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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경복궁
ⓒ 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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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토). 효순이 미선이 추모 행사 겸 촛불 시위가 시청 광장에서 열리던 날. 난 몇 시간 일찍 공주에서 서울로 출발했다. 촛불시위의 근원지였던 광화문 주변을 돌아보자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알맹이 없는 관람이 될 것이 우려됐다. 그래서 기본 목적을 고궁박물관과 경복궁 내부 관람으로 정했다.

세심히 꾸며놓은 도심 속 관광지

경복궁 옆의 쉼터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경복궁 옆의 쉼터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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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경복궁 역에 내렸다. 5번 출구로만 잘 찾아가면 고궁박물관, 민속박물관, 경복궁, 광화문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관람하기 편하다. 편리하게 잘 꾸며 놓아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찰칵! 가족 나들이를 나온 부부
 아이와 함께 찰칵! 가족 나들이를 나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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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로 놀러 나온 사람들과 커플, 외국인들이 꽤 많다. 고궁 근처엔 너른 잔디밭과 나무그늘, 벤치, 평상 등이 있어서 굳이 고궁 관람이란 거창한 의도가 아니라도 소풍 가듯이 놀러 가기 좋다. 배경이 좋아서 사진도 잘 나온다. 때마침 한 가족이 아이와 함께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광화문 공사현장 둘레를 막아놓은 벽면엔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광화문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걸어놓았다.
 광화문 공사현장 둘레를 막아놓은 벽면엔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광화문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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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현재 광화문은 원래 자리를 찾아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곳까지 포함해 큰 광장 형태로 구성될 거라고 한다. 광화문은 현재 자리한 곳이 원래 위치가 아니었다. 임진왜란 당시 한 번 파손되고, 흥선대원군이 왕권의 강화를 위해 복원했으나, 일제 강점기에 또 한 번 주요 건물을 제외하고 파손되었으며, 심지어 조선총독부는 광화문 정문 바로 앞을 막아섰다.

현재진행형인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순신 장군 동상
 이순신 장군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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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이 왕권 강화를 위해 광화문을 복원했다면, 2008년 복원 현장엔 국민 주권 강화를 위한 시위가 벌어진다. 놀러 나온 아주머니들. 걷다가 두 분이 하시는 얘기가 들린다.

"야아~ 보릿고개 대한민국. 참 좋아졌어~"

보릿고개로 대변되는 빈곤한 삶에서 놀라운 고속 성장으로 변화한 대한민국. 그 시절을 겪은 어른들은 경제 발전이 만든 모든 것들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번지르르한 겉모양만큼 속은 아직 여물지 못했나 보다. 지난 10일, 100만 시민을 거리로 나오게 한 원인은 국민과 정부의 소통 부재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촛불
 이순신 장군 동상과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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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이 처음 훼손된 때는 임진왜란. 그 역사의 현장에 주인공으로 우뚝 선 이순신 장군. 그는 현재진행형인 촛불의 현장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전경차를 지나치며 어머니의 눈물을 떠올리다

도로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전경차 대열을 바라보는 나
 도로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전경차 대열을 바라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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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로 인해 경복궁과 고궁박물관 관람시간이 5시까지로 줄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섰다. 정부 청사 부근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 전경차가 즐비하다. 이날 전경의 다양한 모습을 봤다.

한 전경이 꽃집 아주머니의 무거운 화분을 날라준다. 그의 수줍은 미소가 잠깐이나마 내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한 전경은 혼자 빵을 사먹다 동료들에게 들켰다. 7시가 다가오자 초조한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며 수다를 떤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옆집 형이다. 하지만 이 모든 표정은 시위 현장에서 방패 뒤로 숨는다.

지난 금요일, TV에서 본 <백지연의 끝장 토론>이 생각난다. 전경을 아들로 둔 어머니들이 나왔다. 아들이 일부 과격 시위대의 폭력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단다. 그들은 촛불시위에 반대한다. 패널로 나온 진중권 교수는 반대로 본인이 전경에게 맞았던 기억을 꺼내어 놓는다. 그의 어머니도 아들이 걱정에 노심초사다.

전경은 시위대에, 시위대는 전경에게. 서로에 대한 증오가 끓는다. 그러나 정작 문제를 만든 이들은 현장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복궁, #광화문, #촛불시위, #이순신 동상, #카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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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입니다. 언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만화를 그릴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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