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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서 시민, 학생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현장. 사람들이 길바닥에 앉아 안치환·양희은씨의 노래와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듣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 틈 속에 서 있던 어느 신문사 기자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지금 시위대를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시민 한 분이 흥분해 그 기자에게 항의를 했다.

 

"왜 우리 보고 시위대라고 하느냐? 우리는 시위대가 아니다."

 

그분은 왜 '시위대'라는 말에 그토록 흥분하고 항의를 했을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서 정의하는 '시위'란 '다중이 공동의 목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위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바닥에 모여 앉아 가수의 공연과 시민의 자유발언을 듣는 행위를 시위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분이 그런 법률적 또는 사전적 의미에서 '우리는 시위대가 아니다'라고 항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분은 자신이 집회·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집회·시위는 불온하고 과격하고 순수하지 못하고 정치적이며 폭력적인, 그래서 불법인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집시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법

 

 청와대 진입로인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밤샘 농성을 벌인 시위대를 8일 새벽 경찰이 인도로 밀어내며 강제해산시키고 있다. 시위대가 끌어낸 전경차 자리 뒤로도 수십대의 차량이 배치돼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단적 형태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할 수 있도록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적 인권이다. 따라서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법이어야지 이를 침해하는 법이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 집시법은 그렇지 않다.

 

일몰 후 집회금지 같은 비현실적인 규제와 금지로 가득하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정당한 기본권 행사인 집회·시위를 "떼법"으로 폄하하고 주동자를 끝까지 엄단하겠다고 한다. 좌파세력의 선동과 괴담에 현혹된 사탄의 무리 또는 실업자들이라고 매도한다. 정치적 요구로 변질되어 순수하지 않다고 한다.

 

무장하지 않은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해 관련규정을 위반해가며 물대포를 쏘면서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방패로 찍고 군홧발로 짓밟으며 연행한다. 그리고는 경찰차로, 컨테이너로 장벽까지 쌓는다.

 

명백한 불법이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은 공권력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강제진압하거나 시위대를 차단하기 위해 도로 한가운데 장벽 쌓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원래 집회나 시위란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이므로 순수성 여부, 정치성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경찰차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인다. 그리고 해산명령을 하는 경찰을 향해 외친다.

 

"평화시위 보장하라. 우리가 시민이다. 이명박이 불법이고 시민들이 합법이다."

 

아울러 '집시법 개정', '대운하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조중동을 보지 말자', '조중동에 광고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말자'와 같은 정치적인 구호도 거침없이 외친다.

 

파업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

 

최근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파업중이거나 파업을 했고,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집회·시위 못지않게 노동자의 파업에도 언제나 과격·폭력·정치·불법 같은 딱지가 붙는다. 경제가 위기라서, 가뭄이라서, 국가 경제를 망쳐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지겹도록 해왔다.

 

노동3권의 하나인 파업할 권리는 노동자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것은 특별히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한 정당한 권리의 행사일 뿐 불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걸핏하면 노동자의 파업은 불법으로 매도되고 진압당하며 처벌받는다.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금지 등 노동관계법에 위헌적 요소가 많은데다 사법기관 역시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형식적으로 이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누구나 외치지만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는 것은 무언가 위험하고 불온하며 경제를 망치는, 시대에 뒤처지는 짓이 된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공간을 초월해 실시간으로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기존의 질서와 의사소통 방식을 뛰어넘는 집단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 집단지성이 노동자를 향한 연대의식으로 발전할 때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느니, 불법이니 하는 정부와 기업의 주장에 대해 이제 이렇게 말해주자.

 

"우리도 노동자다. 파업하는 노동자도 시민이다."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방향 진입을 막기 위해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 철거작업이 11일 오전 진행중인 가운데 한 집회 참가자가 '국민이 주인이다'라고 적은 태극기를 펄럭이고 있다.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모든 헌법조항들을 불러내자

 

그리하여 시민의 정당한 요구와 권리 행사가 불법이 되는 이 불법적인 현실에 저항하자. 법이 오로지 권력과 자본을 지키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는 수단,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게 하자. 우리는 촛불시위를 통해 헌법 제1조를 법전 속에서 불러냈다.

 

이제 헌법 제1조뿐만 아니라 제21조(집회의 자유)도, 제31조(교육을 받을 권리)도, 제32조(근로의 권리)도, 제33조(노동3권)도, 제35조(환경권)도, 그리고 그 외에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데 필요한 모든 조항들을 불러내자.

 

그리고 당당히 요구하자.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이 기본적 인권들을 보장하라고. 헌법을 위반하는 법률도 공권력도 물러가라고.

덧붙이는 글 | 유제성 기자는 변호사입니다.


태그:#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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