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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값이 하락하자 농협에서는 오이를 구입해서 살 처분을 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AI걸린 가금류만 살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폭락한 오이도 폐기처분을 한다. 그 소식을 듣고 평소 친분이 있던 농민에게 전화를 했다.

 

오이농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어렵게 농사 짓는 젊은 농민은 소개시켜 달랬더니 농민 중에 힘들지 않은 농민은 어디 있으며, 젊은 농민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주변에 온통 오이 농가들뿐이니 아무나 잡고 이야기 하면 된다는 것이다.

 

친하게 지내는 오이 농가가 있는데 바빠서 찾아가 본 적이 없다면 막걸리 몇 병 사서 가자고 한다. 막걸리 5병을 오천 원에 구입해 오이 하우스를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농민들에게 저렴하고 배부른 막걸리가 있어 그나마 한숨만은 농민을 위로한다.

 

구례 용방면에 있는 오이 하우스를 찾았다. 1200평이 된다는 커다란 오이 하우스에는 50대의 농부 2명이 오이 수확을 하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지만 얼굴엔 이미 수심이 가득하다.

 

"형님 오셨소… 오랜만이오잉."

"그려 자네들 일이 바빠서 한 번 와보지도 못했네."

"동생 막걸리 좋아하잖아."

"한잔 하소."

"그럽시다…."

 

이렇게 마련된 자리지만 긴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이미 기운 빠진 어깨에 어두운 얼굴의 농민에게 무엇인가를 꼼꼼히 묻는 것도 미안스러웠다.

 

- 요즘 오이를 폐기 처분한다면서요?

"네… 20kg에 6천원을 줍니다. 오이는 빨리 자라기 때문에 하루라도 수확을 하지 않으면 뻗뻗해지고 늙어 버립니다. 그러니 매일 수확해야 하는데 20kg 6천원이라도 수확은 해야죠. 그것이라도 건져야…."

 

30년 동안 오이 농사를 지었다는 구례 용방면의 박병춘(56세)씨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 소리다. 보통 최하품을 보낸다고 한다. 최근 상품 10kg 한 상자는 가격이 좋으면 7~8천원 아니면 3천원까지도 떨어진다고 한다.

 

"오이 농사 져서 먹고 살려면 10kg 상품 한 상자가 만원은 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른 기름값도 주고 오이 따는 인건비도 주고 아이들 학비도 내죠. 서울 공판장에 오이를 보내려면 10kg 상자에 포장을 해야 하는데 이 상자 값도 얼마 전까지 700원하다가 지금은 810원입니다. 여기다가 한 상자 보낼 때마다 운송료가 600원, 주재비 몇 백 원, 경매 수수료 4%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죠."

 

"어떤 때는 오이 값이 너무 안 나와서 운송비나 주재비도 안 되어 되려 돈을 물어 줘야 하는 일도 있어요. 올해는 기름값도 천정부지로 올라 더 이상 하우스 농사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올해 겨울엔 오이 농사를 포기해야겠죠. 이제까지 근근이 버텨 왔는데 희망이 있겠어요."

 

3월 초에 파종했다는 그의 오이 밭은 농민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매일 맛 좋은 오이를 쑥쑥 생산해낸다. 오이 꽃은 예쁘게 피어서 싱싱한 오이는 잘도 자라는데 오이 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 기름값이 계속 오르는데 오이 농사는어떤가요?

"오이 값이 좋을 때는 10kg 3만원을 넘기도 하죠. 하지만 곤두박질 치기 시작하면 4천원도 하고 3천원도 합니다. 한마디로 극과 극이죠. 농사짓다 보면 이게 제일 힘들어요. 좀 된다 싶으면 푹하고 꺼져 버리는 거죠. 하우스 농사짓던 농민들 중에 빚 없는 농민들이 거의 없어요. 파산 신고한 농민들도 많죠. 더구나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통에 농사짓기가 더욱 힘들어지죠. 올 초에 21만원 정도 하는 기름값이 지금은 30만원입니다. 한 해 농사짓고 나면 기름값만 1500만원 정도였는데 이 가격이라면 2500만원 아니 3천만원도 넘어갈 겁니다. 결국 오이농사는 이제 희망이 없어요. 아마 다른 하우스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겁니다."

 

구례오이는 전국에서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어디 가나 오이 하우스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오이 값에 따라 구례 농민들의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한때는 오이 농사로 땅도 사고 집도 새로 짓고 했지만 지속적인 기름값 상승과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인해 파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고 이미 파산신고를 하고 다른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많다.

 

오이 농가를 돕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결국 오이 소비가 늘어나거나 누군가 인위적으로도 오이를 구입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오이 하우스에 떠나 오면서 오이를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농부 SOS를 운영하는 참거래에 오이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농민장터에서는 오이 상품 한 상자를 5kg 9900원에 무료 배송하기로 했다.

 

농민에게 오이 값으로 10kg 기준으로 1만원을 주고 배송비용으로 3천원과 박스비용을 제한 나머지 수익금으로 다시 오이를 구입해 촛불 시위를 통해 안전한 먹거릴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에 타는 목을 적셔줄 생각이다. 

 

어려운 오이 농가도 돕고 시위대에 타는 목도 적셔줄 오이농가의 SOS(클릭하시면오이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 (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이, #농가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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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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