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7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한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시작은 유럽 최고의 가요제전인 '유러비전 송 컨테스트'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유로비트>였다.

이 뮤지컬은 유럽의 각 나라를 대표하는 10팀이 노래 공연을 선보이고 관객이 직접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스타일로 진행됐다. 유럽에서 평단과 관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는 점과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뮤지컬 부문 최우수 수상작이라는 것, 그리고 유럽의 인기를 발판으로 한국에서 첫 공연을 가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다양한 노래와 퍼포먼스, 여기에 관객이 직접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우승자를 가린다는 결말도 흥미거리였다. 관객은 노래와 춤을 즐기고 또한 유러비전 송 컨테스트의 심사위원이 된다. 분명 관객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유로비트>는 아쉽게도 한국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았다. 물론 국내 초연이었고 한국 관객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연했다는 점을 감안할 수도 있지만 6월말부터 진행되는 서울 공연의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조화로 점철된 '유러비전' 패러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유로비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유로비트>
ⓒ DIMF

관련사진보기



정확히 말하자면 <유로비트>는 '유러비전 송 컨테스트'를 소재로 해서 만든 코미디 뮤지컬이다. 예전에 TV에서 명절 때 방영한, 개그맨들이 세계 각지의 가수들로 분장해 익살스런 노래를 불렀던 '개그비전 송 컨테스트'의 유럽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배경은 유고의 수도 사라예보. 이탈리아, 러시아, 영국, 에스토니아, 그리스, 독일, 스웨덴,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헝가리 등 10개국의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부른다. 사회를 맡은 두 배우는 각 국가들을 소개할 때마다 '남자들이 1주일 동안 속옷을 안 갈아 입는다', '얼음만 보인다' 등으로 그 나라의 약점만을 골라 소개하며 '노출이 많아야 점수를 딴다', '누구를 표절한 느낌이 든다'는 말로 참가자들의 약을 올린다.

가수들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남자의 '힘'을 내세우는 에스토니아, '아이돌 댄스그룹'의 모습으로 등장한 러시아, 진지한 노래를 부르다가 무대에서 나오는 연기에 기침을 하는 아일랜드,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리고 노래도 부르지 않는 독일 가수 등의 모습은 흥미롭다.

나나 무스쿠리의 모습으로 등장하다가 갑자기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아프로디테를 노래하는 그리스, 짝퉁 '아바'(팀 이름도 'AVLA'다)의 모습으로 서로 '바꿔치기' 당했다고 소개받는 스웨덴, 얼음으로 둘러싼 나라답게 완전히 언 모습으로 노래하는 아이슬란드 대표의 모습도 재밌다.

문제는 캐릭터의 재미가 처음 시작할때만 흥미롭지, 이 흥미가 노래가 끝날때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는 뮤지컬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다. 엉뚱하기까지 한 캐릭터에 비해 이들이 부르는 노래 내용이 진지(?)하다는 것 또한 뭔가 조화가 맞지 않다는 느낌을 주면서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됐다.

'소통 부재', 서울 공연의 큰 걸림돌

대구를 찾아온 <유로비트>의 작가 크랙 크리스티는 "한국 관객들이 유럽 내에서는 통용되는 유머에 익숙하지 않고 실제 유러비전 송 컨테스트의 분위기 또한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이 낯설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유머가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공연 관계자들의 생각은 일단 오류였음이 첫 공연에서 드러난 셈이다. 

한국 관객의 취향을 고려한 새로운 변화와 아울러 투표 시스템 또한 서울 공연까지 해결해야 할 공연팀의 숙제다. 첫 공연에서 우승자 선정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진행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유럽 관객들의 인기와 찬사를 등에 업고 한국을 찾은 <유로비트>는 일단 한국 관객들과의 소통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됐다. 이 걸림돌을 6월 말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얼마나 제거할 수 있을지 서울공연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17일 시작해 7월 7일까지 진행되는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개막작 <유로비트>, 폐막작 <버터플라이>와 함께 국내에서 인기리에 공연된 <소리도둑>, <오디션>, <강아지똥>, 대구에서 시작해 서울 공연까지 성공한 <만화방 미숙이> 등이 공연되며 창작지원작과 각 대학에서 만든 뮤지컬들도 공연되어 '뮤지컬 축제'의 면모를 보일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저널에도 싣습니다.



태그:#유로비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