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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문제의 초기에 시위 배후설을 제기하는 사설, 칼럼 등이 있었는데, 이것은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다시 모욕까지 주는 셈이다. 대중은 무지몽매한데 누군가 배후에서 부추기고 있다는 식이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지난 9일 <조선일보> 본사에서 열린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조선일보>는 13일자 신문에서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6월 토론결과를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대체로 신랄하다. 관련 기사의 제목도 "국민의 소리 들으려는 노력 부족하다는 느낌 받아"이다. <조선일보>라서 더욱 눈길이 끌리는 제목이다.

 

토론 자리에는 강 교수를 비롯해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전원열 김앤장 변호사, 그리고 소설가 하성란씨 등 9명이 참석했다.

 

촛불집회에서 연일 "조중동 폐간"이란 구호가 나오고 있다. 지난 '6.10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은 <조선일보> 본사 정문에 쓰레기를 쌓았다.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어떤 쓴소리를 던졌을까. 신문이 전한 위원들의 발언을 축약해 봤다.

 

"대중은 무지몽매?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

 

강미은 숙명여대 교수 - "쇠고기 문제의 초기에 시위 배후설을 제기하는 사설·칼럼 등이 있었는데, 이것은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다시 모욕까지 주는 셈이다. 대중은 무지몽매한데 누군가 배후에서 부추기고 있다는 식이다.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 정보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인 웹2.0 시대로, 참여의 중심에 선 시민들 의식이 바뀌었다. 또 문제의 핵심은 비켜 가면서 지엽적인 부분을 키우는 보도나 사설도 꽤 있었다. 국민들이 보수 신문에 화를 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6월 4일자 사회면에서는 [시위 진압 전·의경 상대 '사이버 사냥'] 기사는 지면 위쪽에 아주 크게 배치하고, 당시 최대 참가자가 모였던 시위 현황은 [전국 14개 도시서 1만3000여 명 촛불시위]라는 제목으로 그 아래에 매우 작게 다뤘다. 기사의 뉴스 가치와 사안의 경중으로 보았을 때 기사의 위치와 크기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크게 다룰 건 작게 다루고, 작게 다루어도 될 건 크게 다루었다는 느낌이다. 여론의 대세를 보면서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에 변화가 있지만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인묵 고려대 교수 - "사실 보도는 언론의 생명 아닌가?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한 사실 보도에 충실하지 않고, 입장 보도를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 일각에서는 광우병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투쟁처럼 보지만 사실 이 문제는 국민 건강의 문제다. 언론이 이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하성란 소설가 -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던 노무현 정권 때와 지금의 조선일보 논조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신문에 대한 신뢰가 걱정된다.

 

광우병은 먹을거리의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의 협상이 졸속이었고 엉터리였다.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CEO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대통령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환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상징적인 것이다. 지난 100일 동안 쌓여온 반감 심리가 근저에 깔렸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 보도에 충실하지 않고, 입장 보도를 우선"

 

전용희 변호사 - "조선일보 논조는 5월 30일자 최보식 사회부장의 [그들은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왔고]를 기점으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이때부터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 발생초기의 기사에서 보였던 괴담·배후 등의 용어는 사라지고, 정부 측의 협상 태도가 미숙하다거나 졸속 협상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논조가 바뀌는 것을 느꼈다.

 

이 때문에 진보 매체는 조선일보의 논조가 바뀌었다고 조롱하고, 보수 쪽에서는 변절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이명박 정부의 전면적 쇄신을 촉구하고 재협상까지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변화된 입장을 보인 것은 올바른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확인이 안 된 괴담과 배후 등 다소 주관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보다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드라이하게 접근해서 정부의 협상 미숙과 졸속을 먼저 지적하는 보도로 나갔으면 여타의 다른 보도에도 무게가 실리고 독자들에게도 신뢰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민정 주부 - "초기에 중·고생들이 촛불 집회에 많이 참석했는데 이들이 광우병문제 하나만으로 집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영어 몰입교육, 자립형 사립고 등에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차에 미국산 쇠고기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된다 해도 학생들은 또 다른 문제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태그:#조선일보,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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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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