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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 태평로, 청계광장을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로 중앙선에 수천개의 촛불을 길게 줄지어 놓아두고 있다.

지난 10일 이번 쇠고기 파동 이후 최대 인원이 참가한 촛불시위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촛불집회가 일종의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이 틈을 타고 정부와 조중동은 촛불집회를 흠집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가서 '후속협의'를 하고 있고, 조중동은 "촛불집회의 본질이 변했다", "과격한 정치구호 때문에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정권퇴진 선언 이후 촛불이 가물가물한다"는 기사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광우병 대책위원회는 오는 20일까지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가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이 와중에 이문열은 촛불장난 운운하고 있고 <조선일보>는 피디수첩에서 제기한 의혹을 문제삼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주로 고유가 문제로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자 민주노총이 광우병 등을 이유로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내부반발과 정치파업이라는 지적 때문에 주춤하는 사이 다시 조중동이 이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지금 현재 그 무엇보다 명확한 현실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현실인식은 편의상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광우병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가 

 

이번 촛불집회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졸속으로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촛불집회를 끝내든지 아니면 대정부투쟁으로 나가든지 간에 그 모든 문제의 핵심은 쇠고기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가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

 

지금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현지에서 후속협상 중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현상은 졸속으로 합의한 협상의 본질을 한 치도 바꾸지 못한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한번 돌아보자면, 이번 협상이 문제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1) 30개월 미만 소의 위험물질과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입된다.

(2) 미국 내 강화사료 금지조치를 미국에게 맡겨버렸다.

(3) 중요단계에서의 검역 및 통상주권을 포기했다.

 

지금 김종훈 본부장이 협의 중인 것은 (1)번의 절반, 즉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반입만을 금지하려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까, 국민의 당초 요구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나마도 수출입 업자들의 자율규제를 정부가 어떻게 보증할 것인가 하는, 지극히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만 논의하고 있다.

 

아마도 김종훈 본부장이 돌아오면 조중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이다. 이제 이만하면 되었으니 촛불을 끄라고 말이다. 누차 말하지만, 이런 추가협상은 그 자체가 이번 광우병 사태의 본질에서 한참 빗나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TV 토론회에서 이 점이 중요하게 지적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업자들의 자율규제가 가능한가 안한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무리 그래봐야 30개월 미만 소의 위험물질은 여전히 국내로 들어오고, 미국에서는 여전히 완화된 사료조치로 인해 광우병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고, 실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거나 협상조건을 위반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엄연한 사실이 중요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김종훈 본부장이 협상하고 와서 아무리 '설명'을 해 봐야, 그리고 그 옆에서 조중동이 아무리 북치고 장구쳐 봐야 이 엄연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 모두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니 앞으로도 잘 알아야만 한다.

 

둘째, 부실협상의 책임자가 누구인가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 부근 골목길을 막고 있는 경찰버스에 집회 참가자들이 파손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익살스런 글이 적힌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여러 정황상 이번 쇠고기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선물로 급조된 것임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협상 타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실무 당사자가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다가 이른바 백악관 비밀회의 직후 갑자기 모든 난관이 사라졌다.

 

이는 대통령의 결심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이번 쇠고기 협상의 최고 책임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번 협상의 대가로 과연 우리 국민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아니 이명박 대통령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아직도 알지 못한다.

 

지난 10일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마치 미리 짜맞춘듯 비난의 초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그 주변 사람들로 서서히 바뀌었다. 정치권에서는 정두언이 앞장섰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은 대통령 주변의 아무개 아무개 인사들을 지목하며 대통령을 망치는 간신으로 몰았다. 과연 그런 간신들이, 혹은 '상왕'이 사라지면 이명박 대통령이 온전한 대통령 노릇을 할까?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 나라다. 결국 국정난맥의 최종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엄청난 권력을 위임했다.

 

셋째, 광우병 대책위원회 또한 현실을 똑바로 봐야

 

대책위원회는 20일이라는 시한을 정해 놓고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또 이명박 정부의 5대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런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은 정부의 낡은 사고방식만큼이나 촛불집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시한을 정해놓고 권력의 존립을 문제삼겠다는 것은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는 짓이다. 왜 우리가 그리 조급해야 하는가? 위험한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취하는 각 단계별 행정절차에 맞춰 그에 맞는 행동을 벌이면 된다.

 

장관고시를 강행하지 못하게 막아내고, 그러고도 고시를 강행하면 관보게재를 다시 막아내고 하는 식으로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책위원회에서 20일이라고 시한을 정한 것은 작위적이고 별 근거가 없다. 정부가 향후 "어떤 행정적 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그에 따른 행동지침을 정해야 국민들이 수긍한다.

 

정부가 취한 행정조치 중 어느 것이 마지노선인가,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인가를 정해 놓고 이 선을 넘었을 때 "정권퇴진"을 말해도 늦지 않다. 예컨대, 정부가 김종훈 본부장의 추가협의를 근거로 관보에 고시를 게재하면 곧 창고에 묶여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기 시작하므로 관보게재는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만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직접적인 정권퇴진이나 그 구체적인 방법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정권퇴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든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대운하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섣불리 확대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도 "광우병 대책위원회"라는 간판으로는 더더욱 안 어울린다. 대운하는 지금 쇠고기 파동에 잠시 묻혀 현안이 아니다.

 

한 가지 제안하자면 차라리 이명박 정부의 상위1%만을 위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새로운 국민기구를 하나 만드는 게 더 낫다. 그 기구는 이번 광우병 문제와는 다소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광우병 문제도 다루어야겠지만) 보다 광범위한 문제들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준비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운동단체도 예전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국민들의 외면 면하기 어렵다. 나 또한 대학시절 운동권 출신으로서 숱한 가두시위에 참여했던 사람이라서 지금의 촛불시위가 무척이나 낯설다. 그러나 지금 이 거대한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그게 누구든 역사의 낡은 쓰레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넷째, 우리는 단지 촛불 하나를 들었을 뿐

 

 15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를 위해 설치한 팬스에 각자의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 수백장을 붙여 놓았다.

우리는 우리가 먹기 싫은 먹을거리를 먹지 않을 권리, 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마음놓고 선택할 권리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큰 머슴에게 이 땅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는 점을 똑똑히 알려주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렇게 들어올린 촛불 하나하나가 청계광장을 메우고 시청을 뒤덮고 광화문을 건너 마침내 온 나라를 불밝혔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 나약한 불빛은 그러나 전경들의 방패와 물대포를 막아냈고 조중동을 떨게 했고 미국을 움직였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결정적으로 얻지는 못했지만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해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이겨 나갈 것이다.

 

단지 촛불 하나 들었을 뿐이지만 지난 5월 2일 이후 가슴에서 가슴으로 그렇게 들불이 번지듯 퍼져버린 우리 마음 속의 촛불, 그 보잘 것 없는 불빛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확실한 승리의 약속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우리의 심장을 데우는 촛불들의 일렁임을, 그 소리없는 외침의 메아리를 기억하라.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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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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