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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 초에 심었던 블루베리 30여 그루 중 유달리 이놈에게서 풍성한 열매가 맺었다
▲ 블루베리 금년 4월 초에 심었던 블루베리 30여 그루 중 유달리 이놈에게서 풍성한 열매가 맺었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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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실태와 그 원인

농업(農業, Agriculture)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인간에게 유익한 식물(곡물, 채소, 과일, 화훼 등)의 재배와 생산 그리고 가축들의 생산 및 품질 관리에 관계되는 온갖 활동과 연구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세상 풍토를 보면 농업의 정의 중 '유익한'을 '유익한 또는 유해한'으로 바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이라는 옛 말에 따라 농업을 인간 생활의 기반으로 높이 평가하였다. 농사철에는 이곳저곳에서 농악잔치가 벌어지고 논두렁 따라 새참을 내가는 엄마, 누나를 따라가는 강아지 꼬리 놀림도 힘찼다. 농사는 희망이고 축복이었던 시절 얘기이다.

그 후 2차 3차 산업이 발달되어감에 따라 1차 산업의 지위는 떨어졌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도시민을 위한 물가 안정이라는 근시안 정책에 의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천하지 대본'에서 '천하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장기나 바둑에서 앞 수를 많이 내다보는 사람이 고수이고 이들이 게임을 풀어가는 형국에는 무리가 없다. 미리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코앞의 한 수에 급급하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태가 악화되거나 꼬이는 정책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의 농촌은 이미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떠난 자리를 마지못해 늙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희망이 없다.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이러한 저변에는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크게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일년 농사를 지어 희망찬 수확계절이 되면 정부에서는 도시 서민을 위한 물가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수입하여 농민들을 생산비도 회수할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간 경우를 내 눈으로 확인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정부에서는 보상형태로 무마한다. 근본 대책이 아닌 그야말로 마약과 같은 처방을 서슴치 않고 내린다. 농촌을 주말마다 다니다보니 농촌에 각종 무상 지원 대책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농촌으로 유입인구를 유치하기 위해 정착금, 이사 지원금 등을 포함하여 각종 체험농원, 한옥 민박유치 등 사업에 무상으로 몇 천 내지 몇 십억까지도 지원한단다. 또 현장을 방문해보면 극소수의 수혜자들마저도 여의치 않는 현실을 보고 가슴 아픈 경우가 허다하다.

낚시대(인프라 구축)가 아닌 잘 요리된 음식 한 접시(보상 또는 무상지원)를 받아든 수혜자들은 그래도 한 끼 배고픔을 모면하겠지만 그것도 못 받은 대다수 농민들은 세계를 상대로 어떻게 경쟁력을 기를 수 있겠는가? 중앙 정부가 그렇고 지자체마저 그러니 이리 치이고 저리 몰린 대부분의 젊은 농가는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다. 군청에 물어보니 산동면에서 지난 일년 동안 단 한 가족도 귀농하여 지원금을 받은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짓는 농사 방법과 목적

나 같이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은 사람들은 음식물의 무해, 유해 정도를 민감하게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다. 대중음식점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나면 여지없이 물이 쓰이고(조미료 탓으로 추정함) 혈당 수치가 불안해지고 올라간다. 나만 그렇겠는가? 다만 건강한 사람들은 수용의 폭이 커 당장 느끼지 못할 뿐이다.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격이다.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하기에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자들의 행태이다.

나는 '모든 병은 입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동의한다.' 물론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한 입은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 정도로 여기면 될 것이다. 오늘아침 봄에 심은 블루베리 한 그루에 열린 과일을 따서 씻지도 않고 집사람과 둘이서 먹었다.

도라지는 짚이나 겨로 덮어줘야 싹이 잘난다. 생강도 구근으로 심어놓고 같은방법으로 덮어줬는데 발아가 더디다.
▲ 도라지 새싹 도라지는 짚이나 겨로 덮어줘야 싹이 잘난다. 생강도 구근으로 심어놓고 같은방법으로 덮어줬는데 발아가 더디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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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이 나고 있는 도라지 싹을 뽑아 물에 헹궈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성목이지만 올봄에 옮겨온 탓인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 어렵게 달린 상처난 배 성목이지만 올봄에 옮겨온 탓인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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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힘이 없어 상한 열매를 맺은 배나무가 안쓰럽지만 우리는 이놈이 힘을 잡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화학비료가 아닌 퇴비를 시비할 것이고, 병충해에 자기 힘으로 버틸 수 있는 저항력을 기르도록 농약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놈은 언젠가는 우리들에게 넉넉한 그늘과 손으로 먼지를 털고 먹을 수 있는 달콤한 배를 선물할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비닐을 사용하여 참께씨를 파종하여 발아 시켜봤다.
▲ 참께 모종 난생 처음으로 비닐을 사용하여 참께씨를 파종하여 발아 시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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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미역국에 참기름을 치면서 국산이라 1만8000원에 한 병 샀다고 말한다. 중국산은 6000원이면 살 수 있단다. 나는 집사람에게 "국산은 농약과 비료도 안 한당가?" 물었더니 그것은 모르지만 고소한 맛은 국산이 훨씬 더 하단다. 내가 생산한 국산 참깨로 기름을 짠다면?

토마토 재배는 자신있는데 수확 기간이 너무 짧아 한꺼번에 많은 양을 처치하는 문제가 항상 고민스러워 적당한 양만 심었다
▲ 토마토 텃밭 토마토 재배는 자신있는데 수확 기간이 너무 짧아 한꺼번에 많은 양을 처치하는 문제가 항상 고민스러워 적당한 양만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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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고추, 상치, 케일 정도는 대전에서도 경험이 있어 무화학비료, 무농약 방식으로 재배할 자신이 있다. 잘 익은 토마토를 나무에서 따서 물에 씻지도 않고 손으로 닦아 한입 물어뜯는 맛이란 해보지 않는 사람이면 모를 것이다

나와 집사람 둘이서 풀메기를 하기에는 너무 벅찬 넓이이다.
▲ 잡초와 콩밭 나와 집사람 둘이서 풀메기를 하기에는 너무 벅찬 넓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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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작물에 좋으라고 뿌린 퇴비는 잡초에도 더 없이 좋은 보약인 모양이다. 이 넓은 밭에 잡풀을 멜 수도 없고 그렇다고 타산이 맞지도 안는데 인부를 고용할 수도 없다. 서리태와 대두는 나의 주식으로 사용할 두부와 콩물을 만드는 주 재료인데도 말이다. 

나와 집사람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 한 분, 셋이서 허리가 굽어 펴지지 않은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파종한 콩밭이다.
▲ 콩 모종 나와 집사람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 한 분, 셋이서 허리가 굽어 펴지지 않은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파종한 콩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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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은 내 몫이고 1/3은 벌레나 잡초들의 몫이고, 나머지 1/3은 날짐승들 몫으로 일찍 몫을 지었지만 콩 싹이 나오자마자 목 부분만 잘라먹어버리는 새들을 용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외갓집 삼촌들과 날콩에다 구멍을 내어 그 안에 청산가리를 넣고 밭에다 뿌렸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른거린다. '수행', 그것은 말이 쉽다.

참마가 당뇨에 좋다고하여 심었다.  밑들면 들쥐가 설친다는데...
▲ 참마의 어린 싹 참마가 당뇨에 좋다고하여 심었다. 밑들면 들쥐가 설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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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을 파종하고자 했지만, 터가 만들어지기 전에 적기가 지나가버려 가을 메밀 파종시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메밀을 심을 터를 나눠 참마를 심었다. 들쥐가 싹쓸이 해간단다. 한번은 당해보고 타협안을 찾아야겠다.

모종 상태가 신통하지 못하여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나보다.
▲ 고구마 모종 모종 상태가 신통하지 못하여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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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그렇게 비료를 많이 안 해도 된다고 하기에 기본적인 시비 후 다섯 두둑을 심었다. 두둑에 한 가마씩은 캘 수 있다는데 멧돼지가 문제란다. 일오를 대신할 레브라도 리틀리버, 진도, 세퍼트 암수 해서 6마리를 기르면 멧돼지 한 마리는 당해내지 않을까 싶다.

한나절 걸쳐 지지대를 설치했다만 화학비료 없이 몇개나 달리련지?
박씨아저씨는 복합비료를 적극 권하나 우리 농사 대원칙을 무너트릴 수 없다.
▲ 오이 모종과 지지대 한나절 걸쳐 지지대를 설치했다만 화학비료 없이 몇개나 달리련지? 박씨아저씨는 복합비료를 적극 권하나 우리 농사 대원칙을 무너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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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터 아래 대밭에서 죽은 대나무를 주어와 오이 4 그루에 지지대를 설치해 줬다. 구례 오이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하고 지금 오이 시세는 1㎏ 한 상자에 천원이라는데 한 상자나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이와 호박 같이 열매가 맺는 식물에는 인분을 썩힌 퇴비를 듬뿍 줘야 하는데 아직 우리농장에는 푸세식 화장실을 미처 짓지 못했다.

술안주나 주전버리 용으로 생각했던 땅콩이 훌륭한 밥반찬이 되었다
▲ 땅콩모종 술안주나 주전버리 용으로 생각했던 땅콩이 훌륭한 밥반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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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땅콩은 구수하게 볶은 것을 연상할 것이다. 작년부터 우리가 재배한 우리 땅콩은 삶아 먹는다. 부담스럽지 않고 밥반찬으로도 그만이다. 땅콩에 이렇게 고운 꽃이 필 줄이야 어찌 짐작이나 했겠는가? 내가 구입한 포도는 씨가 없는 청포도이다. 옥수수도 심었고 이제 머지않아 7월이 되고 여름이 올 것이다.

수질검사를 위해 취수해간 김서방이 우리 암반수가 음용수로 합격한 최고 수질이라고 소식을 전해 주면서 축하한다고 한다. 다음에 올 때 수질검사 합격통지서를 가져온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93가지 성분 검사에 합격한 음용수는 시판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정말 좋은 물이라면 우리집 앞을 지나는 길손들에게 보시해야겠다.

7월이 되어
먼 곳의 지우가 나를 찾아와
암반수로 등물하고

오두막에 앉아
옥수수 쪄 먹으면서
왜 사냐고 물으면
씨~익 웃어야겠다.

속세에 찌들었던 옛날 전설 같은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널어가면서
모시 수건위의 청포도를 나눠야겠다.

보름달을 초청하면
바람은 덩달아 따라오겠지?

덧붙이는 글 | 새마을 운동의 주역들이 비좁은 도시는 애들에게 물려주고 여유자금을 가지고
귀농하여 농촌을 살리는 기적의 신화를 만들면 좋겠다.



태그:#산골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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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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