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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이승만 동상 제막식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동상건립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는 이 대학 졸업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5일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이승만 동상 제막식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동상건립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는 이 대학 졸업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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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동상이 배재대학교(대전시 도마동) 교정에 또 다시 세워졌다. 이 대학에 지난 1987년 처음 동상이 세워진 뒤 세 번째다.

배재대학교 총동창회와 총학생회는 5일 오전 11시 배재대학교 우남관 앞에서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하지만 건립에 반대하는 이 대학 교수 및 재학생, 졸업동문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대학 교수 및 재학생, 졸업동문 등 1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승만 동상 앞에서 "독재자 이승만 동상 건립 웬말이냐" 등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제막식 참석자들은 "무슨 짓이냐" "이승만 대통령이 왜 독재자냐"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도대체 아는 게 뭐냐"며 고함을 질렀다.

또 다른 참석자는 "너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없냐. 버릇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며 피켓시위를 벌이던 이 대학 졸업생을 떠밀었고 이 과정에서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승만 박사 동상 제막식장.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는 동안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만 박사 동상 제막식장.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는 동안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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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학당 이사장 "옛날 일 따져 뭐하겠느냐"

이에 앞서 이문백 배재학당 이사장은 배재대 국제교류관 강당에서 가진 제막식 실내 행
사를 통해 "옛날 옛적 일까지 따지고 들어가면 개인이든 가문이든 모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일일이 옛날 일까지 따져서 뭐하겠느냐"고 말했다. 행사장 입구에서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동상 제막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인 것을 언급한 뒤 나온 말이다.

강영훈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회장(전 국무총리)은 "이승만 대통령은 독립운동하다 형무소에 갇혔을 때도 나라를 위해 일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영어공부를 한 훌륭한 지도자"라며 "한 평생 가질 수 없는 영광스러운 (제막식) 자리에 함께 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진현 대한민국건국 60년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이자세계적인 외교관, 종교적 혁명가,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의 전인적 인간상"이라고 주장했다.

정순훈 배재대 총장은 "이 대통령은 배재학당 대학부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대통령이 돼 배재 대학을 세우라는 훈시를 내린 분"이라며 "이에 따라 배재대학 설립에 대한 정부인가까지 마쳤는데 불행스럽게도 4.19 혁명이 일어나 늦게서야 부지를 팔아 이곳 대전에 대학 건물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5일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동상 제막식
 5일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동상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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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훈 총장 "불행스럽게도 4.19혁명 일어나..."

그는 "이 대통령은 건국의 대통령이자 배재대학을 중건하신 커다란 은인"이라며 " 논란 속에서도 총동창회장과 총학생회장이 동상을 설립해 용기를 보여줬다"고 추켜 세웠다.

이어 "그동안 이 대통령이 수모와 어려움을 당한 것은 비상을 위한 시련"이라며 "(동상을)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이 동상을 세운 일을 치하하고 금일봉까지 전달했다"며 "이를 '우남 연구기금'으로 활용해 우남에 대한 비난과 공과 등 어떤 얘기도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학 민주동문회 회원들은 "이승만 동상이 교정에서 두 번씩이나 철거된 것은 학교 측의 독단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또 다시 일방적으로 아무런 논의 없이 동상을 세운 것은 이승만식 독재행정"이라고 반박했다.

배재대학교 재직 교수 및 재학생, 졸업생들이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배재대학교 재직 교수 및 재학생, 졸업생들이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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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피켓시위를 벌이던 한 재학생은 "먼저 동상부터 세워놓고 이제와서 공과를 토론하자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라며 "동상을 세우기 전에 이게 합당한 일인지 먼저 논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동문회 "잘못 세워진 동상, 조만간 끌어 내리겠다"

배재 민주동문회 관계자는 "이승만 동상 건립과 관련해 총동창회와 총학생회 어디에서도 졸업생과 재학생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며 "우선 잘못 세워진 동상을 조만간 끌어내린 뒤 이승만의 공과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우남 이승만 박사 동상 제막식'에는 20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했다.

한편 이 대학에는 1987년 2월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세웠졌으나 같은 해 6월 항쟁 과정에서 학생들에 의해 철거됐다. 학교 측이 동상을 다시 세우자 학생들이 계란과 페인트를 끼얹는 등 철거시위를 벌여 1997년 또 다시 철거됐다.  

재직 교수 2명 "신성한 캠퍼스에 독재자 동상 웬말"

피켓 든 두 대학교수 법학과 김종서 교수(오른쪽)와  '우남관을 주시경관으로' 피켓을 들고 있는 이규봉 교수(가운데)
 피켓 든 두 대학교수 법학과 김종서 교수(오른쪽)와 '우남관을 주시경관으로' 피켓을 들고 있는 이규봉 교수(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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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이승만 동상 제막식' 행사장에는 이 대학에 재직중인 두 교수가 재학생들 틈에서 피켓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규봉 전산수학콘텐츠학과 교수와 김종서 법학과 교수로 각각 "우남관을 주시경관으로" "신성한 캠퍼스에 독재자 동상 웬말인가" 등의 피켓을 들었다. 

특히 김 교수는 4일 이 대학 교내게시판과 교협 홈페이지에 올린 '민주의 촛불과 독재자의 동상'의 글을 통해 "매일 한번씩 독재자 앞을 지나면서 침이라도 뱉으라는 이야기냐"고 성토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글 전문이다.

                                           민주의 촛불과 독재자의 동상

엊그제 출근길에 우남관 앞에 이승만의 동상이 세워진 것을 보았다. 무슨 연유로 과거 학생들에 의하여 철거되었던 그 동상이 다시 세워지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독재 타도' 구호까지 등장한 거리의 촛불과 너무나 대비되는 생경한 광경이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초대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이승만은 누가 뭐래도 독재자였다. 반민특위를 무력으로 해산시켜 친일잔재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무산시킨 원죄에다가, 3만 제주도민을 희생시킨 4.3 학살의 조종자이며, 헌법이 정한 절차조차도 지키지 않은 두 차례의 개헌으로 장기집권을 꾀한 것도 모자라, 전국적인 부정투표를 자행한 끝에 4.19혁명으로 마침내 권좌에서 쫓겨났던 인물이 이승만이다.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50년 이상 후퇴시켰다면, 이승만은 친일 청산을 좌절시키고 민주주의의 출범을 12년간이나 발목 잡았던 장본인이다.

그런 독재자의 동상이 배재대 캠퍼스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촛불 집회를 메아리치는 민주주의의 함성 앞에서 과거 독재자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자는 뜻인가? 매일 한번씩 독재자 앞을 지나면서 침이라도 뱉으라는 이야기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배재대학교를 빛낸 인물이 그렇게도 없었던가? 설령 배재대학교를 대표할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었다 하더라도, 독재자의 동상을 세우고 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느니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 배재대의 미래를 위한 첫 발을 내딛는 것이 낫다.

이 곳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다. 아무리 대학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해도 대학이 독재자와 함께 할 수는 없다. 즉시 이 캠퍼스에서 독재자의 동상을 치워야 한다.


태그:#이승만, #배재대학교, #정순훈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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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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