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장관 고시를 발표한 2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제22차 촛불문화제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과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국민의 건강주권과 국가의 검역주권을 송두리째 내준 굴욕적인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반대 촛불집회가 열린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미 쇠고기 협상'은 '협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항복'이요,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우리 것을 송두리째 기꺼이 갖다 바친 '조공'이었다. 이런 굴욕 외교 덕분에 건강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와 조선, 동아, 중앙 등의 보수신문들, 그리고 극우보수 인사들은 정당한 시민들의 비판과 저항을 불순한 반미세력의 반미책동에 의한 것으로 폄하해 왔다. 또한 그들은 그토록 잘못된 쇠고기 협정까지도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거나, 심지어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허황된 강변은 정당한 시민들의 들끓는 항의의 외침을 잠재울 수 없었다.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려다 분노한 시민들의 여론에 밀린 정부는 마침내 어쩔 수 없이 장관고시 관보 게재를 유보하고 대응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이 정부가 지금까지 대책이라고 내놓은 안을 보면 다시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내용을 보면, 그것은 기껏해야 미국 육류수출업계의 자율결의를 요청한다는, 여전히 굴욕적인 읍소에 가까운 청원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현재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고시 철회·전면 재협상'이라는 국민 대다수의 절실한 요구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 및 극우보수인사들은 여전히 미국에게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한미동맹 관계를 위험하게 만드는 외교적 결례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견해야말로 외교의 'ㅇ'자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가 아니면 뿌리 깊이 박힌 사대주의의 발로다.

 

항상 당당했던 키 작은 재상, 안자

 

너무나 답답해 이들에게 옛날 중국에서 외교의 달인이었다고 할 수 있는 '안자(晏子)'의 다음과 같은 고사를 좀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뛰어난 재상이었던 안영(晏嬰)에 관한 얘기이다. 사서(史書)에서는 안영을 높여 '안평중(晏平仲)'이라 하고 후세에서는 더 높여 '안자'라고 부른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는 안자가 초(楚)나라에 갔을 때의 일화가 실려 있다.

 

그 첫 번째 일화는 이렇다.

 

안자(晏子)가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안자는 키가 작았는데, 안자를 깔본 초나라 사람이 대문 옆에 있는 쪽문으로 안자를 안내하였다. 안자가 들어가지 않고 말하기를 "개(犬)나라에 온 사신은 개문으로 들어가겠지만, 나는 초나라에 온 사신이니 이 개문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에 안내하는 자는 길을 바꿔 안자를 대문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초왕을 알현하자 초왕은 "제나라엔 사람이 없는가"하고 물었다. 안자가 대답하기를 "제나라 임치(臨淄)는 칠천오백 호(戶)의 큰 도읍입니다. 사람들이 소매를 벌리면 장막이 되고, 땀을 뿌리면 비가 되고, 거리엔 어깨와 발꿈치가 서로 부닥칠 지경입니다. 그런데 어찌 사람이 없다 하겠습니까" 하였다.

 

그러자 초왕이 말하기를 "그런데 어찌 그대를 사신으로 보냈는고" 하였다. 이에 안자가 다시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낼 때 각각 그 나라의 주인에게 걸맞게 현명한 왕에게는 현명한 사신을 보내고 변변치 못한 왕에게는 변변치 못한 사신을 보냅니다. 저 안영(晏嬰)은 제나라에서 가장 변변치 못하여 초나라에 사신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 일화는 이렇다.

 

안자가 장차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초나라 왕이 이를 듣고 좌우 신하에게 일러 말하기를 "안영은 제나라에서 언변이 능한 사람이다. 이제 그가 오려하고, 나는 그를 망신주고 싶은데, 어찌 할 것인가" 하였다. 신하가 대답하였다.

 

"그가 오게 되면 신은 한 사람을 묶어 왕 앞을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왕께서 '무엇하는 자이냐' 하시면 '제나라 사람입니다'하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왕께서 '무슨 죄이냐' 하시면 '도둑질을 하였습니다'라고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자가 이르자 초왕이 안자에게 술을 하사하였다. 안자가 술을 즐길 때, 두 관리가 한사람을 묶어 왕에게 이르렀다. 왕이 말하기를 "묶인 자는 어찌 된 자인가" 하자 대답하길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안자를 바라보며 말하길 "제나라 사람들은 본래 도둑질을 그렇게 잘합니까" 하였다. 안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답하였다.

 

"제가 들어 알고 있기로, 귤이 회수 이남에서 나면 귤이 되고, 회수 이북에서 나면 탱자가 됩니다. 잎은 비슷하지만 열매의 맛은 같지 않으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풍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백성들이 제나라에서 태어나 자라면 도둑질을 하지 않는데, 초나라에 오면 도둑질을 하니, 초나라의 풍토가 백성으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에 왕이 웃으며 말하길 "성인과는 더불어 농담하며 놀릴 바가 아니니, 과인이 도리어 병을 얻었습니다" 하였다.

 

외교는 구걸이나 비위 맞추기가 아니다

 

 "내가 운전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다시 소개한 것은 이명박 정부나 극우보수우익 인사들에게 제발 공부 좀 하라는 뜻에서이다. 외교는 바로 안자처럼 해야 한다. 안자는 무엇보다도 우선 제 나라와 백성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비록 초나라보다는 작을지언정 제나라 역시 충분한 백성과 국력을 갖고 있으며, 도덕이나 문화적으로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훌륭하다는 애정과 자부심이 안자의 말 속에는 절절이 배어 있다.

 

또한 안자는 국력이 약하다고 깔보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항의하였다.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거나 제나라 국민을 도둑으로 폄하하는 놀림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런 말을 한 초왕과 초나라 사람들이야말로 보잘 것 없고 부도덕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기백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상대의 양심과 대국으로서의 체면을 자극하여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하였다. 이런 당당한 안자의 태도에 결국 초나라 왕은 안자에게 극구 사과하고 안자를 '성인'으로까지 부르며 예의를 다 갖추어 정중히 대접하고 국가 간의 일을 처리하였다. 이 어찌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강대국이라고 해서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 외교가 될 수는 없으며 그런다고 해서 결코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냉정한 이해관계를 기초로 한 국제관계에서 강대국은 비굴한 저자세를 취할수록 상대방을 깔보고 압박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짜내려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당한 자세로 협상하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켜가는 것이야말로 외교의 기본이며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 그것에 기초한다면, 설령 외교적 마찰이 초래되어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국민은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여권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하여 대미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시 미국에게 애걸이나 하는 굴욕 외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먼저 국민의 압도적 여망에 따라 먼저 한미 쇠고기 협상 고시를 철회하고, 전면 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협상단을 파견하여 제대로 된 재협상을 이루어 내야만 한다.

 

미국 앞에서 당당해져라, 국민들은 기뻐할 것이다

 

재협상 과정에 임할 우리 대표단은 제발 안자의 발뒤꿈치라도 좇아갈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미국 대표단에게 우리는 그저 제 이익만 챙기겠다고 자신들도 잘 먹지 않는 광우병 위험 소를 상대방 국민에게 되도록 많이 먹이려고 하는 야만적인 나라와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신뢰와 호혜의 원칙에 기초하여 진정한 선린과 우호관계를 맺어나가려는 나라와 협상하러 온 것임을 당당히 밝혔으면 좋겠다.

 

비록 이전에 잘못된 합의를 하는 실수를 저지르긴 하였지만, 올바른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결단코 우리 국민은 잘못된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깨끗이 씻을 수 있도록 재협상을 하는 일이야말로 미국의 이익을 포함한 한미 양국의 상호이익과 우호관계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임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인물은 대한민국과 국민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사랑,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기백,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지혜와 논리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쩐지 이 정부에는 제 나라보다 미국을 더 사랑하고 대한민국보다는 미국을 진정한 자신의 조국으로 여기는 자들이 우글거리는 듯하니, 나의 이런 바람은 하나의 헛된 꿈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녕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대한민국과 국민에 대한 애정 밖에는 가진 것이 없는 시민들 자신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