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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을 달려

오전 8시 대형버스에 일행은 몸을 실었다. 아침부터 세우(細雨)가 안개처럼 흩날리며, 등산객의 마음을 흩어 놓는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더 큰 빗줄기가 차창을 때린다. 처음부터 우천과 관계없이 진행하리라고 마음을 다잡은 진행요원들이 간이우의를 나누어 주었다.

가는 동안 산행에 필요한 간식이 나누어졌다. 김밥, 오이와 물, 과자 등. 11시 경 단양IC를 거쳐 충주호를 가로지르는 옥순대교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염려하였던 것과는 달리 비가 오지 않았다. 비가 내리던 지역과는 산모퉁이 하나 돌았을 뿐인데 참 신기하다.

오솔길 긴 여정의 시작은 작은 오솔길 부터 시작되었다.
▲ 오솔길 긴 여정의 시작은 작은 오솔길 부터 시작되었다.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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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목표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에 위치한 둥지봉(430m)과 가은산(575m)을 거쳐 상천리로 하산하는 것이었다. 가은산을 토박이 주민들은 '가는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날 마고할미가 이 산에 놀러 왔다가 반지를 잃고, 그 반지를 찾으려고 온 산을 뒤지게 되었는데 모든 능선과 산골짜기를 샅샅이 찾아다니다가 아흔 아홉 번째 골짜기에서 반지를 찾게 되었다.

반지를 찾은 마고할미는 "이 산에 골짜기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한양이 들어설 골짜기 인데 내가 이곳에 눌러 앉아 살려고 해도 한양이 될 땅이 못되니 떠나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고 해서 '가는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다.

야생화들과의 만남

산행 들머리에서 들국화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나무 계단을 올랐다. 청주호가 휘돌아 가는 산 언저리는 도로에서 보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나지막한 소나무와 잡목들이 얼기설기 자리 잡고 있다.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도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상쾌하지만은 않다.

엉컹퀴 보라색의 화려함을 뽐내는 엉컹퀴
▲ 엉컹퀴 보라색의 화려함을 뽐내는 엉컹퀴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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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컹퀴를 만났다. 긴 대공 위로 피어오른 보라색 화려함이 눈길을 확 잡았다. 화려하다. 그 모습을 놓칠 순 없지 않는가! 카메라 앵글로 그 모습을 새겨 넣었다.

꽃 무슨 나무일까?
▲ 꽃 무슨 나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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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만난 하얀 꽃. 무슨 나무일까? 작고 앙증맞은 꽃잎들이 한데 뭉쳐있다. 가냘픔을 가득 품은 채 기다라고 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기 위하여.

원추리 주황색의 화려함
▲ 원추리 주황색의 화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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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를 만났다. 원추리는 손바닥에 속 들어갈 크기였지만, 지금까지 만난 꽃들에 비해 큰 꽃이었다. 주황 및 자태가 멋지다. 점점 깊은 산 속으로 들어 갈수록 녹은 깊어졌다. 비가 온 뒤라서인지 계곡 분위기는 축축했다.

산 꽃 작고 앙증맞은 자태가 곱다.
▲ 산 꽃 작고 앙증맞은 자태가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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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푸르름 속에 하얀 꽃이 앙증맞게 피어있다. 무슨 꽃일까? 작은 꽃망울들이 질서정연하다. 이런 모습들이 과거 왕관의 소재가 되지 않았을까?

크고 작은 것은 누가 결정짓는가?

작은 생명 아주작고 귀여운 새싹이 있었어요.
▲ 작은 생명 아주작고 귀여운 새싹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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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식물이 애처로울 정도로 작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아무 생각 없는 등산객의 발아래에서 한 순간의 이슬로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기암 기암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 기암 기암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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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면서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들의 파노라마!

기암으로 펼쳐진 전경 저 산 위에 등산객이 있었다. 그들이 보이는가?
▲ 기암으로 펼쳐진 전경 저 산 위에 등산객이 있었다. 그들이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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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바위 위에 개미보다도 작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사람인지 바위에 떨어진 나무 조각인지 알 길이 없다.

가은산 자락에서 바라본 충주호 멀리 옥순대교와 충주호가 보인다.
▲ 가은산 자락에서 바라본 충주호 멀리 옥순대교와 충주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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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크다는 것은 무엇인가? 조금 전에 발아래 파르르 떨던 작은 식물이 작고 그 아래를 굽어보던 내가 큰 것인가? 대자연 속에 하나의 점으로 보이는 내가 작고 저 거대한 바위가 큰 것인가?

이 산을 오르기 전, 지도 속엔 저 바위 이름도 없었다. 삼각형 점으로 표시된 어떤 봉우리의 일부분일 분이었다. 지구본 위에선 그나마 삼각형 점도 없다. 우주에서 보면 대한민국 조차 점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무엇이 크고 무엇이 작은가!

그럼에도 나의 고집은 세상을 삼키고도 부족하다. 나의 생각이 이 우주를 덮고도 부족하다. 그런 세상의 욕심과 고집들이 뒤엉켜 있으니 시끄럽고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공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목소리를 줄여야 한다. 내가 한 발짝 양보해야만 나의 고집과 욕심으로 가득 채워진 우주가 숨 쉴 틈이라도 생기지 않겠는가!

공존 바위과 이끼, 소나무 위의 이끼와 버섯, 소나무와 풀들의 공존
▲ 공존 바위과 이끼, 소나무 위의 이끼와 버섯, 소나무와 풀들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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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위에 파아란 이끼들이 평화로이 누어있다. 바위를 그들의 터전으로 하고 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바위의 넉넉함과 이끼의 작은 삶이 공존하고 있다. 그들에겐 시끄러운 잡음이 없다.

소나무 위엔 이끼뿐 아니라 버섯도 같이 삶의 터전을 이루었다. 저렇게 자신의 삶을 타인의 삶을 위해 모두 내어주면 결국 소나무가 죽지 않을까? 하는 우려심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렇게 나를 비울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이런 공존의 삶은 숲에선, 깊은 산 속에선 흔한 일이다.

기암괴석

지도상으로 표시된 고사리 군락을 지나 288봉에 올랐다. 초보 산악인들이 많아 산행은 더디기만 하였다. 등산 안내지도에 표시된 10분과는 차이가 많다. 또한 산악지도만 믿고 온 초행길이라 작은 오솔길들을 만나면 난감해진다. 지도에 표시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찾은 288봉.

새바위 어떻게 저런 형상이 생겼을까?
▲ 새바위 어떻게 저런 형상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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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곧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 기암괴석을 만났다. 영락없는 새의 형상이다. 이 산 꼭대기에 어떻게 저런 형상이 생겼을까? 새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 새바위 앞에는 조그만 새끼 새도 있다. 어쩌면 어매새와 이리도 닮았을까?

새바위를 지나 산 아래로 내려왔다. 충주호 물이 닿는 곳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물이 줄어 수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선명하게 난 자국들이 물 속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벼락맞은바위 바위가 벼락에 맞아 두동강이 났다.
▲ 벼락맞은바위 바위가 벼락에 맞아 두동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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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을 오르니 얼마 가지 않아 큰 바위가 두 동강이 나있다. 벼락맞은 바위란다. 대자연의 괴력을 느낄 수 있다. 둥지봉까지 오르는 동안 바위 산을 오르는 길은 밧줄에 의지 하지 않으면 어려운 길들이 몇 군데 있었다.

나무에 의지한 밧줄 나무가 보살이었다. 그에 의지한 등산객이 얼마나 많을까?
▲ 나무에 의지한 밧줄 나무가 보살이었다. 그에 의지한 등산객이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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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은 작은 소나무 밑둥에 의지 하고 있었다. 네가 보살이구나! 작은 팔둑엔 여러겹의 로프라 감겨있다. 네 덕택에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의지해 이 길을 올랐겠지. 감사함에 고개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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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사랑합니다. 그 영롱함을 사랑합니다. 잡초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아침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벌이는 지 아십니까? 이 잡초는 하루 종일 고단함을 까만 맘에 뉘여 버리고 찬연히 빛나는 나만의 영광인 작은 물방울의 빛의 향연의축복을 받고 다시 귀한 하루에 감사하며,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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