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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요즘 촛불집회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생기발랄한 노래 '헌법 제1조'다. 시민들은 헌법전속에서 잠자고 있던 헌법 제1조를 광장으로 불러내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느낀 시민들이 헌법 제1조를 노래하며 이 정권을 향해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 식으로든 이윤만 남기면 되는 주식회사가 아닌 민주공화국이라고, 대한민국의 국민은 CEO가 결정하는 대로 묵묵히 따라야만 하는 종업원이 아닌 주권자라고. 장막을 걷고 독선과 오만을 버리고 주권자의 준엄한 소리를 들으라고.

 

시민들은 '협상무효 고시철회' 만을 외치고 있지 않다.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함에도 말을 바꿔가면서 몰래 강행하려는 대운하,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교육정책, 재벌과 소수 특권층만 배불리고 서민과 저소득층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및 의료보험의 민영화 등을 싸잡아 미친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 모든 외침들이 하나로 집약된 구호가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다.

 

어떻게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향해, 특정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명백히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퇴진을 요구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퇴진 요구는 이 정권이 자초한 것이다.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재협상을 요구함에도 정부는 영혼 없는 공무원과 어용교수들을 동원하여 거짓말과 꼼수로 시민들을 기만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편파적인 방송과 좌파세력의 선동에 놀아난 어리석은 빨갱이, 사탄의 무리로 매도했다. 주동자들을 엄단하겠다고 협박하고 물대포까지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방송을 장악하여 비판여론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진압 경찰의 장막에 둘러싸여 모르쇠로 일관하며 6.10에는 컨테이너로 바리케이트를 치는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까지 연출했다.

 

 모든 것이 군사독재시절의 케케묵은 수법이다. 그 와중에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정당과 국회는 특유의 무능으로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대의민주제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 어떻게 시민들이 정권 퇴진을 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난 6월 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0여만명에 이르는 청구인단을 대리하여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변은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수입위생조건이 국민주권의 원리, 적법절차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 등 헌법의 기본원리를 위반했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소비자의 권리, 보건권, 생명권 및 신체의 지유권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통제국 지위를 변경하지 않는 한 수입을 중단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미국 도축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승인권과 통제권을 배제한 규정 등이 검역주권을 침해하여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는 것이 이미 상식이 되었다.

 

그리고 30개월령 제한을 철폐하여 모든 연령의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게 하고, 종래 광우병 위험부위였던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뇌, 척수의 수입을 허용하는 등 광우병 위험이 높은 쇠고기에 대한 수입장벽을 사실상 철폐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밝혀진 바다. 그뿐만 아니라 농식품부 장관이 고시하는 수입위생조건은 상위법인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내용을 담고 있어 법체계적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법제처장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헌법재판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조속히 심리하여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이 정부가 더는 재협상을 하면 국가신뢰도가 무너지고 경제가 어려진다며 국민을 협박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헌법재판소가 혹시라도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을 지연한다든지 합헌결정을 하는 것은 그 막중한 임무를 포기하는 것이고 국민적 저항에 불을 당기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민주주의라는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마저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할 때, 평화로운 외침이 결국 소귀에 경읽기로 끝나고 말 때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실정법 너머에 저 헌법정신과 자연법에 근거한 저항밖에 없다. 이 정권이 초래한 민주주의의 위기앞에,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수많은 시민들이 헌법재판소를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태그:#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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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라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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