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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적인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대전 유천동의 인권유린 실태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과 행정기관의 미온적 대책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국 92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전유천동 성매매 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대전시청 세미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전 유천동 집결지 인권유린 실태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손정아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은 "유천동은 전국의 집결지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을 24시간 감금하며, 성매매를 강요하고,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며, 감금을 하는 등 극심한 인권유린 현장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손 소장은 지난 2007년 5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전국의 상담소에서 이루어진 상담 중 유천동 10개 업소에 대한 상담내용을 분석, 실제사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유천동 집결지에는 68개의 업소가 유흥주점으로 등록되어 현재 50개의 업소가 유리방 형태의 영업을 하고 있으며, 술방과 성매매를 하는 타임방, 주방, 창고 등으로 이루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밤 7시부터 다음날 아침 6~7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영업이 시작되면 유리문 안에 일렬로 앉아 있어야 하고, 술값은 한 사람당 10만 원 정도다. 여성들은 술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구매자들에게 쇼를 하거나 성매매까지 한다는 것.

 

이곳 업소의 여성들은 마담, 삼촌 등의 감시자들에 의해 외부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일상적인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고, 잠자는 시간이나 영업을 하는 시간 등 24시간 내내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어 실질적인 감금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병원, 목욕탕, 집단 회식 등의 모든 외출은 반드시 업주나 마담, 삼촌, 업주의 신뢰를 얻고 있는 감시자와 동행할 때 가능하다.

 

손 소장이 밝힌 인권유린의 유형으로는 우선 '성매매 알선 또는 강요'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선불금이 있으며, 소개업자에 의해 유천동 업소에 오게 되어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생리 때 일하는 것은 유천동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라면 당연한 것이었다, 몸이 아파서 쉬고 싶다고 하면 '빚 많은 것들이 왜 쉬느냐'라는 말 한마디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 한 피해여성의 진술을 제시했다.

 

또한, 감시와 감금의 사례로 "영업을 끝내고 잠을 자는 시간에 업주는 특수키를 잠그고 외출을 하고, 특수키는 안에서는 열 수 없었다" "영업을 하는 동안에는 골목에 다른 가게 삼촌들과 사람들이 많아 도망갈 수 없었다. 영업이 끝나면 삼촌이 안에서 홀문을 잠그고 홀 입구에 있는 방에서 잠을 자고 우리는 안쪽에 있는 술방에서 나누어 잠을 잤다"는 등의 진술을 소개했다.

 

이밖에도 외부와의 연락 통제를 위해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고, 업소 안의 일반전화를 사용할 때도 업주나 마담의 감시 하에 통화가 가능하다는 진술과 외출통제, 정보통제, 폭행과 폭언, 갈취가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진술을 소개했다.

 

또한 여성들이 휴일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화재 발생 시 위험이 상존하며, 질병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소장은 "이러한 성매매 집결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와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공권력의 묵인 및 방조, 피해증언의 어려움 성매매방지법이 무력화된 폐쇄된 공간이라는 점 등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손 소장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 사법당국의 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 ▲ 실효성 있는 행정기관의 처분 ▲ 여성인권보호와 탈업소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 ▲ 성구매 수요 차단을 위한 정책마련 ▲ 집결지 재개발에 대한 지자체와 수사기관의 적극적 개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전국 성매매집결지 현황과 폐쇄를 위한 대책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성매매집결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와 동시에 여성들에 대한 통합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김인숙 대전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장과 정승호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 가정복지담당사무관, 배임숙일 인천여성의전화 회장, 천현옥 대전유천동비상대책위 정책팀장 등이 참여했다.


태그:#유천동, #성매매, #인권유린, #성매매집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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