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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에 이어 두 번째로 국민 앞에 섰습니다. 처음 계획과 달리, 대국민담화가 아닌 특별기자회견 형식 하에서 발표되었습니다만, 이날 발표는 어쨌든 두 번째로 국민 앞에서 공식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편지는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한 글(☞ 전문 보기)을 재구성하여 대통령 앞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입니다. 여전히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중요한 부분마다 "국민이 원하신다면"이라는 전제 하에서 말씀하시는 대통령께 이 편지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국민 마음을 최대한 담아서, 대통령께서 한 말씀 거의 그대로 대통령님께 다시 보냅니다. 아울러 이 편지를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기자 주>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며 답변자료를 보고 있다.
▲ 답변자료 보는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며 답변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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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세종로사거리 아스팔트에 올라서서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민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시민들과 함께 앉아서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하는 대통령께 제대로 된 조언 한 마디 하지 못한 저를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저는 그날 각계각층의 시민 여러분이 하시는 말씀을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어떤 분은 제게 대통령님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권위주의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한 마디로 소통부재인 거죠. 국민과 함께 하는 걸 모른다고도 할 수 있고요."

제가 오늘 이 편지를 쓰는 것은 그 분들 말씀대로 대통령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머리 숙이실 것을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감히 조언드리고 가능하다면 새 출발을 다짐받으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께서 당선된 뒤 저는 마음이 딴 곳에 있었습니다.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친기업 성향인 대통령께서 취임 1년 안에 뭔가를 급격히 바꿔보려고 국민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리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하던 때를 전후해 세계 경제의 여건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국제금융 위기에 겹쳐 유가와 원자재 값마저 하늘 모르게 치솟았다고도 하셨지요.

그러데 저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하시는 대통령의 재촉을 받고 있습니다. 한미FTA 비준이야말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의 하나라고 판단한다는 협박 비슷한 말도 듣고 있습니다.

국민 건강보다 한미FTA가 중요합니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는 말을 하셨네요.(두 가지는 별개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예상하셨다고 했고요.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34만개의 좋은 일자리가 새로이 생기고, GDP(국내총생산)도 10년간 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말씀을 하셨네요. ('경제' 대통령이시니 일자리 많이 만든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으시겠지요.)

대통령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기회의 문이 닫히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요? 우리나라가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고 북한 핵의 위험을 머리 위에 이고 있어서 그렇다고요? 게다가, 안보의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은 더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요?

국민건강을 챙기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다른 것보다 못한 일입니까? 같이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까? 더 이상 뭘 더 질문하고 설명해야 하죠?

그러다보니 대통령께서는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습니다. 대통령님과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셔야만 합니다. 달콤한 말(추가협상)이 아닌 분명한 행동(재협상)으로 말입니다.

정부는 지금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최고의 노력을 하셔야만 합니다. 국제기준과 충돌되지 않고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식품 안전에 관한 국민들의 염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국민건강이라는 최고 가치와 법적 뒷받침에 따라 재협상을 하셔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대통령님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금 이 편지를 또 보내려고 합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는 것은 물론 국가 주권마저 심각하게 훼손당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을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정부의 확고한 보장이 아닌 재협상 수용을 반드시 받아내시기 바랍니다. 미국이 대한민국 국민의 뜻을 제대로 깨닫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식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철저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국익에 손해가 있더라도 전면 재협상 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그동안 대통령께서는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주장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재협상의 어려움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태도는 정부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제 국민들의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에게 '일단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고 보자'고도 하고 '전면 재협상을 하라'고도 하였습니다. 국민 대다수는 '통상마찰이나 국익에 손해가 있더라도 당장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라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모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개인의 입장에 해당하는 문제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한다 해서 대통령님이 들으시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저 자신,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를 들으시는데, 제가 힘 없는 시민이라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습니까? 그래서 또 편지를 쓰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께서 진정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실 것을 재차 요구합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 마시고 진정한 국익을 생각하십시오.

우리 국민은 지난 2000년에 벌어진 마늘 파동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지금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무역관계 문제에 해당하는 그 때 일과 국민 건강에 직접 관련된 이번 일을 같이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협상 결과는 국가 위신마저 철저하게 무너뜨렸습니다. 오로지 한미FTA를 전제로 수많은 권리를 내주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한미FTA는 별개라고 하셨지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변변한 자원조차 없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통상밖에 없다는 말은 일정 부분 수긍할 만합니다. 우리 경제의 통상 의존도가 70%가 넘느냐 아니냐를 떠나, 통상국가인 우리나라 처지를 모두 압니다. 일본 예를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국가 주권을 심각하게 무시한 이번 협상을 재협상으로 다시 되돌리는 게 국제사회에서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는 말은 오히려 반대로 말씀하신 겁니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을 충분히 찾으면서 정부는 꼭 재협상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국민 모두 이런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께서 취임 두 달 만에 맞은 이번 일을 통해 정말 교훈을 얻으시고 재임 기간 내내 되새기면서 국정에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는 잠시 유보하겠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시기 바랍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재협상하시기 바랍니다. 막힌 귀를 여시기 바랍니다.

청와대 비서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신다고 하셨네요. 내각도 개편하겠다고 하셨고요.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 몇몇은 제외해 놓으셨더군요. 아시리라 봅니다. 그들도 포함시키세요.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은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므로 지금 당장 완전 포기한다고 선언하십시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시기 바랍니다.

여전히 국민 목소리 듣는 것에 익숙지 않으신 듯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제 경제 여건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원자재, 곡물 값은 엄청나게 오르고 국제 유가는 작년보다 두 배나 올랐습니다.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측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도 그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국가 주권을 함부로 하는 일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금 국내에서도 유가 인상으로 인한 생계형 파업으로 물류가 끊기고 공장 가동이 멈추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근로자들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파업이 오래 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준다면 그 피해는 근로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라고 하시는 말씀은 또 다시 국민 의견을 먼저 듣지 않으시는 태도에 불과합니다.

6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때 한 여고생이 영문으로 미국 쇠고기 수입에 항의하는 글을 적어와 읽고 있다.
 6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때 한 여고생이 영문으로 미국 쇠고기 수입에 항의하는 글을 적어와 읽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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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업도 정부도 근로자도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라고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정부와 대통령께서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일에서 전혀 양보하지 않으시더군요. 우리는 이미 70년대 석유파동과 90년대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의 위기를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훌륭히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재협상을 통해 어떤 손해를 입는다고 해도 오히려 서로 고통을 나누면서 손잡고 협력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빠르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서민이지요.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셔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드시 '국민 대다수의 요구대로' 재협상 선언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외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기 전에 대한민국 시민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공기업 선진화, 각종 규제 개혁, 교육제도 개선 등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한다고 하시는 일 역시 친(대)기업, 친시장적인 말에 불과하므로 국민 의견을 듣는 것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여전히 국민 목소리 듣는 것에 익숙지 않으신 듯합니다.

이제 새롭게 다시 시작하십시오.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에게 다가가시기 바랍니다. 국민 모두는 대통령님과 정부를 지켜볼 것입니다. 이제껏 국민 뜻을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으신 대통령님께서 계속 그러신다면 대한민국 거리마다 촛불로 뒤덮이는 모습을 계속 보시게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날마다 촛불로 뒤덮이는 대한민국 거리를 떠올리시며  철저한 반성의 기회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하십시오. 고맙습니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정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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