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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 주말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부산으로 갔습니다. 며칠째 밤늦도록 ‘쇠고기협상무효’와 ‘고시철회’를 부르짖는 많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마음을 읽고 있었기에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TV나 인터넷에서 전해주는 소식을 접하며, 가족과 함께 그 뜻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남편과 부산에 있는 후배 가족과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하고 주말 저녁 부산 시청 앞 촛불집회에 갔습니다. 생전 처음 하는 자리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공감한다는 것이 어색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차분해졌습니다. 분명 그 많은 사람들은 남남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하나가 된 듯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가족, 연인, 친구, 선후배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우리 일행에도 절친하게 지내는 분들과 자녀들이 함께 했습니다.

 

울산이 아니라 마음이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인데 울산이든 부산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소리치고 외쳤습니다. 딸아이 역시 어색해 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 표정에서는 진지함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이자 시청 앞은 어느새 경건하면서도 무언가 모를 힘이 넘쳐나는 것 같았습니다.

 

 

시청에서 서면까지 행진을 했습니다. 어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유모차 부대’가 맨 앞줄에 서고 그 뒤를 이어 부산시민들이 삼삼오오 뒤따라갔습니다. ‘쇠고기협상무효’와 ‘고시철회’를 외치고, ‘부산시민 함께 해요’란 구호로 모두가 이 어렵고 귀중한 순간을 함께 하길 원했습니다. 혹 다른 일 때문에 길거리로 나서지 못한 사람들도 어느 곳이든 마음속으로 함께 하고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간다면 몇 코스 밖에 안 될 거리이지만 걸어서 행진하니 꽤 됐습니다. 옆에 서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이웃같이 친근함이 느껴질 무렵, 어둑해진 서면의 어느 사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목마르고, 배고프고, 힘들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 걸린 행진도 이렇게 힘든데 며칠째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시민들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좁은 도로 위에 서로 거리를 좁혀가며 촛불을 켜고 앉았습니다.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자리, 내 마음 속에 자리한 그 뜻을 표현하기 위해 참여한 자리가 너무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그 작은 힘들이 모여서 큰 뜻을 이루는데 의미 있게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등에 업혀 있는 어린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이 나라의 큰 일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촛불 하나에 많은 생각과 소중한 마음들이 불탔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말없이 부모님 옆에서 그 마음과 생각을 함께 읽어준 딸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부모는 아무리 힘든 일을 당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소리치며 외쳐야 하겠지요.

 

‘쇠고기협상무효’, ‘고시철회’! 이것만이 우리의 살 길입니다.

 


태그:#촛불집회, #부산시민, #거리행진, #협상무효, #고시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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