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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백만 촛불 대행진을 하루 앞둔 9일 밤, 대전역 광장에는 또 다시 1000여명의 촛불시민들이 모였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지난달 25일 전북 전주에서 '보수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했다가 이날 오전 사망한 고 이병렬씨에 대한 추모의 묵념으로 시작됐으며, 대전역 광장 한쪽에는 이 씨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고인의 사망 소식으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사회자는 "슬프지만, 그 분이 못다 이룬 꿈을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 내자"며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더 힘차게 외쳐야 한다, 특히 내일 열리는 6·10 백만 대행진을 꼭 성사시키자"고 독려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500여명이 넘는 천주교 신부와 수녀, 신도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대흥동성당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및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위한 시국 미사'를 마치고 대전역광장까지 행진해 촛불문화제에 합류한 것.

 

대전지역 천주교 사제와 신도들이 시국과 관련, 집단적으로 거리로 나선 것은 87년 6월 항쟁 이후 2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자유발언에 나선 봉막달레나 수녀는 "오늘 초등학생들이 '촛불집회에 나가면 물대포에 맞아 죽는다'고 하기에 내가 죽어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한반도 대운하를 막을 수 있다면 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며 "지금도 그런 심장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민심은 천심이라 했는데,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그 마음이 곧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임을 이명박 대통령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녀는 또 "촛불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또 다른 초에 불을 붙일 수 있듯이, 단 하나의 촛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며 "누군가 이 나라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 신부님도 87년 6월 항쟁 얘기를 꺼내며 "21년 전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열이를 살려내라'고 외쳤는데, 지금은 국민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며 "우리가 진정 원하는 그것을  한 사람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찬희(30)씨는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뒷걸음질 치는 미친소에 아마도 조만간 쥐가 잡힐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뒤 "우리 국민은 냄비근성을 가진 게 아니라 뚝배기 근성을 가졌다, 끝까지 힘차게 싸우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박성효 대전시장은 각성하라', '박성효는 시민 앞에 사죄하라'는 등의 구호도 등장했다. 이는 이날 낮 박성효 대전시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교민들이 다른 목적이 있으니까 촛불집회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라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이 못된 것을 팔지는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

 

특히, 한 시민은 "한나라당 소속인 대전시장이 같은 당 소속인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이 우리나라 시민과 국민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미국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도 시민 온정이 이어졌다. 부사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배고플테니 먹고 힘내라"라며 수백 개의 빵을 가져왔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생수 수백 병을 가지고와 기증하기도 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이들은 중앙로를 따라 충남도청까지 행진한 뒤, 중부경찰서에서 잠시 머물렀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보내는 '해고 통지서'를 내보이며 "이명박을 해고한다", "어청수를 해고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어 대전역 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마친 이들은 10일 열리는 백만 촛불 대행진에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참여할 것을 다짐하며 밤 10시께 자진해산했다.

 

한편,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들은 6·10 백만 촛불 대행진을 준비하면서 이날 밤 대전역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태그:#촛불문화제, #대전역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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