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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촛불문화제 무대에 선 YTN 돌발영상팀의 임장혁 기자는 "YTN이 첫 '빠따'다, YTN이 무너지면 KBS도 MBC도 무너진다"고 말했다.

 

"돌발영상에서 나름대로 성역 없이 가식에 찬 권위를 신랄하게 비틀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온 뒤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본홍씨는 이미 사장으로 내정됐다. 오는 7월 14일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사장으로 임명된다. 촛불을 들고 7월 14일 YTN 주주총회에 와 달라. YTN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의 첫 타깃이 된 만큼 기자들도 선봉에 서겠다. 여러분들이 지원병이 돼 달라."

 

임 기자만이 아니었다. 이미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30여분 전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는 10여명의 YTN 구성원들이 "언론사 사장직이 청와대 전리품인가", "논공행상 인사는 YTN사장 될 수 없다", "낙하산 사장 절대 반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아리랑TV·스카이라이프·한국방송광고공사 이어 YTN까지?

 

임 기자의 호소에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사실 YTN은 촛불 정국 속에서 환영받는 언론사는 아니었다. 지난 5월 2일 첫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고 밤샘 시위가 반복되자 사람들은 "24시간 뉴스채널인 YTN은 왜 여기에 없냐" "생중계는 못할지라도 잊지 않게 한번씩 보도할 수 있는 사안 아닌가"라고 항의했다. 누군가는 "이명박 측근이 사장으로 내정됐다고 하더니 정부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뼈 아픈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YTN  구성원들은 두 달 가까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구본홍 사장 내정설이 흘러나온 4월부터 YTN 노조는 즉각 반대를 표명했고, 지난 5월 29일 구본홍씨가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로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원 60여명이 이사회장을 점거했지만, YTN 이사들은 시내 모 호텔로 이사회 장소를 옮겨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11일과 13일에는 공채 2기, 3기 YTN 구성원들이 각각 구본홍 사장 내정자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간부들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16일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자신을 YTN 보도국 기자라고 밝힌 아이디 '늘보'의 글은 이런 상황에 놓인 YTN 구성원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왜 YTN을 지켜야 하느냐고'고 묻습니다. 예전부터 공정방송 제대로 못해왔는데 지금 새삼스럽게 무슨 공정방송을 외치느냐고도 합니다. 맞습니다. 아픈 지적들입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잘해보겠다고 말하고 외치는게 그렇게나 잘못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에 잘하지 못했으니 지금도, 앞으로도 잘하지 못하도록 놔두는게 옳은 일은 아니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리랑TV가 넘어갔고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넘어갔습니다. 이제 YTN이 다음 목표가 됐습니다. 그 다음은 어디일까요?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한 주변부를 먼저 장악한 뒤 중원을 고립무원 상태로 만든 다음 진검승부를 하겠다는게 현 정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YTN을 지켜내는 일이 YTN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덕수 YTN 비대위 위원장 "우리도 역할 다 하겠다"

 

정국록씨는 아리랑TV 사장으로 임명됐고, 이몽룡씨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임명됐다. 한국방송광고 공사 역시 이명박 대선 후보 방송특보단장을 지낸 양휘부씨가 사장으로 확정 발표됐다.

 

시민들도 '늘보'의 글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그의 글이 올라온 16일 저녁 YTN 건물 앞에서 비록 적은 수였지만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를 막으려는 시민 20여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17일에도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는 YTN 앞에서 촛불을 들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현덕수 YTN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시민들이 YTN의 논조가 마음에 들어서 온 것이 아니라 YTN마저 정권에 장악당하면 우리나라 언론 지형이 더욱 보수화되기 때문에 온 것"이라며 "현장을 살리지 못했던 것에 대한 비판을 많이 들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시민 분들과 긴 이야기를 나눴다. 촛불 정국이 정부의 방송통제 등 현안으로 확대되면서 시민들이 YTN의 사정에 대해 알아가고 계신다. 촛불의 힘을 믿지만 우리도 역할을 다하기 위해 청와대 1인 시위도 하고 있고, 오늘부터 YTN 앞에서 집회를 매일 갖기로 했다. 시민들이 YTN 내부에서도 자성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태그:#공영방송 지키기 , #촛불문화제, #YTN, #구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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