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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분야가 민주 대 반민주로 회귀하고 있다. 머리로 할 일이 없어졌고 몸으로 할 일만 남았다. (여야 간의) 정책대결은 토론과 타협을 기초로 하지만 이 문제는 타협과 토론이 불가능하다."

 

17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통합민주당 비상시국회의에서 최문순 의원이 한 말이다. 이날 비상시국회의의 주제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였다.

 

"사활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결사항전의 자세로 가야 한다", "국정조사 등의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 등 강경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권까지 있다, 내각 총사퇴 때 같이 사표를 내는 게 도의적으로 맞다"(전병헌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최문순 의원은 "언론의 독립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둘러싼 핵심 과제"라면서 "언론의 독립은 민주주의 그 자체로 양보하거나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힘이 모자라서 밀릴 수는 있어도 물러설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의 민주적 소양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는 달랐다"며 "앞으로 KBS와 MBC를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노력"이라고 규정했다.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방향을 신문은 획일적인 시장주의 도입으로 군소 신문은 도태시키고, 방송은 국가기간방송법을 통해 공영 방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했다.

 

그는 ▲최시중·유재천·이몽룡·구본홍 등의 낙하산 인사 ▲ 신문·방송 겸영 확대를 통해 조중동의 방송언론 소유화 토대 구축 ▲인터넷 포털에 대한 통제 등도 현 정부의 중요 언론 정책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정권의 시도에 대한 대책으로 최 의원은 국세청·법무부 항의 방문, 국민 대토론회 개최, 최시중 방통위원장 사퇴촉구결의안 채택 추진 등을 제시했다.

 

법인세 소송 취하 정연주 혼자 결정한 것 아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가장 발끈한 대목 가운데 하나는 검찰의 정연주 KBS 사장 소환 조사 방침이었다.

 

KBS는 지난 2005년 국세청을 대상으로 한 1심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국세청이 2000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KBS는 2심 진행 중 법원 중재로 500억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이를 KBS가 노조가 배임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17일 정 사장에 소환통보를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거부했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이 사안은 17대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 논의됐고, 세무 소송을 사실 관계와 진행 과정에 대해 국회에서 검토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종율 의원은 "정 사장 수사는 표적 수사"라면서 "500억원 중재안은 법원이 냈다, KBS가 안 받아들이다가 1심 판결이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3~2005년 KBS 이사를 지낸 김상희 의원은 "2심에서 패소할 수 있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어 법원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며 "정연주 사장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와 경영회의에서 심도 깊게 논의했던 사안으로, 당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KBS가 부실경영으로 지난 5년간 누적적자가 1500억원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KBS가 감사원에 제출한 결산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89억원 흑자였다"고 반박했다.

 

KBS 수신료 인상은 한나라당이 반대

 

보수 언론들의 이중행태도 비판 대상이었다.

 

이미경 의원은 "참여정부 때 이기명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이 KBS 사장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서동구씨가 KBS 사장이 됐을 때 온 언론이 문제제기를 했다"며 "그러나 현재 낙하산 인사가 난무하는데 보수 언론들은 아무 비판도 하지 않는 이중잣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무능으로 공격하고 있는 중요 대목은 시청료 인상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미경 의원은 "노조가 KBS 경영을 문제 삼는 모양인데 KBS가 흑자를 냈는데 왜 시청료 올리려고 하느냐며 공격했던 게 한나라당"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의원도 "KBS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한나라당에서 엄청나게 반대했다"며 "KBS 노조가 수신료 인상을 못 했다는 이유로 정연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별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세웅 의원의 발언이 최근 언론장악 상황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이 잘 드러난다.

 

"KBS라고 하는 나무 한 그루를 볼 게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라고 하는 숲 전체를 봐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쿠데타 세력들이 제일 먼저 계엄군 앞세워서 하는 행위가 방송장악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에 방송을 장악했다면 광우병 쇠고기 문제도 안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론 장악을 위해 정권이 사용하는 수법과 과정·목적 등등 모두 20년 전으로 후퇴했다. 한국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결사항전의 자세로 가야한다. 이 문제를 잘못 대처하면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중대로 전락할 수 있다. 긴장감을 가지고 비상시국으로 대처해야 한다."


태그:#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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