 했다. (우) 과일주스와 찌꺼기가 남아있는 컵. 여름이 되면 남은 내용물이 풍기는 냄새가 심각하다.
 (좌) 수거된 컵들. 컵 안에 남아있는 음료나 얼음을 일일이 공중화장실에 버려야 했다. (우) 과일주스와 찌꺼기가 남아있는 컵. 여름이 되면 남은 내용물이 풍기는 냄새가 심각하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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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보증금제

컵보증금제는 1회용컵을 수거해 재활용한다는 취지로 실시됐다.

하지만 환불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반납하지 않은 60% 가량 금액을 업체가 판촉비 등 임의로 사용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부가 3월 20일 전격 폐지했다.

3개월 유예기간을 둬, 3월 20일 이전 구입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영수증을 갖고 오면 6월 말까지 컵보증금을 돌려준다.

날씨가 더워진 탓일까?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 1회용컵이 꼭 하나 씩은 들려있다. 한 개당 50원에서 100원 가량 하는 1회용컵들, 한 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멀쩡하다. 이 아까운 컵들이 길바닥에 얼마나 많이 굴러다니고 있을까?

컵보증금제가 폐지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사람들이 컵을 얼마나 버리는 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환경도 지킬 겸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명동과 신촌에서 각각 한 시간 반 동안 1회용 컵을 줍기로 했다. 그 결과 60개의 1회용컵을 모았다.

반납하면 되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50원이었으니 약 3000원 정도 되는 컵을 모은 셈이다.

컵 버리기보다 컵 줍기가 더 어렵네

컵을 담을 커다란 비닐봉지를 가지고 20일 정오 명동을 찾았다. 이미 명동거리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저 열심히 주우면 되겠지'하는 예상과 달리 1회용컵 수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컵을 줍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한 번은 음침한 골목길에 버려진 컵을 발견하고는 좋아서 달려갔다가 머쓱해졌다.

그 골목에서 컵을 줍다가, 한창 사랑싸움 중인 연인의 눈총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눈치 없게 쟤 뭐니?'하는 눈빛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사랑싸움보단 환경이 먼저 아닌가요?'

반면 칭찬을 받기도 했다. 컵을 줍는 내 모습을 보고 한 음식점 아주머니께서 칭찬을 해주신 것이다.

"일부러 쓰레기 주우러 나온 거예요? 기특해 죽겠네." 칭찬을 받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도 잠시, 아주머니의 황당한 말이 돌아왔다. "우리 집 쓰레기도 다 가져갈래요?" 하마터면 오늘 하루 명동 청소부가 될 뻔 했다.

사실 컵을 줍는 동안 따스한 눈빛보다는 따가운 눈총을 더 받았다. 들고 있던 투명한 비닐봉지 안의 더러운 컵들을 쳐다보는 여자들도 여럿 있었다.

한 번은 한 행인이 내가 들고 있던 봉지와 부딪치자 "으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마도 비닐봉지 안에 있던 음료 찌꺼기들이 자신의 몸에 묻을까봐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그 비명은 내내 내 마음에 걸렸다.

명동에서 수거한 일회용컵들 깨끗하게 씻고 나니 멀쩡한 일회용컵들. 10개 중 7개는 재활용통이 아닌 곳에 그냥 처박혀 있었다.
▲ 명동에서 수거한 일회용컵들 깨끗하게 씻고 나니 멀쩡한 일회용컵들. 10개 중 7개는 재활용통이 아닌 곳에 그냥 처박혀 있었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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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굽힐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내 등 뒤에 꽂혔다. 때때론 건물 틈새의 쓰레기 더미도 뒤져야 했다.

하지만 컵을 줍기 시작한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땐 이미 쑥스러운 마음이 사그라졌다.

'내가 예전에 무심코 버렸던 컵들도 이렇게 쓰레기 더미 안에 묻혀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니 곧 '내가 버린 컵을 줍기 위해 청소부 아줌마 아저씨께서 이런 고생을 하셨겠구나'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컵 수거가 이렇게 생고생인 줄 안다면 사람들이 적게 버리지 않을까.

컵을 줍는 일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인 냥 취급을 받았던 명동이었다. 컵을 버리는 사람보다 컵을 줍는 내가 더 눈치를 살폈다면 과장일까?

'컵을 버리는 게 줍는 것보다 더 당연시 되는 건 아닌지' 씁쓸했다.

명동에선 18개, 신촌에선 42개 수거, 어디어디가 쓰레기가 더 많을까?


명동에서는 한 시간 반 동안 18개, 신촌에선 1시간 동안 42개의 1회용컵을 수거했다. 2년 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신촌에서 2시간 동안 514개를 수거했다는 기록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시민들의 재활용의식이 향상된 것일까?

2년 전 취재한 시기가 지금보다 20여일 뒤인 7월 9일, 그리고 직접 수거한 게 아니라 헤아린 것이기 때문에 나보다는 진행시간이 훨씬 빨랐을 것이다. 수거를 하려면 내용물을 털어내고, 뚜껑을 열어 컵을 하나씩 겹쳐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니,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그 때와 절대 비교는 힘들 것 같다.

두 군데를 돌아본 바에 의하면 명동에 버려진 컵이 적었다. 구석지고 좁은 길가가 많은 신촌보다는 정돈되고 넓은 명동 길가에서는 보는 눈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명동에서는 함부로 컵을 버리지 못했으리라 추측한다.  

그러나 좁은 골목과 건물의 틈새는 여전히 쓰레기 집합소다. 누가 어느 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그 곳은 공식 지정 쓰레기통이 된다. '남들도 여기에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에 나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기 때문일 것이다.

한적한 거리에 자리잡은 벤치도 '1회용컵 폐기장'이 되기 십상이다. 벤치는 잠시 앉아 쉬면서 음료를 마시다가 슬쩍 컵을 두고 가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치에서 수거한 컵에는 대부분 음료나 얼음이 남아 있었다.

이런 컵들은 처치하기가 특히 까다롭다. 컵 안에 있는 음료를 버릴 장소도 마땅치 않을 뿐더러 컵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릴 때 다른 쓰레기를 적셔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분리수거함에 있는 다른 재활용품까지 못쓰게 만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다 안 마실 생각이면 사질 말던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없던 나도 이런 컵을 수거할 땐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물이 남아 있는 일회용컵들 사람들은 일회용품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채 반도 마시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는 처치곤란이다.
▲ 내용물이 남아 있는 일회용컵들 사람들은 일회용품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채 반도 마시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는 처치곤란이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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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이 있으니, 바로 컵에 남은 주스 찌꺼기와 담배 꽁초였다. 여름이 되어 과일주스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서 그런지, 과일 찌꺼기가 달라붙은 컵이 유난히 많았다.

쉽게 상하는 과일 찌꺼기의 냄새는 수거를 힘들게 한다. 게다가 씻어도 잘 닦이지 않는다. 과일주스를 담았던 컵 만큼은 점포들의 '자체수거'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점포가 '자체수거'를 실시하더라도 반납해주는 손님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명동성당 앞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커피가 좋아'의 한 종업원은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컵을 자발적으로 가져다 주는 손님은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다른 업소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담배꽁초도 1회용컵을 쓰레기로 만드는 주범이다. 1회용 컵에 담배꽁초를 담으면 대부분 일반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한 번 쓰레기통에 들어간 쓰레기가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되는 일은 하늘에 별 따기다.  빈 컵이 있으면 꽁초를 쑤셔넣는 사소한 습관이 자원을 쓰레기로 만든다.

음료를 '테이크 아웃'할 땐, '분리수거 책임'도 '테이크 아웃'

음료를 1회용컵에 담아가는 '테이크 아웃' 주문을 할 때 우리는 1회용컵 분리수거의 책임도 '테이크 아웃'해서 가져가는 것이다. 혹시 음료는 가져가겠다고 '테이크 아웃'하면서 분리수거의 책임은 커피숍에 두고 오는 것은 아닌가.

컵 보증제 폐지 이후 1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종이컵 회수대와 보상금 자판기 설치, 종이컵 공동반납제와 소매수거제 실시 등이다. 하지만 이 정책들 모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책임 없이는 제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1회용컵이 가볍다고 재활용에 대한 책임감도 가볍게 가져서는 안된다. 음료는 가볍게 즐기고 재활용의 책임은 무겁게 지는 습관. 절실하다.

벤치에 컵을 슬쩍 버리는 얌체족 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다가 모른 척 슬쩍 버리고 가는 얌체족이 많았다. 한적한 공원과 건물의 계단 등 '앉을 만한 곳'에서 일회용컵을 많이 주웠다.
▲ 벤치에 컵을 슬쩍 버리는 얌체족 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다가 모른 척 슬쩍 버리고 가는 얌체족이 많았다. 한적한 공원과 건물의 계단 등 '앉을 만한 곳'에서 일회용컵을 많이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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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거한 컵 지난 21일 명동과 신촌에서 수거한 컵. 모두 60여개를 주웠다.
▲ 이날 수거한 컵 지난 21일 명동과 신촌에서 수거한 컵. 모두 60여개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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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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